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기약 없는 셀프 자가 격리의 날들이 이어진다. 만남이나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기껏해야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집 근처 산책로를 걷는 게 유일한 외출이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서일까? 원래 지극히 집순이적 성향을 가진 친구들도 이 숨 막히는 상황에 평소 하지 않던 운동을 위해 무거운 엉덩이를 털고 집을 나섰다고 했다. 0과 1, 그것은 천지 차이다. 평소 활동량이 0이었던 한 친구에게 1 정도의 움직임은 몸에 무리였나 보다. 분명 격한 운동이 아니었음에도 작은 … [Read more...] about 굳어 못 쓰느니, 차라리 닳아 못 쓰는 게 낫더라
매일 10km씩 걸으면 살 빠져요?
브런치를 시작한 후 늘 궁금했다. 사람들은 왜 내 브런치에 들어올까? 그 궁금증 때문에 브런치의 통계 탭을 눌렀을 때 내가 더 유심히 보는 부분은 조회 수나 유입경로가 아닌 유입 키워드다. 그 단어들만 훑어봐도 최근 사람들이 어떤 관심사에 꽂혀 있는지, 또 내 브런치의 어떤 글에 혹해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습관처럼 유입 키워드를 살펴보지만 상위권은 거의 변동이 없다. '10km 걷기'와 '다이어트' 혹은 '10km 걷기 다이어트'가 돌아가며 1위를 다툰다. 얼마나 … [Read more...] about 매일 10km씩 걸으면 살 빠져요?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면: 낭만이 사치인 시대, 저는 사치스럽게 살겠어요
1. 이제 제법 낮이 길어졌다.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해는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입에는 마스크를 장착하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후 사람들과 아름다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해가 있을 때는 분명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바람도 저녁이 되니 제법 차고 날카롭게 목 사이를 파고들었다. 추위에 약한 난 점퍼의 지퍼를 쭉 올려 찬 봄바람을 막았다. 내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는데 집중하는 사이, 차가운 봄바람에 벚꽃 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마치 봄 한가운데에서 내리는 … [Read more...] about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면: 낭만이 사치인 시대, 저는 사치스럽게 살겠어요
나는 오늘도 심심해지기 위해 산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 10살 조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아우 심심해! 이모 심심해요. 할머니 나 심심해요! 엄마 나 심심하다고오! 조카의 ‘심심해요 타령’은 시도 때도 없다. 본인 집에 없는 TV를 보러 외할머니 집인 우리 집에 와서 몇 시간이고 각종 만화 프로그램을 순례를 한 후에도 심심하다고 한다. 가족여행으로 다 함께 캠핑장에 갔을 때도 한참 근처 산을 뛰어다니며 밤을 줍고서도 돌아서면 심심해 죽겠다고 말한다. 우리 집 앞 문방구에 신나게 뽑기를 하고 돌아와서도 금세 … [Read more...] about 나는 오늘도 심심해지기 위해 산다
딱, 포스트잇의 자세로
내 주변에는 다양한 종류의 문구 덕후가 있다. 각종 펜부터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등등 덕질하는 장르도 다양하다. 굳이 구분하자면 나는 일종의 포스트잇 덕후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포스트잇을 모아 두고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포스트잇을 골라 사용한다. 내가 포스트잇을 사랑하는 이유는 가볍게 붙이고 뗄 때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보다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기 위한 연구 과정 중 탄생한 수많은 실패작 중 하나. 접착력이 약해 끈적거리지 않아 사장될 뻔한 접착제가 되레 그 약한 … [Read more...] about 딱, 포스트잇의 자세로
가난이 송곳처럼 튀어나올 때
2016년 11월부터 함께 해온 나의 오랜 친구, 스마트폰이 이상 신호를 보냈다. 이어폰을 끼고 몇 걸음 걸으면 툭 하고 이어폰 잭이 빠졌다. 고무줄 늘어난 속옷처럼 흘러내렸다. 충전할 때야 고정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었는데, 외부에서 이동하며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볼 때면 시도 때도 없이 빠졌다. 자꾸만 탈출하는 이어폰 잭 때문에 음악에도 영상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아픈 녀석을 데리고 A/S 센터를 찾았다. 수리 담당 직원이 내 오랜 친구의 이곳저곳을 세심히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 [Read more...] about 가난이 송곳처럼 튀어나올 때
멍청하긴, 쓸모를 증명하려고 예스걸이 되다니
거절당하는 게 싫어 거절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의 부탁이건 제안이건, 일이건 내 취향도 아니고 심지어 쓸모도 없는 못생긴 사은품이건... 좀 버겁더라도 나를 향한 손길을 단칼에 자르지 꾸역꾸역 잡곤 했다. 어리석게도 그게 나라는 인간의 쓸모를 증명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뭐든지 ‘좋아 좋아, OK’라고 말하는 예스걸이 되었다. 거절 못하는 사람을 이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간다. “이건 네가 … [Read more...] about 멍청하긴, 쓸모를 증명하려고 예스걸이 되다니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에 스트레스받지 마
1.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일상인 업계의 특성상, 빠르고 적절한 순간 대처는 실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그 부분에 있어서 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든 성격이다. 낯가림이 신생아 수준인 나는 계획했던 상황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때, 몹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스트레스가 투명도 100%로 얼굴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럴 때 나를 오래 봐온 선배들이나 부장님들은 내게 ‘그란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며 말한다. 호사야 스트레스받지 … [Read more...] about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에 스트레스받지 마
내 인생의 악플러에 대처하는 방법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린 노력을 가상하게 여겨준 관계자분 덕인지, 아니면 알고리즘 선생님 덕분인지 종종 브런치나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걸리곤 한다. 그럴 때면 조회 수는 폭발하고, 알림창의 초록색 점은 지워도 지워도 계속 쌓인다. 예상 밖의 뜨거운 반응은 내 글이 허공을 향한 혼자만의 독백이 아닌 누군가의 가슴에 닿았다는 즐거움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렇게 살갗에, 가슴에 닿은 반응은 조금 더 좋은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때로는 격한 공감의 댓글이, 또 때로는 따끔한 댓글이 … [Read more...] about 내 인생의 악플러에 대처하는 방법
자기 확신은 어디서 사는 거죠? 과유불급 자기 확신에 대하여
팀원들끼리 몰래 A 팀장님을 부르는 별명이 하나 있다.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희는 실행만 해. 이게 그와 함께 일할 때 팀원들이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다. A 팀장님과 오래 일했던 사람들은 안다. 애써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관철하려 노력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결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강철 철벽같은 A 팀장과 일할 때는 팀원들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그저 멀찌감치 물러서서 A 팀장이 내는 아이디어에 적당히 손뼉 쳐 주고, 우쭈쭈 하며 넘어갔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레 … [Read more...] about 자기 확신은 어디서 사는 거죠? 과유불급 자기 확신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