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팔자라는 말이 있다. 난 나 자신이 늘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잘하지 못하면 열심히라도 하자’가 20대 때 나의 삶의 모토였다. 나의 단점을 채우기 위해 많은 시간,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에 단련되어 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 내 책임’으로 돌리고 나를 갈아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 세상에 결코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어서 나를 갈고닦았다. 하지만 그 강박은 나의 목을 조르고 결국 나의 무릎을 꺾이게 만들었다. 결국 내가 닳아 없어진 것이다. … [Read more...] about 빈틈 많은 여행이 좋은 점
아휴 서른이면 애기지 애기
오랜만에 친구 S를 만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짝꿍으로 처음 만나 평생을 ‘절친’라는 이름으로 얽힌 사이. 우리는 수많은 흑역사와 화양연화를 함께 만들어 왔다. 그녀는 이제 7살이 된 딸을 둔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자 사람이다. 꽤 오랜 시간 IT업계에서 유능한 기획자로 일했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후, 다시없을 그 소중한 시간을 딸과 함께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S는 과감히 퇴사하고 현재는 전업주부의 임무를 다한다. 하지만 곧 길고 긴 딸의 유치원 방학이 시작되면 당분간은 꼼짝 못 한다. … [Read more...] about 아휴 서른이면 애기지 애기
아프리카가 그럴 줄 몰랐지
장마와 무더위가 뒤섞인 딱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몇 해 전 아프리카에서 열흘간의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였다.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 층 문을 나섰을 때, 내 얼굴을 강타한 그 뜨겁고 습한 공기. 콧속으로는 스팀다리미의 스팀을 넣는 거 같은 그 기분. 감당할 수 없는 끈적한 기운이 나를 덮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와 이게 말이 돼? 아프리카보다 한국이 더 덥네. 불과 24시간 전까지 내가 머문 아프리카는 기온이 … [Read more...] about 아프리카가 그럴 줄 몰랐지
방송국 것들의 커피
직장인에게 커피란 무엇일까?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취향 때문에 마시지 않는 경우를 제외한 많은 노동자에게 커피는 직장이란 전쟁터에서 버티기 위한 생존 연료다. 살기 위해 마시고 습관처럼 마시고 무의식적으로 마신다. 나 역시 출근길, 미팅, 회의 등등 인사처럼 건네는 커피를 다 마시면 하루에 5–6잔은 훌쩍 넘을 것이다. 일정량 이상의 커피를 마셨을 때 생기는 부작용 때문에 하루에 두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지 않도록 애써 노력한다.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사과나무를 … [Read more...] about 방송국 것들의 커피
불필요한 것부터 빼시라고요, 아시겠어요?
여행 짐 쌀 때는 불필요한 것들부터 빼시라고요. 아·시·겠·어·요? (Feat. 구도 쉘리) 여행 좀 다녀 본 여행자들 사이에는 그런 말이 있다. 여행을 위해 싸는 짐의 무게는 전생에 쌓았던 업보의 무게라는 것. 처음 들었을 때는 웃으며 넘겼던 말이 여행 경험치가 쌓이면 쌓일수록 진리구나 싶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쌀 때면 어떻게 하면 간결하게 짐을 쌀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사용 빈도 및 활용도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메기고 하위권은 가차 없이 캐리어에서 뺀다. 혹시나 쓸 … [Read more...] about 불필요한 것부터 빼시라고요, 아시겠어요?
호텔이 집이 되었을 때 남은 것들
많은 사람의 바람처럼 나도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 이국의 땅에서 머물며 일하는 것을 꿈꾸고 상상했다. 몇 해 전, 운 좋게(?)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중국의 신도시에서 8개월간 머무르며 일하고, 먹고, 살았다.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나의 앞날이 어떨지도 모른 채 꿈이 현실이 된 아이처럼 마냥 신나고 설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낯선 땅에서의 생활에 지쳐갈 때쯤 그 ‘신남’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이국의 땅에서 내가 향할 곳은 사무실이 아니라면 호텔뿐이었다. 내가 8개월간 집을 삼아 … [Read more...] about 호텔이 집이 되었을 때 남은 것들
당신이 부모님과 여행할 때 간과하는 몇 가지
평생을 자식들을 먹이고 키우는 일에 올인하셨던 부모님들에게 ‘여행’은 일부 팔자 좋은 남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이 아는 여행은 봄, 가을이면 떠나는 친목회, 동창회의 단체 관광이 전부였다. 평생을 경주마처럼 달려온 부모님을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났다. 남들은 효녀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나는 그저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이기적인 마음에서 출발한 여행이었다. 그 누구의 지원도 없이 내가 번 돈으로 간 여행인데도 평생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그리고 이런 신기한 세상을 모르고 사셨을 두 분께 왜인지 … [Read more...] about 당신이 부모님과 여행할 때 간과하는 몇 가지
장거리 비행에 대처하는 가난한 여행자의 자세
비행기를 탄다는 것 자체만으로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마일리지가 차곡차곡 살집을 불려 가는 만큼 나이도 먹고, 경험치도 쌓여갔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당연히 체력은 떨어졌고 흥미도 사라졌다. 좁디좁은 이코노미 좌석에 반 결박 당한 채 견뎌야만 하는 그 시간은 그저 낯선 곳으로 가기 위한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일 뿐이다. 이 피할 수 없는 시간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고민했다. 그렇게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행하는 가난한 여행자의 의식이 생겨났다. 1. 출발 며칠 … [Read more...] about 장거리 비행에 대처하는 가난한 여행자의 자세
‘간장게장’이란 이름의 환상
미디어의 영향력이란 실로 무섭다. 그 언저리에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에 늘 두려웠고, 늘 조심했다. 하지만 방심은 한순간이었다. 모 영화의 명대사처럼 6·25 전쟁의 발발 원인 ‘방심’이 내 안에서 ‘간장게장 전쟁’을 일으켰다. 당시 나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몸은 한없이 퍼져 있었고, 마음은 몸보다 더 느슨해져 있었다. 역대급 무더위에 밖에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에어컨을 틀어 놓은 거실에 널브러져 초점 없는 눈으로 리모컨을 누르며 손가락 운동에 열중했다. 쉴 새 없이 재방을 … [Read more...] about ‘간장게장’이란 이름의 환상
산(山)이 안겨준 3가지의 깨달음
어제는 휴일이었고 딱히 약속이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도보 20분 거리의 산으로 ‘격한 산책’을 갔다. 곳곳에 암릉과 암봉이 있어 손과 발을 모두 써야 하므로 평소 신던 운동화 대신 트레킹화를 신었다. 나와 지인들은 '등산'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꼭 정상에 올라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여 '등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격한 산책' 또는 '트레킹'이라는 단어를 쓴다. 휴일이라 그런지 꽤 사람이 많았다. 부모님을 따라온 아이들을 빼고, 자의로 온 사람 중 비교적 어린 … [Read more...] about 산(山)이 안겨준 3가지의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