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포스팅한 애니메이션 ‘발레리나’ 이야기입니다. 기다렸던 작품이라 개봉하자마자 가서 봤는데요, 평일 낮이긴 했지만 성인들끼리 온 것은 저희 일행밖에 없고 다들 엄마 손 잡고 발레치마 입은 꼬꼬마 관객들이더군요. 아이들이 주 관객이라 걱정했는데, 영화 전개가 워낙 스피디하고 화면의 아름다움이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려워 매우 정숙한 관람이 되었습니다. 영화의 재미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스포가 약간 있지만 몇 줄 써볼까 합니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 부르타뉴의 고아원 … [Read more...] about 이토록 사랑스러운 소녀 어드벤처, ‘발레리나’
영화
부서질 듯 섬세한, 영화로 쓴 시 ‘문라이트’
"우리 흑인은 세상 어디에나 있어. 어떤 노파가 이렇게 말하더라. 달빛 아래 흑인 소년은 푸른색으로 보인다고." 마이애미에 사는 샤이론은 말수가 적은 흑인 소년이다. 학교에선 왕따를 당해 숨어 지내고 엄마는 남자친구와 마약에 빠져 있어 집에 가는 게 싫다. 늘 혼자인 샤이론에게 두 남자가 다가온다. 후안 아저씨와 유일한 친구 케빈이다. 후안은 샤이론에게 바닷가에서 수영을 가르쳐주며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나아가야 해. 아무도 네 결정을 대신 해주지 않아." 케빈은 … [Read more...] about 부서질 듯 섬세한, 영화로 쓴 시 ‘문라이트’
“핵소 고지” 총을 들지 않고 싸운 전쟁영웅
※ 이 글은 영화 <핵소 고지>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감독 멜 깁슨이 돌아왔다. <아포칼립토>(2006) 이후 10년 만이다. <브레이브하트>(1995)의 동성애 혐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의 반유대주의, <아포칼립토>의 원초적 폭력 등 마초 기질이 다분한 영화들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온 그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국인 전쟁 영웅이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종교적 신념에도 불구하고 … [Read more...] about “핵소 고지” 총을 들지 않고 싸운 전쟁영웅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 왔노라 보았노라 잘못 불렀노라
올해의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의 별칭)는 마냥 하얗지 않았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SNS상에서 #oscarsowhite란 해시태그로 놀림감이 되었다. 주요 부문 후보에 백인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달랐다. 진행자인 코미디언 지미 키멜은 이게 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을 비꼬는 것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부분들을 … [Read more...] about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 왔노라 보았노라 잘못 불렀노라
“7번방의 선물” 실화 : 춘천 강간살인 조작사건의 정원섭 씨 이야기
※ 이 글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화로 알려진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 조작사건은 국가의 잘못에 대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1972년 '춘천 강간살인 조작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에서 정원섭 씨는 경찰의 고문과 조작으로 인해 15년간이나 옥살이를 하였습니다. 그 후 무죄가 밝혀졌음에도 손해배상조차 받지 못하는 억울함을 당했습니다. 그로 인해 두 번째 상처를 받았지만 … [Read more...] about “7번방의 선물” 실화 : 춘천 강간살인 조작사건의 정원섭 씨 이야기
“스노든”은 왜 내부고발자가 되었나
2013년 NSA의 빅브라더식 감청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관한 영화라면 이미 오스카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뛰어난 작품인 <시티즌포>(2014)가 있다.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이 ‘citizenfour’라는 ID로 접근한 스노든을 만나 언론을 피하기 위해 호텔방을 전전하며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베일에 쌓인 인물인 스노든에 대한 호기심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가 얼마나 쉽게 정부에게 넘어가는지 경각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저널리스트 루크 하딩의 … [Read more...] about “스노든”은 왜 내부고발자가 되었나
〈동주〉 100돌 맞은 영원한 청춘을 기리며
“시를 쓰기만 하면 뭘 하니 발표를 해야지.” “당선이 아이 됐는데 발표를 어찌케 하니.” 영화에서 윤동주의 고종사촌형이자 가장 가까운 친우이기도 했던 송몽규는 함경도 사투리로 정겹게 동생 동주에게 시를 발표해 볼 것을 제안한다. 자신보다 앞서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촌형을 바라보는 동주의 표정은 부러움 반 부끄러움 반. 여러모로 복잡하다. 다행히 우리는 습작으로만 남을 뻔 했던 그의 시를 읽게 되었다. 1946년 윤동주의 또 다른 지우인 강처중과 정병욱에 의해 그의 시는 세상 밖으로 … [Read more...] about 〈동주〉 100돌 맞은 영원한 청춘을 기리며
라라랜드 vs. 문라이트, 2017 오스카 뜨거운 레이스
대세론이냐 뒤집기냐. ‘친LA’냐 ‘친문’이냐, 혹은 제3 지대의 숨겨진 후보냐. 대선이 아니다. 바다 건너 아카데미상 이야기다. '친LA'는 라라랜드파, '친문'은 문라이트파. 어쩌면 올해 아카데미 트로피의 주인은 이미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LA 찬가 〈라라랜드〉가 14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라이트〉도 만만치 않다. 연말 연초 152개의 크고 작은 트로피를 휩쓸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여기에 최근 떠오르는 제3의 숨겨진 후보로 … [Read more...] about 라라랜드 vs. 문라이트, 2017 오스카 뜨거운 레이스
원로 배우 김지영 떠나다
배우 김지영(1937-2017) 씨가 19일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연기자로 살아 한국영상자료원 기록만으로도 출연영화가 200편이지만 늘 ‘조연’으로만 기억되는 배우. 팔도 사투리 연기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선보인 배우, 김수용 감독과 임권택 감독의 말투를 가장 잘 흉내 냈다는 배우, 만년에야 그 진가를 조금씩 알리기 시작한 배우 김지영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200편의 영화, 그러나 조연으로만 기억되는 배우 유족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지난 2년간 폐암을 앓으면서 … [Read more...] about 원로 배우 김지영 떠나다
『노르웨이의 숲』 속 소설들
『노르웨이의 숲』을 덮으며 갑자기 나의 확신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나는 누군가 『노르웨이의 숲』을 읽어봤냐고 물으면 그동안 자신 있게 "없다"라고 답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그런데 책을 덮으며 의심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설사 이번이 열 번째라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열 번째 읽고 책을 덮으면서도 나는 똑같은 의심을 할지 모른다. 과연 내가 이 책을 … [Read more...] about 『노르웨이의 숲』 속 소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