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신 오렌지주스는 오렌지가 아니라 감귤주스였다 인생의 첫 배신감. 그것은 오렌지주스를 처음 마셨을 때다. 글을 몰랐던 꼬마 시절 나는 그동안 마시던 노란 주스가 오렌지주스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귀중한 손님이 집에 오기 전까지는. 엄마가 냉장고 깊숙이 숨긴 델몬트를 꺼내기 전까지는. 그리고 잔에 남아있는 오렌지주스를 몰래 마셔보기 전까지는. 오렌지주스의 첫 모금이 기억난다. 물론 귤과 오렌지를 구분하지 못할 시절이었지만, 시큼함의 깊이가 달랐다. 하지만 마셔보기 전까지는 이것들을 … [Read more...] about 썬키스트 VS. 델몬트, 그리고 따봉
사이다에 녹차가 빠진다면?
사이다에 녹차가 빠진다면? 칼바람이 부는 겨울을 걷는다. 히트텍을 입지도, 핫팩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추위를 뚫고 난 뒤에 마시는 따뜻한 녹차 한 잔이다. 찻집의 종소리가 울리자 점원은 말한다.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탄산음료 털이 마시즘이다! 여긴 콜라 안 팔아요! 녹차 X 탄산음료, 환장의 콜라보 나에게 녹차는 땅속의 겨울잠 같은 것이다. 다른 계절에는 콜라를 마시느라 눈길도 주지 않는데, 녹차는 언제나 따뜻한 품으로 날 … [Read more...] about 사이다에 녹차가 빠진다면?
실리콘밸리의 음료 6선
달력이 마지막 잎새다. 창밖을 바라보며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지. 다양한 음료를 소개했고, 그것보다 더 많은 음료를 마셨다. 마시즘. 이제는 명실상부한 음료 미디어 스타트업 1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아무도 하지 않아서 계속 1등. 행복회로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한가운데에서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는 나의 모습이라니. 역시 스타트업의 성지는 실리콘밸리지. 현실은 판교테크노밸리 그림자도 구경 못 한 마시즘. 오늘은 실리콘밸리에서 마시는 … [Read more...] about 실리콘밸리의 음료 6선
까스활명수 VS. 까스명수
“식탁예절이 청학동인 우리 집에서도 코카콜라를 얻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놓는 것이다. 그리고 손으로 배를 만지며 표정을 아련하게 한다. 그러면 엄마는 언제나처럼 코카콜라를 가져다줄 것이다. 문제는 엄마의 발길이 냉장고에 가지 않고, 찬장으로 향했다는 것. 마미손에 들린 그 음료는 코카콜라가 아닌 ‘까스활명수’였다. 이걸 어떻게 마셔요! 악악악! … 그렇게 까스활명수의 맛에 빠지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도 나의 최애는 언제나 이 두 음료다. 마실 수 있는 것을 … [Read more...] about 까스활명수 VS. 까스명수
찌꺼기는 가라, 커피박의 변신 5
이게 다 커피박 때문이다. 당신 때문에 내가 마시는 커피가 줄었다. 가을 남자가 되려면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멋 좀 내보려고 믹스커피 대신 커피메이커를 샀는데. 모닝커피를 만들기 위해 두근두근했던 시간도 잠깐이었다. 커피박. 당신 때문이다. 아참, 커피박은 커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 이름이다. 아휴 버리기 귀찮아. 한 잔의 아메리카노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커피박이 희생되는가 커피박.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면 무려 16g의 커피박이 태어난다. ‘에이~’라는 … [Read more...] about 찌꺼기는 가라, 커피박의 변신 5
이름이 맛있는 음료 BEST 7
여자친구 팀명이 세계평화가 될 뻔했다고? 언제 들어도 작명에 대한 비화는 놀랍다. ‘걸그룹 여자친구가 정말로 세계평화가 될 뻔했다’라. 타이틀곡 이름은 〈오늘부터 지구는〉이고 팬클럽 이름은 비둘기 혹은 UN 정도가 좋겠지? 세계평화를 사랑해주시는 비둘기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푸드득(죄송합니다 버디 여러분). 그렇다. 아이돌도, 책도, 음료도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이름’이다. 잘 지은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에 콕 박힐뿐더러, 음료의 맛을 특별하게 만든다. 다행히도 우리 주변에는 … [Read more...] about 이름이 맛있는 음료 BEST 7
박카스의 역사는 노동의 역사다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가 뭐예요?” 마시즘을 시작하고 가장 친해진 사람은 편의점 사장님이다. 매일 보는 우리는 걸릴 것 없는 사이로, 편의점의 먹고사니즘은 물론 한국 음료의 현실을 논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였다. 편의점에서 많이 팔리는 음료? 박카스인데? 세상에. 코크도 펩시도 칠성사이다도 아닌 박카스F가 가장 많이 팔리다니(실제 GS25, 세븐일레븐에서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음료가 박카스F). 과연 노동의 나라 … [Read more...] about 박카스의 역사는 노동의 역사다
고양이 와인, 강아지 맥주
강아지가 가득한 애견카페를 가로지른다. 손을 흔들지도, 머리를 만져주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애견카페에 있는 신상 음료뿐이다. 애견음료를 판매한 애견카페 사장님은 미심쩍게 묻는다. 집에 있는 애기 주시게요? 아니요. 제가 마시려고요. 애견카페 사장님의 흔들리는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 사람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마시즘이구나. 때로는 반려동물도 술이 마시고 싶다 많은 사람에게 재미있는 음료를 소개했던 마시즘. 하지만 그만큼 원망의 … [Read more...] about 고양이 와인, 강아지 맥주
음료 브랜드의 로고 변천사 5
있잖아 걔 헤어진 것 같던데? 친구의 엉뚱땅 파는 소리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말했다. “프사가 바뀌었거든” 아니. 프로필 사진 하나 바뀐 것을 가지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 정말 배운 녀석이구나. 카톡을 켜보니 친구의 커플 프로필 사진이 사라졌다. 카톡을 켠 김에 그동안 연락을 못 한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살펴본다. 얘는 취직했고, 얘는 결혼했고, 얘는 아 우리 아빠구나. 등산하셨네. 그렇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프로필 사진에는 많은 정보가 담겼다. 음료에 붙어있는 로고도 … [Read more...] about 음료 브랜드의 로고 변천사 5
시대를 앞선 감각일까, 끔찍한 혼종일까? 단종된 음료수 9
90년대가 대중문화의 황금기라고? 대중음료의 황금기가 맞지 스치듯 지나간 말에 마시즘은 지난 몇 개월 동안 한국 대중음료의 역사를 소개했다. 프로젝트 명 <X세대의 음료> 환타부터 갈아 만든 배까지 90년대를 전후로 어떤 음료가 세상을 뒤흔들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성공한 음료들로만 시대를 말하기엔 아쉽다. 배스킨라빈스처럼 새로운 맛들이 쏟아지던 음료계의 춘추전국시대. 왕좌를 차지한 음료보다 실패한 음료가 더욱 재미있는 법이다. 오늘 마시즘은 야심 차게 나왔다가 … [Read more...] about 시대를 앞선 감각일까, 끔찍한 혼종일까? 단종된 음료수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