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코카-콜라를 발견한 시점부터 사람들은 언제나 콜라를 원했다. 한 잔의 콜라로 갈등이 발생할 수도, 한 잔의 콜라로 평화가 찾아올 수도 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돋보여줄 새로운 탄산음료를 찾는다. 심지어 해외에만 있는 코카-콜라를 사수하기도 한다. 에이,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우리는 그를 이렇게 부른다. 더 오프너(The Opener) 마시즘이다.
코카-콜라 덕후에도 계파가 있다
덕질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모두를 아끼지만 결국 최애는 한 명뿐’이라는 진리다. 아이돌들의 멋진 군무에 빠져서 좋아하게 되었지만, 결국 멤버 한 명만 나오는 직캠 영상을 찾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랄까? 저… 저… 녀석 우리 최애 가리지 말고, 멀리 카메라 밖에서 춤추라고! 전 세계에 가장 큰 팬덤을 가지고 있는 ‘코카-콜라’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콜라를 좋아하면 다 똑같은 것만 마신다고 착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마시즘이 만난 많은 콜라 덕후들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제로 코-크 좋아해요.
그렇다. 이 사람은 콜라 덕후 중에서도 ‘제로파’인 것이다. 한국에는 주류를 차지하는 ‘정통파(클래식 코-크)’와 마니아층을 구성하는 ‘제로파(코카-콜라 제로, 현재는 제로 슈가)’로 나뉘어 있다. 정통파와 제로파는 자신의 멋짐을 뽐내며 콜라 세계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새로운 세력이 동네에 들어왔다. 잊고 있던 녀석 ‘다이어트 파’의 등장이다. 다이어트 코-크! 네 녀석이 어떻게 한국에!?
펩시의 라이벌은 다이어트 코-크? 다이어트 코-크 부심
다이어트 코-크(Diet Coke). 이 녀석은 1982년도에 나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콜라다. 단순히 칼로리를 줄인 수준이 아니라, 코카-콜라와 맛과 형태가 다르다. 때문에 코카-콜라 대신 다이어트 코-크만을 찾는 팬들이 있다.
한국을 비롯해 몇몇 해외 국가에서는 ‘다이어트 코-크’라는 이름 대신 ‘코카-콜라 라이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칼로리 음료’를 표현할 때 ‘다이어트’보다 ‘라이트’라는 단어가 더욱 가볍고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붙으면 프로 다이어터만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어쨌든 다이어트 코-크건, 코카-콜라 라이트건 가벼움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그저 빛 같은 콜라다…!
다이어트 코-크는 한국에서만 생소할 뿐, 콜라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탄산음료다. 사실상 콜라 3대장 중에 하나로 2010년에는 펩시를 누르고 많이 팔린 청량음료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위는 말을 안 해도 헤헷. 때문에 사람들은 펩시의 라이벌은 코카-콜라가 아닌 다이어트 코-크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코-크를 좋아한다.
음료계의 GD, 패셔니코-크
다이어트 코-크 부심은 외관부터 드러난다. 코카-콜라들의 컬러는 기본적으로 ‘빨간색’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코-크는 ‘은색’을 메인으로 삼고 있다. 갓 만들어진 알루미늄 캔에다가 글씨만 붙인 총알 같은 디자인. 하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 취향을 저격당한다. 너무 멋지잖아.
원래 그룹에서 비주얼 담당은 본업 외에도 이곳저곳 패션쇼를 하느라 바쁘기 마련. 다이어트 코-크는 다양한 디자이너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2011년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다이어트 코-크 에디션’을 낸 것이 유명하다. 이어서 2012년에는 ‘장 폴 고티에’의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마크 제이콥스, 카스텔 바작, 겐조 타카다, 로베르토 카발리 등 패션 디자이너들이 다이어트 코-크에 옷을 입혔다. 가요계에 GD가 있다면, 콜라계에는 다이어트 코-크가 있는 것이다.
다이어트 코-크의 변신, 5가지 맛으로 승부한다
올해 다이어트 코-크가 한 차례 진화를 했다. 바로 다이어트 코-크에 여러 버전의 맛을 추가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며 10,0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조사를 하였다고 한다. 다이어트 코-크는 오리지널 외에 ‘오렌지 맛(Zesty Blood Orange)’, ‘망고 맛(Twisted Mango)’, ‘라임 맛(Ginger Lime)’, ‘체리 맛(Feisty Cherry)’이 추가되었다. 다 모으면 파워레인저가 한자리에 모인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일단 마시지 않아도 기분이 좋다. 손오공이 드래곤볼을 모으는 이유,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기 위해 우주를 떠도는 이유도 다 비슷한 거 아니겠는가?
마시즘은 다행히 한국에 상륙한 ‘다이어트파’ 덕분에 이 녀석들을 모두 마셔볼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확신했다. 다이어트 코-크는 그림으로 치자면 수채화 같은 맛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연하면서도 복잡한 풍미를 추가했다. 이런 말 잘 안 쓰는데 비행기 표 끊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먼저 오렌지 맛은 가장 예측하기 쉬운 맛이었다. 코카-콜라와 환타의 느낌이 섞였지만 둘 다 강하지 않아서 잘 어우러지는 맛이다. 망고맛은 캔 뚜껑을 따고 나오는 거품부터 반했다. 급하게 입으로 거품을 막았는데 달콤하고 부드러운 망고음료를 마신 기분이 들었다. 평소 망고주스, 망고 맥주를 좋아한다면 정말 빠질 수밖에 없는 맛이다.
진저 라임은 앞선 녀석들에 비해 화려한 풍미는 없었다. 오히려 깔끔한 스프라이트 같은 기분이 들었다. 라고 생각한 순간 입안에 화끈한 것이 느껴진다. 생강의 힘이다. 맛으로는 깔끔하고 다 마신 후에 이런 여운을 남기는 게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체리는 굉장히 강력하다. 앞서 오프너에서 다뤘던 체리 코-크 보다도 더 체리의 풍미가 오래 남았다. 거의 포도랑 같이 먹는 기분이랄까?
팬들과 함께 확장하는 코카-콜라의 우주
다이어트 코-크, 하나로도 강력한 녀석이 다양한 맛을 추가해서 왔다. 또 여기에서 최애를 골라야만 하는 다이어트파의 고뇌가 느껴질 정도다. 다이어트 코-크의 진화, 여기에는 오랜 시간 동안 다이어트 코-크의 외관부터 맛까지 모든 것을 사랑한 다이어트파의 팬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성분을 바꿔본 음료에서 독립적인 카테고리의 음료로, 코카-콜라와 팬들의 교류는 새로운 코-크의 우주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의 코카-콜라의 세계에는 얼마나 다양한 녀석들이 등장하게 될까?
원문: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