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의 한 장면. 만주에서 염석진(이정재)을 만난 안옥윤(전지현)은 경성으로 가면 뭘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커피라는 것도 마셔보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그녀는 상하이에서 실제로 커피도 마시고 연애도 한다. 그리고 경성에 도착해서는 쌍둥이 언니 미츠코(전지현) 대신이지만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짜 신부가 되기까지 한다. 비록 친정아버지와 예비 시아버지를 모두 죽여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지만 말이다. 그녀의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는 미쓰코시 백화점 … [Read more...] about 암살의 안옥윤은 왜 미쓰코시 백화점에 갔을까
‘아수라’를 위한 3가지 변명
※ 이 글에는 영화의 후반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수라>는 오우삼 스타일의 1980년대 홍콩 누아르와 아벨 페라라 스타일의 미국 B급 영화를 무대만 한국으로 옮긴 듯한 영화다. 이는 새로울 게 없다는 점에서는 혹평이고, 1980년대 홍콩과 미국 인디 신에서 꽤 완성도 높은 수작들이 탄생했다는 점에서는 호평이다. 영화는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서 순항하고 있지만 6점대에 불과한 포털의 관객 평점이 보여주듯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영화를 싫어하는 … [Read more...] about ‘아수라’를 위한 3가지 변명
무려 2만% 수익률, 투자 대비 가성비 ‘갑’ 영화 Top 10
옛날 옛적 월트 디즈니는 이렇게 말했죠. "우리는 돈 벌려고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들려고 돈을 버는 것이다." 영화가 먼저냐 돈이 먼저냐,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 같은데요. 디즈니는 그의 말처럼 영화가 먼저인 사람이었기에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1937)를 만들 때 있는 돈 없는 돈 몽땅 쏟아부어 완성도에 공을 들였습니다. 당시엔 아무도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돈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던 시기였죠. 그 결과는요? 디즈니가 지금의 … [Read more...] about 무려 2만% 수익률, 투자 대비 가성비 ‘갑’ 영화 Top 10
90초의 비밀: 단편영화 같은 광고의 시대
동영상의 시대 3월 30일 인스타그램은 업로드 가능한 동영상 콘텐츠의 최대 길이를 15초에서 60초로 늘렸습니다. 그 전 6개월 동안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의 동영상 시청시간이 무려 40%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에는 매달 1억개의 동영상 콘텐츠가 올라옵니다. 조회수는 하루 10억회에 달합니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17일분량의 동영상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동영상 콘텐츠가 살아남으려면 3초 안에 주목을 끌어야 한다고 발표한 적 있습니다. 3초 안에 흥미를 유발하지 않으면 … [Read more...] about 90초의 비밀: 단편영화 같은 광고의 시대
‘비밀은 없다’는 왜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까?
249,845명. 영화 <비밀은 없다>를 극장에서 본 관객 숫자입니다. 6월 23일 개봉 이후 1,246회 상영돼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올해 극장 총매출액의 0.2%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굿바이 싱글>이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매출액 164억원을 벌어들인 것에 비하면 얼마나 흥행에서 참패했는지 알 수 있죠. 결국 2주만에 VOD 시장으로 직행하고 말았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뿐 아니라 평론가들도 극과 극으로 … [Read more...] about ‘비밀은 없다’는 왜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까?
이레셔널 맨: 홍상수, 김민희가 떠오르는 우디 앨런의 신작
중년 남성의 판타지: 사회적으로 성공한 지위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언제든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모두 말장난에 불과할 뿐 보이지 않는 진실을 갈구하고 있다고 여기며, 상대방을 현혹하는 근사한 말솜씨까지 갖춘 남성이라면 나이 들고 올챙이 배가 나왔어도 젊은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젊은 여성의 판타지: 그 남자는 나이는 들었지만 연륜만큼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삶의 지혜를 단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득했으며, 넓은 아량으로 보채거나 함부로 … [Read more...] about 이레셔널 맨: 홍상수, 김민희가 떠오르는 우디 앨런의 신작
영화가 예견하는 인공지능의 미래 ①: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3월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인공지능과 이세돌의 역사적인 승부는 결국 인공지능의 승리로 끝났다. 인공지능은 ‘도착한 미래’로 다가왔고 그것이 인간에 도움이 될지 위협이 될지는 인류의 숙제로 남았다. 대국 중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바둑이 끝났을 때였다. 이세돌은 평소처럼 복기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없었다. 알파고가 그 수를 왜 거기 두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장면을 보며 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이자 영화로도 친숙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한 … [Read more...] about 영화가 예견하는 인공지능의 미래 ①: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옛날’ 영화들이 몰려온다
지난 6월 29일 개봉한 <500일의 썸머>는 역대 재개봉작 중 처음으로 개봉 첫날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 그전까지 기록은 <인생은 아름다워>와 <이터널 선샤인>이 1만 명에 살짝 못 미치는 수치로 갖고 있었다. 재개봉작들은 대개 '다양성 영화'로 분류돼 관객 1만 명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하는데, 이 영화는 평일인 수요일 첫날 이미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500일의 썸머>가 선전하며 박스오피스에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 [Read more...] about ‘옛날’ 영화들이 몰려온다
웹 소설 잘 쓰는 비법 10가지
문학계에는 위기라는 단어가 당연한 수식어처럼 쓰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문학을 좁은 시야에서 바라봤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문학은 절대 위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벤처 산업입니다. 문학이라는 단어는 순수문학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쓴 작품들만 문학일까요? 그것은 아닐 것입니다. SM, YG, 로엔에서 음반을 내야만 가수가 아니듯이, 10대 종합 일간지의 기자만 기자인 것은 아니듯이, 문학상은 덤일 뿐 자격이 될 수 … [Read more...] about 웹 소설 잘 쓰는 비법 10가지
박찬욱 ‘아가씨’ 흥행돌풍 비결 셋
※ 이 글은 영화 <아가씨>의 내용 중 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봉 일주일 만에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아가씨>. 역대 ‘19금’ 영화 중 흥행속도가 가장 빨라 이 추세라면 박찬욱 영화 최고기록인 <공동경비구역 JSA>의 583만 명을 깰 수도 있다. 논란 분분한 소재여서 과연 흥행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오히려 논란이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아가씨>의 흥행 비결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 [Read more...] about 박찬욱 ‘아가씨’ 흥행돌풍 비결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