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딜레마다. 선거판을 다루는 영화를 현실과 너무 닮게 그리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현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자니 리얼리티가 걱정된다. 그래서 자꾸만 영화는 안전한 길을 간다. 그것은 “정치인들은 다 똑같이 더럽다”는 하나의 명제다. 하지만 이 익숙하고 뻔한 레토릭은 이제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다 똑같다고 생각해 정치를 외면한 결과를 우리는 지난겨울 생생하게 목도했다. 〈특별시민〉은 아쉬운 영화다. 애초 기획 의도는 〈하우스 오브 카드〉나 〈킹메이커〉처럼 정치판의 비정한 현실을 … [Read more...] about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특별시민’
‘마가렛’ 교통사고를 목격한 10대 소녀의 부조리한 욕망
<마가렛>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전작입니다. 미국에서 2011년 개봉했습니다만 한국에선 아직도 개봉 예정이 없습니다. 영화는 2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갖고 있을 정도로 꽤 깁니다. 하지만 감독이 원래 만든 영화는 2시간 45분짜리였다고 합니다. 2007년에 이미 완성된 영화를 영화사가 너무 길어서 절대 안 된다며 거부했고 이에 마틴 스콜세지와 편집감독 델마 슌메이커가 중재에 나서 영화를 150분으로 재편집한 … [Read more...] about ‘마가렛’ 교통사고를 목격한 10대 소녀의 부조리한 욕망
‘보통사람’ 되기 힘든 시대, 개를 문 남자 이야기
1987년 6월 항쟁 30주년을 맞은 올해 당시 시대 상황을 그린 영화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장훈 감독,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다룬 장준환 감독, 하정우 주연의 ‘1987’ 등이 기대작으로 꼽히는 가운데 ‘보통사람’이 22일 개봉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잔잔한 가족 코미디 ‘히어로’(2013)를 만든 김봉한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자 스릴러 애호가 손현주가 주연을 맡은 첫 시대극인 ‘보통사람’은 당시 노태우 후보가 대선 구호로 썼던 … [Read more...] about ‘보통사람’ 되기 힘든 시대, 개를 문 남자 이야기
‘히든 피겨스’ 우주선을 쏘아올린 숨겨진 세 영웅
제목에 쓰인 '피겨스(figures)'에는 중의적인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숫자'를 뜻하고, 또 하나는 '사람', 특히 저명인사 혹은 거물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영화의 제목은 '숨겨진 숫자' 혹은 '숨겨진 사람'으로 동시에 해석됩니다. 제목 자체가 영화를 다 보여준다고 할 정도로 참 잘 지은 제목입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역사 속에서 숨겨진 숫자를 다룬 숨겨진 인물을 보여줍니다. 숨겨진 수학 천재, 세 흑인 여성 이야기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을 … [Read more...] about ‘히든 피겨스’ 우주선을 쏘아올린 숨겨진 세 영웅
북인도를 가다: 인도여행 팁 17가지
인도를 다녀와서 정리해본 여행 팁 17가지입니다. 인도를 좋아하시는 분도 많고, 오랫동안 여행하시는 분도 많지만, 이 팁은 저처럼 인도를 처음 가게 될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최근 모 항공사에서 델리 항공편을 증편하면서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어서 호기심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듯하여 따로 정리했습니다. 1. 목적을 분명하게 할 것. 느긋한 장기여행인지 촉박한 코스여행인지. 인도는 이동이 쉽지 않다. 도시에선 먼지 마시며 릭샤로 이동해야 하고 도시간 이동할 땐 생각보다 … [Read more...] about 북인도를 가다: 인도여행 팁 17가지
’콩: 스컬 아일랜드’ 몬스터버스로 돌아온 킹콩
너무 커서 슬픈 짐승, 킹콩이 돌아왔다. 그동안 몇 차례 리메이크된 적 있던 ‘킹콩’이지만 이번에 개봉한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는 차원이 다르다. 일회성 컴백이 아니라 마블 유니버스처럼 여러 몬스터들을 한데 묶는 '몬스터버스'의 한 축으로 기획된 것이다. 미국의 레전더리 픽처스와 워너 브라더스, 일본의 고지라로 유명한 도호 영화사는 몬스터버스를 위해 뭉쳐 앞으로 괴수 영화를 꾸준히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콩'의 차별화 포인트는? 84년 전 탄생한 킹콩이 여전히 … [Read more...] about ’콩: 스컬 아일랜드’ 몬스터버스로 돌아온 킹콩
노무현의 연설문 쓰기 비법 16가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와 관련한 이 모든 난장판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연설문이었습니다. 비서진이 써준 자신의 연설문을 아무 직함도 없는 이에게 보여주고, 고치게 하고, 그걸 그대로 읽은 대통령이 4년을 통치해왔다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분개해 거리로 나선 것이죠. 자기 글도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을 수나 있을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명연설가로도 유명했습니다. 대통령 출마 1년 만에 ‘노풍’을 일으킨 … [Read more...] about 노무현의 연설문 쓰기 비법 16가지
부서질 듯 섬세한, 영화로 쓴 시 ‘문라이트’
"우리 흑인은 세상 어디에나 있어. 어떤 노파가 이렇게 말하더라. 달빛 아래 흑인 소년은 푸른색으로 보인다고." 마이애미에 사는 샤이론은 말수가 적은 흑인 소년이다. 학교에선 왕따를 당해 숨어 지내고 엄마는 남자친구와 마약에 빠져 있어 집에 가는 게 싫다. 늘 혼자인 샤이론에게 두 남자가 다가온다. 후안 아저씨와 유일한 친구 케빈이다. 후안은 샤이론에게 바닷가에서 수영을 가르쳐주며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나아가야 해. 아무도 네 결정을 대신 해주지 않아." 케빈은 … [Read more...] about 부서질 듯 섬세한, 영화로 쓴 시 ‘문라이트’
“핵소 고지” 총을 들지 않고 싸운 전쟁영웅
※ 이 글은 영화 <핵소 고지>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감독 멜 깁슨이 돌아왔다. <아포칼립토>(2006) 이후 10년 만이다. <브레이브하트>(1995)의 동성애 혐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의 반유대주의, <아포칼립토>의 원초적 폭력 등 마초 기질이 다분한 영화들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온 그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국인 전쟁 영웅이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종교적 신념에도 불구하고 … [Read more...] about “핵소 고지” 총을 들지 않고 싸운 전쟁영웅
“스노든”은 왜 내부고발자가 되었나
2013년 NSA의 빅브라더식 감청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관한 영화라면 이미 오스카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뛰어난 작품인 <시티즌포>(2014)가 있다.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이 ‘citizenfour’라는 ID로 접근한 스노든을 만나 언론을 피하기 위해 호텔방을 전전하며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베일에 쌓인 인물인 스노든에 대한 호기심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가 얼마나 쉽게 정부에게 넘어가는지 경각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저널리스트 루크 하딩의 … [Read more...] about “스노든”은 왜 내부고발자가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