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우수가 벌써 지났지만 날씨는 여전히 매섭다. 동장군은 쉽게 물러가지 않을 태세다. 어떤 해는 4월에 눈을 내리게 한 적도 있다. 남녘의 화신(花信)은 여태 전해오지 않고 있다. 대동강 물이 풀리려면 아무래도 달을 넘겨야 할 모양이다. 영하의 날씨에 홑껍데기 차림으로 한데서 떨고 있는 소녀상이 못내 안쓰럽다. 소녀상이 안쓰러운 건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정부 당국의 가증스러운 처사가 더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소녀들이 강제로 끌려가던 그때나 70년이 지난 지금이나 권력은 늘 … [Read more...] about 영하의 소녀상과 헛발질하는 외무부
사회
개헌론이 수상하다
구 새누리당 – 국민의당의 ‘대선 전 개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개헌 단일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뭐 그리 번갯물에 콩구워먹듯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개헌파들로서는 겨우 얻은 개헌 동력을 상실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차기 정부 출범 후 개헌을 논의하면 또 정치적 득실 계산에 분주해 개헌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으리라는 우려도 이해한다. 그러나. ‘민주 뺀 3당 원내대표 “대선 전 단일 개헌안 마련”’ 개헌안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에 있다. 다소간의 차이는 … [Read more...] about 개헌론이 수상하다
태극기를 잘못된 감옥에 가두어선 안 된다
우리는 상징과 이름의 힘을 가끔 간과한다. 상징과 이름은 사람들의 사고를 쉽게 지배한다. 괜히 20세기 철학의 중심 사조가 언어철학이 아니었던 것이다. 언어가 인간의 사고, 나아가 문화를 얼마나 관통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주된 연구항목이었다. 버트런드 러셀과 비트겐슈타인 같은 철학계 거성이 등장한 것도 이런 맞물림에 의한 것이다. 어렵게 철학으로 갈 것도 없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만 읽어봐도 신(新)어로 사람들의 사고를 통제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나치와 전범의 … [Read more...] about 태극기를 잘못된 감옥에 가두어선 안 된다
가난함과 정직하게 마주한 이계삼의 실력
1. 학교 교사를 그만둔 이계삼 '이계삼'이라 하면 나는 가장 먼저 정직이 떠오른다. 1973년생인 그는 2000년대 초반 수도권에서 중등교사로 임용되어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인 경남 밀양으로 돌아왔고 여기서 10년 정도 선생님 노릇을 하다가 2012년에 그만두었다. 그가 교사를 그만둔 까닭은 학교가 교육 불가능 상태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총선을 앞둔 2016년 2월 그가 펴낸 『고르게 가난한 사회』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KTX … [Read more...] about 가난함과 정직하게 마주한 이계삼의 실력
정치는 도덕이 아니다, 선악도 아니다
트럼프는 굳건하다 "리버럴이 트럼프를 돕고 있다?" 지난 18일 발행된 뉴욕 타임스의 기사다. 저널리스트 사브리나 태버니즈는 몇 트럼프 지지자들을 만나 인터뷰해 보도했다. 샤이 트럼프를 포함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는 데에는 리버럴들의 ‘도덕적 우월감’이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트럼프 지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같은 사람은 코너에 몰렸어요. 트럼프에 관해 조금이라도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해요. ‘내 말에 100퍼센트 동의할 수 … [Read more...] about 정치는 도덕이 아니다, 선악도 아니다
일베가 공격하던 ‘횃불’, 자유한국당 로고가 되다
새누리당이 13일 당의 명칭을 ‘자유한국당’으로 최종 개정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당의 로고를 ‘자유와 열정을 상징하고 밝게 비춘다는 의미로 횃불 이미지를 선택했다’라며, ‘자유의 여신상’을 모티브로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당의 컬러를 빨간색을 주색으로 사용하면서, 당명 서체는 짙은 남색으로 든든하고 안정감 있는 당의 이미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도 www.saenuriparty.kr에서 … [Read more...] about 일베가 공격하던 ‘횃불’, 자유한국당 로고가 되다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도 자동화 바람에 무사할 수 있을까?
※ 이 글은 Harvard Business Review의 「Technology Will Replace Many Doctors, Lawyers, and Other Professionals」를 번역한 글입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대의 도래가 오늘날 대부분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주류 전문직 종사자들은 언제나 예외였죠. 이들의 일에 필요한 고도의 판단력, 창의력, 동감 능력은 기계가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기 … [Read more...] about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도 자동화 바람에 무사할 수 있을까?
이재명에게 선물을 주려다 거절당한 사람이 올린 글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성남 시장이 지난 2월 5일 창원대학교에서 대중 강연을 했다. 나도 참석해 영상을 촬영했는데, 이 시장이 강연무대에 오르기 직전 한 여성이 족자를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 여성은 이재명 시장 앞에 앉아 손에 들고 있던 족자를 내밀었다. 선물이었다. 직업이 서예라는 여성이 족자에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직접 써서 가져온 것이었다. 억강부약은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부양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은 이 족자를 끝내 받지 … [Read more...] about 이재명에게 선물을 주려다 거절당한 사람이 올린 글
1951년 2월, 거창에서 양민 719명 목숨 잃다
산청과 함양에서 무려 705명의 양민을 학살한 뒤 인근 거창군으로 이동한 국군 11사단 9연대(연대장 대령 오익경) 3대대(대대장 소령 한동석)는 1951년 2월 9일 거창군 신원면 덕산리 청연마을로 들어갔다. 군인들은 가옥에 불을 지르고 마을사람들을 눈 쌓인 마을 앞들로 끌어냈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을 겨냥해 소총과 기관총을 무차별 난사했다. 눈 덮인 논들은 순식간에 검붉은 피로 얼룩졌다. 학살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마을사람 84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제1차 집단학살, 청연마을 … [Read more...] about 1951년 2월, 거창에서 양민 719명 목숨 잃다
‘건강한 꼰대’와 65세 정년
인간이 독자적인 ‘종(species)’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중 관찰과 사색을 통해 뭔가를 꾸며내는 능력과 도구를 제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많은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은 이를 ‘한가한 호기심(idle curiosity) 본능’과 ‘제작본능(workmanship)’으로 명명했는데, 이를 통해 예술과 문학은 물론 과학과 기술이 발전했다. 수천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던 인간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은 것도 19세기 … [Read more...] about ‘건강한 꼰대’와 65세 정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