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간 을지로 쪽에서 일하면서 넥타이 맨들과 식사를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최근 회사 내부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언제까지 회사에 다녀야 할지 불안하다는 고민을 여러 번 들었다. 기업은 한때 가족경영을 앞세워 직원들에게 충성을 요구했으나 이젠 아니다. 직장에서 필요 없다고 하면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직장인들이 회사를 계속 다닐지, 회사를 떠나 나만의 직업을 준비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회사를 계속 다니려는 사람들은 조직을 벗어나면 달리 할 것이 없으므로 그나마 회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후자는 언제든지 갑자기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지금부터 준비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런 고민을 듣다 보니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하던 친구를 상갓집에서 우연히 만났던 일이 생각났다. 아직까지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외부와 차단된 삶을 살고 있어 친구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시험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온다면 적응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외부 활동을 열심히 하고, 언뜻 ‘적당히 학교에 다니는 듯하던’ 친구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과 일터를 찾아 생활하고 있었다.
얼마 전 연구직으로 15년 근무한 분이 상담 요청을 해왔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 1-2년 안에 회사 생활을 정리해야 해서 1인 기업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막막하다는 것이었다. 연구직이라 외부 활동이 거의 없어 나가서도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회사 생활만 했던 사람들은 바깥세상을 모르기 쉽다. 내부 사정에 신경 쓰다 보니 관심이 없기도 하고, 외부와는 교류가 거의 없어 회사 직원들과 하는 대화가 전부인 사람도 있다.
하지만 외부 활동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역량이 어디가 부족한지 파악할 수 있다. 필요한 교육을 받고 전문가를 만나 역량을 키운다. 회사에서는 ‘뻔질나게 나다닌다’며 날라리라 하겠지만 이런 사람이 직장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높다.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하고, 자기 일도 찾으면서 제 역할을 하게 된다.
오히려 직장형 인간으로 살면 내부의 작은 변화에도 몸을 사리게 된다. 회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개인의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날라리는 회사뿐 아니라 외부 상황도 함께 고려해 결국 나에게 이로운 결정을 한다.
어쩌면 나도 회사 생활할 때는 날라리였다. 외부 활동하며 배웠던 것을 조직에도 적용하면서 스스로도 만족이 컸다. 회사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날라리였지만 인정도 받았다. 결국 더 큰 목표를 가지게 되면서, 새로운 일을 찾아 10년째 1인 기업가로 살아가고 있다.
원문: 홍순성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