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어요. 치안 걱정이 없으면서도 값이 싼 곳을 찾느라 기숙사, 하숙집, 원룸, 고시원, 옥탑방 등 온갖 곳을 옮겨 다녔죠. 임대차 종류별로도 월세, 반전세, 깔세(일정 기간 월세를 한꺼번에 미리 내는 것) 등을 다 경험했고요. 경기도에 있는 집에서 서울까지 통학이 어려워 대학 시절 ‘1인 가구’ 생활을 시작한 이승주(32) 뉴시스 기자는 스물아홉에 입사한 후에도 ‘방 한 칸’을 확보하기 위해 동동걸음을 쳐야 했다. 수습을 마친 2015년 3월 산업부 부동산팀에 … [Read more...] about 토익보다 부동산, “고시원, 옥탑방에 ‘깔세’ 경험도 담았죠”
한전이 밀양을 얕보았다
칸 영화제 수상작 〈밀양(Secret Sunshine)〉의 배경이 둘로 갈라졌다. 경남 밀양은 2005년부터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겼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한국전력은 건설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밀양 주민들을 상대로 개별보상금을 지급하여 회유했다. 그 결과 돈을 받은 사람과 수령을 거부한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마을이 갈라졌다. 공사를 편하게 하려고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며 이런 일을 벌였다. 우리가 흔히 보는 154kV 송전선로보다 18배나 많은 전기를 … [Read more...] about 한전이 밀양을 얕보았다
‘쓰레기 악취’ 뒤에 숨은 ‘인간 착취’ 구조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서울 환경영화제에서 중국 왕지우량 감독 작품 〈플라스틱 차이나〉가 다시 주목받았다. 2016년에 발표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미 지난해 제14회 서울 환경영화제에서 국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전년도 수상작이 올해 대상 작품을 밀어내고 다시 우리 언론의 관심을 받은 건 최근 불거진 재활용품 수거대란 때문이다. 우리 언론은 대개 비슷한 내용으로 기사를 썼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 조처를 이끈 영화’라는 평가로 시작해, 폐비닐 재활용 공장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 [Read more...] about ‘쓰레기 악취’ 뒤에 숨은 ‘인간 착취’ 구조
생리대 광고에 끼어든 남성중심주의
딘딘 "그날에도 넌, 빛날 수 있어" 광고 속에서 래퍼 딘딘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여성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부드럽고 따듯한 색감의 화면과 초록의 이미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돗자리 위에 누워 낮잠을 취하는 두 남녀의 모습을 비추며 딘딘의 내레이션이 들린다. 그날에도 넌, 빛날 수 있어. 지난해 5월 공개된 바디피트 SOFY의 생리대 광고다. 브랜드 메인 모델은 배우 박보영이지만 딘딘이 서브 남성 모델로 등장했다. 15초짜리 광고의 유튜브 영상에는 … [Read more...] about 생리대 광고에 끼어든 남성중심주의
‘견습’은 ‘사람’이 아니다: 열정페이에 목매는 수습생
‘최저임금’도 없고 ‘노동시간 단축’ 혜택도 없다. 나오라면 나오고, 들어가라 할 때까지 있어야 한다. 무보수에 자리라도 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페이는 열정으로 대신해야 한다. 진보도 보수도, 여당도 야당도 돌아 보지 않는 사각지대. 일부 전문직 수습생들의 현주소다. 올해 스물한 살의 송영헌 씨(대구)는 클럽이나 축제 등에서 음악을 골라 틀어 주는 디스크자키(disk jockey, 이하 DJ)가 꿈이었다. 여덟 살 때 아버지 차에서 DVD로 공연실황을 본 네덜란드의 아민 반 뷰렌이란 DJ에게 … [Read more...] about ‘견습’은 ‘사람’이 아니다: 열정페이에 목매는 수습생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하다면
열심히 일하는데 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할까. 미국 작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1998년부터 3년간 월마트 매장 직원과 호텔 객실 청소부 등 저임금 서비스직으로 일하며 ‘워킹 푸어’의 현실을 체험했다. 이를 토대로 쓴 『노동의 배신』을 보면, 최저임금 언저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일자리를 구하는 단계부터 철저하게 ‘을’로서 냉대를 당했고, 뼈 빠지게 일했지만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싸구려 모텔을 전전해야 했다. 마음껏 먹을 수도 없었다. 가난하고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 [Read more...] about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하다면
‘언덕 위의 구름’에 갇힌 일본
일본 정부는 대사관 앞에 소녀상 세우는 걸 아주 싫어하잖아요. 일본은 거기서부터 잘못됐어요. 일본이 소녀상에 거부감을 가질수록 과거사 문제는 안 풀릴 거예요. 일본 정부가 못 한다면, 대사관 직원들이라도 나서서 소녀상을 세우고 매일 닦아야 합니다. 한승동 전 《한겨레》 선임기자는 일본 특파원을 지냈고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 『대한민국 걷어차기』 등 일본 관련 책을 저술한 일본 문제 전문가다. 그는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일본 정부와 국민들이 소녀상에 거부감을 갖는 … [Read more...] about ‘언덕 위의 구름’에 갇힌 일본
꺼지지 않은 대형화재의 불씨
작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다. 2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한 참사 발생 직후 소방청은 13개항의 참사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다. 1월 26일에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부여당은 당정청 회의를 열어 전국 29만 곳에 안전대진단 등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2월 4일에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상가에서 불이나 4명이 숨지고 54명이 다쳤다. 정부가 화재 예방과 … [Read more...] about 꺼지지 않은 대형화재의 불씨
기자니까, 여자니까
※ 한국여기자협회가 펴내는 《여기자》 제26호에 실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의 칼럼입니다. 1990년대 초중반, 나는 경제기획원(지금의 기획재정부)을 출입하는 엄마 기자였다. 당시엔 정부 정책의 사회적 파급력이 지금보다 컸고, 그 중에서도 거시정책과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원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그만큼 굵직한 기사거리가 많았다. 새벽부터 밤까지 불꽃 튀는 취재경쟁을 치르고 퇴근 후엔 엄마 손길이 절실한 아이를 돌봐야 하니 ‘기사거리와 무관한 모임은 사치’라고 … [Read more...] about 기자니까, 여자니까
천호동 골목상권 분투기: 치킨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
천호동 상권은 2005년 전후로 발전했다. 먹자골목·로데오거리·아울렛거리와 백화점·마트, 골목가게와 시장이 공존한다. 천호동에선 신장개업한 점포와 폐업을 준비하는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부동산 업자는 “무리하게 빚을 내 점포를 열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부지기수”라고 말한다. 경쟁도 심하다. 더 많은 손님을 잡고 높아지는 임대료를 부담하기 위해 상인들은 장시간 노동을 택했다.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보다는 가족을 동원한다. 천호역 현대백화점 뒤편으로 가보면 3층 … [Read more...] about 천호동 골목상권 분투기: 치킨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