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인 1920년의 9월 18일,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지에 실린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에세이 「Who's Who—and Why」를 번역해 소개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문득 피 선생님의 에세이를 번역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제 생각이 차근히 잘 정리가 안 되는 시기라서 남의 생각을, 기왕이면 좋아하는 작가의 생각을 하나하나 졸졸 따라가며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요. 영어 사전을 내 마음대로 뒤지며 열심히 선생님의 에세이를 의역해보았는데, 틀린 부분이 몇 군데쯤 … [Read more...] about 위대한 소설가의 자기소개서
1990년대 뉴욕을 재현하는 남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Aimé Leon Dore
내가 언제 기분이 좋았지? 작년에 즐겨 찾던 홍대의 수제 햄버거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가게 내부는 굉장히 비좁고 의자나 테이블의 구성 또한 그리 편하지 않았지만 빨대 꽂은 닥터페퍼를 홀짝거리며 게걸스럽게 깨물어 먹는 수제 버거의 맛이 기가 막혀 일주일에 한 번쯤은 들르곤 했습니다. 게다가 셰프 선생님께서는 매장의 BGM으로 미국의 힙합 음악을 무진장 크게 틀어주시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엔 래퍼 Nas의 명곡 <Nas is Like>가 매장에서 울려 퍼지길래 소리를 지를 … [Read more...] about 1990년대 뉴욕을 재현하는 남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Aimé Leon Dore
할리우드의 두 비극, 피츠제럴드와 페그 엔트위슬 이야기
※ 포스트 말론의 <Hollywood's Bleeding>을 BGM으로 깔고 읽어봐 주세요. 산을 타고 있었어요. 그런데 할리우드 랜드 사인판 주변에서 여성용 신발이랑 재킷, 지갑을 발견했어요. 지갑 속엔 유서가 들어 있었고요. 아래를 내려다봤더니 거기에 시체가 있었어요. 1932년 9월 16일, 무비랜드 할리우드의 비극이 발생한다.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산의 정상부 Mount Lee 위에 설치된 HOLLYWOODLAND 사인판의 알파벳 'H'의 꼭대기에서 24살의 … [Read more...] about 할리우드의 두 비극, 피츠제럴드와 페그 엔트위슬 이야기
힙합도 얼마든지 좋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 나온 건 음악인을 꿈꾸며 TV를 통해 이 시상식을 보고 있을 어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입니다. 또 진심으로 순수하게 음악을 만들며 진실을 말하는 나의 모든 동료들에게도 말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우린 팩트가 아닌 의견에 기반한 스포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우승했다고 연말에 트로피를 들고 그러는 NBA가 아니란 말이죠. 당신의 노래를 하나하나 따라 부르는 팬들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승리자이고 고향의 영웅이에요. 봐요,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열심히 … [Read more...] about 힙합도 얼마든지 좋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습니다
나는 문장을 수집하려고 소설을 읽는다
오늘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진주와 모피』를 세 번 읽었다. 아침에 침대에서 한 번, 점심에 카페에서 한 번, 저녁에 식탁에서 한 번. 내친김에 네 번 읽으려다가 참은 건 브런치에 글을 써 갈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지인들이 자주 내게 묻는 말 "질리지도 않냐?"는 언제나 정당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타인의 '보는 눈'이란 늘 정확해서 자기 자신을 숨기거나 포장하려는 시도는 대개 헛되다. 피츠제럴드 소설의 묘미는 '집착'에 있다. 그는 세세한 상황 설명과 섬세한 심리 묘사 … [Read more...] about 나는 문장을 수집하려고 소설을 읽는다
여섯 발의 총을 맞고 살아난 갱스터 래퍼, 21 새비지
이제 힙합 시장은 꽤 많은 양의 돈이 자유롭게 흐르며 순환하는 비즈니스의 장이 되었습니다. 화려한 랩 스킬, 참신한 주제 의식, 트렌드에 부합하며 맛깔난 사운드 등을 개별적으로 치열하게 추구하고 그것들을 균형적으로 조합해 똑똑하게 선보일 줄 아는 사람은 힙합의 근원지 미국에서나 (애플식 표현으로) 힙합의 3.5차 출시국 한국에서나 괜찮은 대우를 받죠. 그들은 겨우 '힙합이나 하는 놈'에서 무려 '돈 잘 버는 아티스트'가 된 것입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래퍼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절대 숫자도 … [Read more...] about 여섯 발의 총을 맞고 살아난 갱스터 래퍼, 21 새비지
계기만 있다면 누구나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 모 대학교에서 전국 고교생 논술대회가 열렸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그날의 어떤 인상적인 장면은 여전히 강렬한 모양새로 마음속에 무늬 박혀 있다. 첫째, 주말 하루를 반납하고 막연히 대학 입학에 도움 될 거라는 혹시나 하는 마음가짐(상장이나 하나 건지자!)으로 그 커다란 강당 하나를 가득 채운 전국 각지 성실 우등생들의 수많은 뒤통수, 그리고 그들을 둘러보며 절로 터져 나왔던 '헉' 소리의 기억. 둘째, ‘환경오염’에 관한 자기 생각을 밝히라는 막연하기 짝이 없는 열린 … [Read more...] about 계기만 있다면 누구나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개인 블로그가 디자인 스튜디오로 진화하는 일
우리가 느낀 생생한 감정과 그때의 그 또렷한 감각을 구구절절 말로 열심히 떠든다고 한들 잘 선별된 사진 또는 그림 한 장이 지닌 그 어마어마한 설명력에 비할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해 좋아하는 브랜드나 공간, 물건, 서비스를 예쁘게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전송하거나 부러 직접 보여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 온라인을 돌아다니다가 느낌이 확 오는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저장해 스마트폰의 배경 화면으로 설정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취향'의 힘을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 [Read more...] about 개인 블로그가 디자인 스튜디오로 진화하는 일
어르신들의 패션 센스에 감탄할 준비 되셨습니까?
패션이든 글쓰기든 뭐든, 의식하고 애쓰면 잔뜩 힘이 들어가서 자연스러운 멋이 우러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 없이 편한 마음으로 오로지 '실용'과 '자기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멋은 '꾸밈 과잉'의 태도로 점철된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게 분명합니다. 인스타그램 계정 gramparents는 각국으로부터 수집한 멋쟁이 노인의 패션을 구경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미지 보관소입니다. 머리 위로 무심하게 올라앉은 … [Read more...] about 어르신들의 패션 센스에 감탄할 준비 되셨습니까?
스콧 피츠제럴드는 한때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였다
작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그리고 그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와 관련한 아주 쓸데없는 정보를 하나하나 싣는 매거진을 하나 시작해보려고 한다. 구체적인 형식이나 주제를 미리 정하진 않았다. 그때그때 마음이 내키는 소재를 하나씩 골라 관련 이야기를 풀어볼 생각이다. 다만 최대한 TMI의 느낌이 듬뿍 담긴 매거진을 구성해보려고 하는 기본적인 방침 정도는 가지고 있다. 내가 제일 잘하는 일 중 하나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를 혼자 신나서 구체적으로 떠드는 일이니까. 내가 처음으로 … [Read more...] about 스콧 피츠제럴드는 한때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