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대한민국을 수렁으로 빠트렸다. 진보·보수할 것 없이 각 매체는 연일 단독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오죽하면 한 작가는 작금의 상황이 상상 그 이상의 소설적 경험을 보여준다며, 자신 같은 소설가들은 더는 할 일이 없다고 한탄했을까. 그 작가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헌법’을 읽어야만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로고폴리스에서 펴낸 <지금 다시, 헌법>은 더없이 반가운 책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헌법을 쉽게 풀어냈다. 현 시국에서 살펴봐야 … [Read more...] about 지금 다시, 헌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
밥 딜런, 바람만이 아는 ‘꽃구경을 가는 이유’
“마치 꼬마가 창가에 서서 비가 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목소리예요.” –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中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영국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는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를 1위 후보로 올렸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고은 시인도 6위에 오르는 등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 예측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래드브록스 예측 8위로 순위 권 밖에 있던 밥 딜런이 … [Read more...] about 밥 딜런, 바람만이 아는 ‘꽃구경을 가는 이유’
이거,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 98%의 미래, 중년파산
야마모토 고헤이 리쓰메이칸대학 교수는 일본의 ‘로스트 제너레이션’과 한국의 ‘88만원 세대’를 비교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은 나이 많은 형, 한국은 그 뒤를 쫓아가는 동생이란 느낌이 든다. 약간의 시차가 있지만 한·일 젊은이들의 상황은 상당히 닮아 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을 보낸, 즉 사회 진출 시기가 일본의 버블 붕괴에 맞물려 정사원이 될 기회를 잃은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이름 그대로, 이들은 가난하고 … [Read more...] about 이거,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 98%의 미래, 중년파산
로자 파크스는 미국을 바꿨을까?
2016년 7월 6일 미국사회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경찰에 의해 흑인이 피살당하고 동영상이 퍼지게 되자 흑인들은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에 분노했다. 이 사건으로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인종 차별 경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과잉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 흑인이 백인 경찰들을 사살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또다시 미국사회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12명의 백인 경찰관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 [Read more...] about 로자 파크스는 미국을 바꿨을까?
新제국주의 시대의 호구 대한민국
박근혜가 아프리카로 순방을 떠났을 때 지난 5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떠났을 때, 일본에서는 G7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G7의 의제가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는 점과 박 대통령이 옵서버로 참여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아프리카에 새마을 운동의 정신을 전파하는게 북∙중∙일 외교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심지어 조선일보마저 박 대통령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을 ‘외교 라인의 중대한 판단 착오’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5월 … [Read more...] about 新제국주의 시대의 호구 대한민국
움베르토 에코를 떠나보내며
나는 움베르토 에코를 장 자크 아노의 영화로 처음 만났다. 숀 코너리와 크리스찬 슬레이터의 케미가 의외로 잘 어울려서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장미의 이름>을 텍스트로 읽은 건 무료했던 1992년 새내기 시절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라고 에코가 촘촘하게 심어놓은 ‘기표’와 ‘기의’를 만끽했던 건 아니었다. 내가 에코를 책으로 제대로 마주한 건 1997년이었다. 당시 지도교수님께 조교로 발탁되어 연구실 책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듀이십진분류법과는 다른 … [Read more...] about 움베르토 에코를 떠나보내며
새로운 스타일의 영웅, 데드풀
1960~1970년대는 홍콩 무협 영화의 전성기였다. 무협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기만 하면 관객들이 몰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홍콩의 영화 제작자들은 스튜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언제든 영화를 찍어 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무협 영화의 줄거리는 억울한 일을 당한 주인공이 권법의 고수로부터 권법을 전수받아 복수에 성공한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권법만 하나 있다면 새로운 영화가 한 편 만들어질 수 있었다. 당시 영화 제작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한 번도 소개된 일이 없는 새로운 … [Read more...] about 새로운 스타일의 영웅, 데드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던 조선 남자들
작년 8월 멕시코시티의 인류학박물관 앞. 기념품이며 간식거리를 파는 수많은 행상이 늘어서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리어카 한 대.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한쪽 커다란 냄비 안에는 삶은 옥수수가 가득했고, 다른 한켠에는 석쇠 위에서 옥수수가 벌겋게 달궈진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여름철에 가장 즐겨 먹는 간식이 옥수수였기에 주저할 것도 없이 삶은 옥수수를 달라 했다. 주인장은 끓는 물에서 옥수수를 하나 건지더니 중간 심지에 나무 꼬챙이를 하나 푹 찔러 박았다. 그러더니 마요네즈 … [Read more...] about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던 조선 남자들
우리는 이슬람을 알지 못한다 : 이슬람에 대한 3가지 편견과 배경
‘이슬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주로 나오는 대답은 이렇다고 한다. '테러와 폭력 종교’,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 ‘금기와 규제가 많은 사회’, ‘자기 고집-반미-다른 종교 박해’, ‘아라비안나이트’, ‘이집트-메소포타미아-인더스’, ‘석유-두바이-엄청난 자본 시장’... 이 중에 세 가지 키워드를 골라 따져보도록 하자.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 [Read more...] about 우리는 이슬람을 알지 못한다 : 이슬람에 대한 3가지 편견과 배경
이맹희 vs 이건희
“이맹희 씨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에요. 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양반이라고. 우리 집에서는 퇴출당한 양반이에요.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다, 그렇게 말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아버지도) 맹희는 완전히 내 자식이 아니다, 하고 제낀 자식이고 숙희는 이건 내 딸이 이럴 수 있느냐, 삼성의 주식은 한 장도 줄 수 없다고 20년 전에 그때 얘기를 하셔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2년 4월 25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 [Read more...] about 이맹희 vs 이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