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나는 8개월간 중국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성인이 된 후 언제나 꿈을 꾸던 '외국에서 일하며 사는 로망'이 현실이 된 거다. 여행으로 잠시 머무르는 게 아니라 외국에서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막연히 상상만 했었는데, 우연치 않은 기회에 체류하게 된 거다. 내가 가게 된 곳은 중국이었다. 상상은 늘 현실에 못 미치는 법이다. 내가 머무르는 곳은 북경이나 상해 같은 대도시가 아닌 거대한 대륙 땅덩어리 한 귀퉁이 성(省)의 성도(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북도의 도청이 있는 전주 정도의 … [Read more...] about 중국 병원 탐방기(記): 군인 병원 편
중국 병원 탐방기(記): 대학병원 응급실 편
열과 간지러움, 붓기로 충만한 밤을 꾸역꾸역 산더미 같이 쌓인 약을 먹으며 버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도가 없었다. 병원을 다녀온 다음 날 오후가 될 때쯤에는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내가 아무 기척이 없어 걱정이 된 통역 친구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통역 친구는 내 상태를 보더니 아무래도 응급실에 가야 할 거 같다고 이리저리 연락을 취했다. ‘응급실’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국에서도 안 가본 응급실을 외국에서, 그것도 중국에서 가게 될 줄이야. … [Read more...] about 중국 병원 탐방기(記): 대학병원 응급실 편
런던에서의 마지막 크림티
그날은 5일간의 런던 일정을 마무리하고 밤늦게 메가 버스를 타고 에든버러로 향하는 날이었다. 이번 생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런던을 오롯이 느끼고자, 휴일의 여유로움이 가득한 런던의 구석 동네를 돌았다. 콜롬비아 로드에 매주 일요일에 꽃시장이 선다길래 너무 늦게 도착한 탓인지 꽃의 “ㄲ”도 구경 못 했다. 한마디로 허탕을 친 것이었다. 해지기 전까지 다음 일정이 딱히 없던 터라 동네를 정처 없이 근처를 걸었다. 그런데 구글맵에 체크해 두었던 가고 싶었던 티룸이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 [Read more...] about 런던에서의 마지막 크림티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만난 ‘인생 카페’
작년,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했던 나는 나 자신과 약속 하나를 했다. 바로, 1일 1카페만 하자. 카페 문화의 본산인 유럽에서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 싶지만 그 다짐 아닌 다짐이 필요했다. 마음 같아서야 1일 4카페, 5카페 하고 싶지만 “시간적, 금전적 한계가 있으니 하루에 한 번만 카페에 가자!”라고 나와의 가혹한 약속을 한 것이다. 평소 커피 브레이크 타임이 주는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휴식을 몹시도 사랑하는 내가 참으로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었다. 1일 1카페라는 한계 때문인지 카페를 … [Read more...] about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만난 ‘인생 카페’
여행과 인생의 마지막 날은 닮아 있다
시작이 있으면 늘 끝이 존재한다. 나는 여행 계획을 짤 때, 여행 마지막 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따로 일정을 잡지 않고 비워둔다. 여기서 마지막 날은 비행기를 타는 날이 아니다. 오롯이 하루를 다 누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인 비행기 타기 전날을 말한다. 그날은 꼭 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 꼭 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또다시 가보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 가는 현지 마트에 가는 것이다. 한 달여간의 유럽 … [Read more...] about 여행과 인생의 마지막 날은 닮아 있다
그 평범한 맛의 밀크티가 특별한 이유
유럽 여행에서 박물관, 성당, 미술관을 빼면 뭐가 남을까? 그만큼 관광지의 지분에 있어서 엄청나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들이다. 최대한 배제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밀덕(밀리터리 덕후)도 아니고 성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 내가 에든버러 캐슬에 갔던 이유는 오로지 입장료 때문이었다. 다른 곳들에 비해 월등히 비싼 가격, 무려 16.5파운드(성인 기준)!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 있기에 그 가격을 받는지 삐딱한 미친 호기심이 발동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칼튼 힐로 산책 갔다가 오픈 시간에 … [Read more...] about 그 평범한 맛의 밀크티가 특별한 이유
저는 애쓰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만
날씨의 영향인지 여건의 영향인지 요즘 내 삶의 모토는 ‘애쓰지 않기’다. 그동안 무엇이 되기 위해, 무엇을 이루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종종거리며 살아왔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휩쓸려 가지 않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렇다 할 끼도 재능도 없었지만 이 바닥에서 10년 넘게 꾸역꾸역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열심’이었다. 저임금, 고노동, 무보장에 시달리는 프리랜서의 “乙 of 乙” 인생에서 유일한 무기였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잠재적 백수인 비정규 일용직 노동자는 일을 … [Read more...] about 저는 애쓰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만
부모님과 함께 ‘자유’ 여행하는 법
이 글은 해외 자유 여행 초보인 60~70대 부모님을 모시고 간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부모님과의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이 땅의 모든 아들, 딸들이 조금 덜 시행착오를 겪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썼습니다. 사실, 20대의 나는 시간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부모님 또한 평생을 그래 왔던 것처럼 먹고사는 데 열중하셨다. 해외여행은 팔자 좋은 남들의 이야기라 생각하시며 하루하루 사는데 열심이셨다. 하지만 아직 창창할 나이인 50대 중반이던 엄마가 오래도록 말썽인 … [Read more...] about 부모님과 함께 ‘자유’ 여행하는 법
중소도시 여행의 매력
나 역시 혈기 왕성한 시절에는 그랬었다. 유명하다는 곳은 무조건 가고, 이름난 곳에서 밥을 먹고, 핫스팟에 가서 최신 유행을 만끽해야 그게 여행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항공사 마일리지가 쌓이고, 여권에 찍힌 도장의 개수가 많아지니 달라지는 게 많았다. 여행의 취향이 생긴 거다. 정확히는 여행지를 선택하고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미묘한 차이야 있겠지만, 세계 어디나 대도시는 비슷비슷하다. 사람 많고, 복잡하고, 글로벌 브랜드들의 간판이 경쟁하듯 늘어서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공장에서 … [Read more...] about 중소도시 여행의 매력
“왜 해외에서까지 스타벅스를 가?”
21세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에게 스타벅스는 어떤 의미일까? 한때는 그곳에 들르는 것만으로 손가락질받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술도 담배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카페는 가성비 만점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스타벅스는 안정적인 맛과 서비스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나 또한 "스벅 없이는 못 살아" 수준의 '빠'는 아니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고정적으로 방문을 하는 충성스런 손님이다. 작업을 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서, 혼자 … [Read more...] about “왜 해외에서까지 스타벅스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