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칸투칸 8F에 최초 기고된 글입니다. 며칠 전, 아름이가 링크 하나를 보내주었다. ‘무료 성격 유형 검사, 성격 유형 설명’으로 이어지는 제목만으로도 킬링타임용 심리 테스트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때마침 바쁜 일도 없이 소파에 누워 있던 참이라 링크를 클릭하고 테스트를 이어갔다. 예상보다 섬세한 질문들 앞에서 몇 번 머뭇거리며 진행하다 보니 완료하는 데까지 7분이나 걸렸다. 킬링타임치곤 꽤 신중했던 터라 내심 결과가 궁금했다. 몇 초의 기다림 후 읽게 된 결과 … [Read more...] about 이해할 필요 없고, 그냥 인정만이라도
내게 자존감은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돌고래 같아서
※ 이 글은 칸투칸 8F에 최초 기고된 글입니다. 나에게 있어 자존감은 일정한 주기로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돌고래 같다. 온몸이 물 밖으로 나와 빛날 만큼 자존감이 넘치는 시기가 있고 나면 반드시 깊은 수심으로 가라앉아 식별할 수 없을 만큼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런 반복을 여러 번 겪으면서 오르내림의 주기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을 때도 곧 세상이 나를 등지는 순간이 오겠구나 하는 마음의 … [Read more...] about 내게 자존감은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돌고래 같아서
누구보다 든든한, 개복치의 태도
※ 이 글은 칸투칸 8F에 최초 기고된 글입니다. 개복치의 등장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언급했는지는 몰라도 어느새 개복치는 ‘유약한 정신력’을 가진 존재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2014년 8월, 한국수자원공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유리멘탈 물고기 개복치의 사망원인’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기록된 14가지 사망원인은 다음과 같다. 아침햇살이 너무 강력해서 사망. 바닷속 공기 방울이 눈에 들어가서 스트레스로 사망. 바닷속 염분이 피부에 … [Read more...] about 누구보다 든든한, 개복치의 태도
취향은 ‘발굴’하는 것이다
※ 이 글은 칸투칸 8F에 최초 기고된 글입니다. 저격할 취향이 있다는 건 꽤 그럴듯한 취향이 있고, 그것을 드러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유유상종이라고, 십수 년 전만 해도 나처럼 취향 따위에 무딘 인간들 주위엔 죄다 비빔밥처럼 아무 취향이나 가리지 않고 비벼대는 친구들뿐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인스타그램 10분만 돌아다녀도, 마음에 쏙 드는 취향의 저격 사례에 눈과 가슴에 구멍이 뻥뻥 뚫리고 만다. 비록 인스타그램이 위장된 아름다움으로 넘쳐난다고는 해도, … [Read more...] about 취향은 ‘발굴’하는 것이다
떡볶이 국물의 마음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바야흐로 뉴밀레니엄 시대의 2000년이었다. 당시 내 고향 김해는 타지 사람들의 흔한 오해처럼 김해평야만 펼쳐진 곳은 아니었다.(심지어 나는 김해평야를 본 적도 없다.) 백화점이나 지하철은 없었지만 홈플러스와 CGV를 비롯한(사실 그 둘이 전부였다.) 갖가지 아기자기한 공원과 학교와 학원과 전통시장과… 아무튼 나름대로 도시의 면모를 갖춰가는 중이었다고 하자. 물론 지금은 부산지하철 2호선과 연결되는 경전철이 들어서고 대형마트 업계의 3대장인 이마트와 … [Read more...] about 떡볶이 국물의 마음
면식범(麵食凡)의 면 이야기, 우동
※ 이 글은 칸투칸 8F 칼럼으로 최초 기고된 글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얼굴을 아는 범인’를 뜻하는 면식범(面識犯)이 아니라 그냥 ‘면 요리 먹는 평범한 사람’ 면식범(麵食凡). 방금 내 멋대로 지어낸 동음이의어다. 오늘은 우동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국물이, 끝내줘요! 내 기억 속, 우동에 관한 최초의 기억은 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의 어느 추운 겨울밤. TV에선 탤런트 김현주가 세상에서 가장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우동 국물을 … [Read more...] about 면식범(麵食凡)의 면 이야기, 우동
플리스 전성시대의 윤리학
※ 이 글은 칸투칸 8F에 최초 기고된 글입니다. 3층 카페에서 내려다보면 패션이라고는 그야말로 ‘1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이나 컬러, 소재가 무엇인지 정도는 쉽게 알 방법이 있다. 바로 번화가의 2층 또는 3층 카페에 앉아 유심히 창밖을 바라보는 것. 인터넷 포털에 ‘2018 F/W 패션 트렌드’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카페에서 쉴 새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군중들의 면면을 살피다 보면 더 직관적으로 유행을 확인할 수 … [Read more...] about 플리스 전성시대의 윤리학
때로 맥주는 맥주만으로 충분하지
맥주 마시기 좋은 날 언제 한번 보고 밥이나 먹자, 아니면 커피라도 한잔하자. 대학교 졸업 이후 가장 많이 했던 빈말 중 하나가 아닐까. 물론 몇몇은 아주 빈말은 아니었지만, 결국은 성사되지 않았고, 성사되지 않았음에도 큰 타격이 없다는 사실만은 여전했다. 사실 저런 얘길 주고받는 두 사람 모두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같이 밥 먹을 일이 없을 것이며,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한 시간씩 함께 있기엔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는 것을. 그런데 “야, 술 한잔하자.”는 … [Read more...] about 때로 맥주는 맥주만으로 충분하지
바나나는 못 먹지만, ‘바나나 맛’은 좋아
이따위 편식이 다 있어? 지금의 여자친구와 10년을 함께 했다. 스물에 만나서 이제 서른이니 서로의 이십 대를 통째로 맞교환한 셈이다. 때문에 사랑은 늘 어려워도 서로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의 편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여자 친구조차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내 편식 증세가 하나 있는데, 바로 ‘바나나는 못 먹으면서, 바나나 맛 제품은 즐기는 것’이다. 나는 바나나의 질감을 견딜 수가 없다. 과일이라기엔 이상하리만치 퍽퍽한 겉 부분도 별로지만, 심지의 … [Read more...] about 바나나는 못 먹지만, ‘바나나 맛’은 좋아
턱걸이만 10년, 초심자를 위한 팁
제목을 적어놓고서 ‘너무 거창한 제목인가…’ 고민했다. 누가 보면 무슨 턱걸이 마스터인 줄 착각할 것 같아서. 하지만 분명 거짓말은 아니고 턱걸이 10년 했다고 무슨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니 당당히 말해본다. 턱걸이만 10년쯤 해왔다고. 고등학생 때 잠깐 체육대학교 입시 준비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부터 서른인 지금까지 헬스장을 가든 동네 공원에서 운동하든 반드시 턱걸이를 해왔다. 그 덕에 비교적 큰 머리에도 어깨며 등이 넓다는 얘길 듣는 편이다. 요즘은 사실 조금만 관심을 두고 유튜브나 … [Read more...] about 턱걸이만 10년, 초심자를 위한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