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적어놓고서 ‘너무 거창한 제목인가…’ 고민했다. 누가 보면 무슨 턱걸이 마스터인 줄 착각할 것 같아서. 하지만 분명 거짓말은 아니고 턱걸이 10년 했다고 무슨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니 당당히 말해본다. 턱걸이만 10년쯤 해왔다고. 고등학생 때 잠깐 체육대학교 입시 준비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부터 서른인 지금까지 헬스장을 가든 동네 공원에서 운동하든 반드시 턱걸이를 해왔다. 그 덕에 비교적 큰 머리에도 어깨며 등이 넓다는 얘길 듣는 편이다.
요즘은 사실 조금만 관심을 두고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검색해보면 턱걸이와 관련된 정말 다양하고 유용한 콘텐츠가 많다. 그런 자료들의 내용과 함께, 내가 직접 턱걸이를 하며 느낀 실제 팁들을 함께 공유해보려고 한다. 우선 턱걸이를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들을 위한 정보와 팁을 준비했다. 거창한 운동 지식이나 기구, 큰돈이 없어도 당장 철봉으로 달려가 할 수 있는 턱걸이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쳐보자.
1. 당기기 전에 매달릴 줄 알아야 한다
흔히 턱걸이를 당기는 운동, 어깨 후면과 승모근, 등 쪽의 광배근 등등을 단련하는 운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선 당기기 전에 매달리는 것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 팔을 편 상태로 철봉에 제대로 매달리려면 몸 뒤쪽의 근육보다도 당장 쥐는 힘인 악력과 기본적인 팔 근력이 받쳐줘야 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는 말처럼 잘 매달리려면 무작정 그냥 매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긴 하다. 따로 악력기를 사서 단련하거나 덤벨로 전완근, 이두근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TIP. 매달려서 이동하라
여기서 매달리기 훈련을 위한 나만의 팁! 이건 고등학생 시절 체대 입시를 준비할 때 했던 방식이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나는 온몸을 요동쳐가며 턱걸이를 겨우 2-3개 밖에 못했다. 그런데 이 방법을 통해 불과 한 달 만에 차분한 자세로 5개 이상을 하게 된 기억이 있다. 팁은 간단하다. 보통 동네 공원의 철봉을 보면 높이 순서대로 3~5개 정도의 철봉이 나란히 붙어 있다. 가장 낮은 쪽이든, 가장 높은 쪽이든 처음 매달린 곳에서부터 옆으로, 옆으로 철봉 사이를 이동하는 훈련법이다.
당연히 높이가 낮아져도 바닥에 발이 닿아선 안 된다. 가만히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훈련보다 역동적이라 더 재미있고, 이동 중에 흔들리는 코어를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악력과 팔 근력뿐만 아니라 복근과 어깨 후면, 광배근도 일정 부분 단련되는 효과가 있다.
2. 데드 행과 숄더 패킹
아마 운동에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진 분들이라면 이미 익숙한 단어들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관련된 내용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의 많은 콘텐츠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간단히 개념만 설명하자면 데드 행(Dead Hang)은 완전히 팔을 폈다가 턱걸이를 하는 것이고, 숄더 패킹(Shoulder Packing)은 견갑을 후인, 하강시킨 상태까지만 내려왔다가 턱걸이를 하는 것이다. 견갑 후인, 하강은 쉽게 말해 가슴을 활짝 열고 날개뼈를 뒤로 젖힌 상태(견갑 후인)에서 위로 올라간 어깨를 아래로 내린다는 느낌으로 날개뼈를 아래로 내린(견갑 하강) 자세를 유지하며 턱걸이를 한다는 뜻이다.
두 가지 방법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100%는 아니지만, 발달하고자 하는 근육에 더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는 보디빌딩 스타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숄더 패킹 방식을 선호하고, 근육의 완전한 수축과 이완을 통한 정자세를 강조하는 맨몸 운동이나 체대 입시 쪽에서는 데드 행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사실 어느 방식이든 어깨 후면과 이두근, 승모근, 광배근 등의 발달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TIP. 숄더 패킹 자세부터 연습해라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방식 모두 활용하는 편이다. 나는 키 175cm에 몸무게 88kg의 신체 조건을 가졌으며 보통 한 번에 10~12개, 4~5세트 정도를 한다. 처음 2세트 정도는 데드 행으로 천천히, 근육의 완전한 수축과 이완에 집중한다. 나머지 2, 3세트는 숄더 패킹 상태에서 데드 행 방식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광배근에만 집중하며 턱걸이를 한다.
만약 턱걸이 5개 미만의 초심자라면 앞서 언급한 매달리기 훈련을 적어도 2주 이상 한 후에 숄더 패킹 자세 연습을 추천한다. 숄더 패킹한 상태에서 턱걸이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매달린 상태에서 숄더 패킹만 하는 거다. 쉽게 말해 몸에 힘을 뺀 ‘데드 행’ 자세로 매달려 있다가, 철봉 쪽으로 가슴을 열며 날개뼈를 뒤로 모아주고(견갑 후인), 올라온 어깨를 내려준다는 느낌으로 날개뼈를 내려주는(견갑 하강) 숄더 패킹까지만 자세를 취했다가 다시 데드 행 자세로 돌아오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10번 정도만 하면 어깨 후면과 승모근, 등 안쪽에 자극이 강하다. 백 마디 말, 한 장의 사진보다 다음 동영상을 보시라.
3. 팔꿈치의 방향은?
중급자 편에서 그립에 따른 차이점도 말하겠지만, 우선은 가장 일반적인 와이드 오버 그립 방식을 기준으로 팔꿈치의 방향을 알아보자. 어깨 넓이보다 조금 더 넓게, 얼굴과 손등이 마주 보도록 철봉을 잡고 매달리는 방식이 ‘와이드 오버 그립’이다. 턱걸이를 통해 발달하고 싶은 신체 부위는 아마도, 대부분, 등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와이드 오버 그립 턱걸이는 광배근을 자극해 등의 넓이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팔꿈치의 방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운동 효과는 천지 차이다. 기껏 와이드 오버 그립으로 철봉을 잡아놓고서, 팔꿈치 방향이 앞쪽을 바라보게 하며 턱걸이를 하게 되면 광배근보다도 어깨와 팔 근육이 더 많이 개입된다. 뿐만 아니라 가슴이 충분히 열리지 못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도 있다. 와이드 오버 그립 턱걸이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매달렸을 때 팔꿈치가 향하는 방향, 즉 옆쪽으로 팔꿈치가 굽혀졌다가 펴지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야 최고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가슴이 열리고, 억지로 턱을 앞으로 쭉 빼지 않아도 저절로 철봉 위로 턱이 올라간다.
TIP. 팔꿈치를 등 뒤로 보내보자
개인적으로 와이드 오버 그립으로 턱걸이를 하면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팁은 최고 지점에서 팔꿈치는 등 뒤로 보내는 것이다. 포인트는 ‘더 많이 당겨야지, 더 높이 당겨야지’ 같은 거창한 생각이 아니라 단순하게 ‘여기서 팔꿈치를 조금 더 등 뒤로 보내보자’라는 느낌으로 수행한다.
이렇게 하면 가슴이 열린 견갑 후인, 하강 자세를 최고 지점에서 다시 상기할 수 있고, 광배근에 확실한 자극을 줄 수 있다. 또 버릇 때문에 팔꿈치 방향이 다소 앞쪽에 위치한 상태에서 올라갔다 하더라도 팔꿈치를 등 뒤로 보내려는 시도 덕분에 자세가 수정되는 효과도 있다.
4. 턱걸이는 정적인 운동이다
요즘은 맨몸 운동의 한 종류인 스트리트 워크아웃이 꽤 많이 대중화되어서, 관련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영상을 찍은 분들은 나 같은 ‘동네에서 턱걸이나 조금 하는 형’이 아니라, 이미 일정 경지에 오른 분들이라, 날다람쥐나 원숭이처럼 철봉과 평행봉 위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해서 턱걸이를 아주 동적이고 화려한 운동이라고 오해하는 초심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턱걸이는 아주 정적인 운동이다.
턱걸이는 매달리는 자세부터 당기고, 원래 자세로 돌아오는 과정 전체에 어떤 반동이나 흔들림이 없는 것이 가장 좋다. 반동이나 흔들림이 있을수록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하기 어렵고, 순수한 근력이 아니라 반동에 의한 추진력으로 턱걸이를 수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정적인 턱걸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전체 동작을 느리고 정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당길 때 숨을 내뱉고, 다시 팔을 펼 때 숨을 들이쉬면서 매회 올바른 자세를 의식해야 한다. 화려한 영상 속의 그분들도 바로 이런 정적인 기본을 다졌기 때문에 그렇게 날아다닐 수 있는 거니까.
TIP. 내려올 때 더 느리게! ‘네거티브 훈련’을 활용하자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운동을 수행하는 훈련은 포지티브 훈련, 중력 방향으로 운동을 수행하면서 버티는 것을 네거티브 훈련이라고 한다. 보통의 초심자들이 덤벨로 운동하거나 턱걸이를 할 때는 덤벨을 들고 턱걸이를 당기는 포지티브 운동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네거티브 훈련을 통해 포지티브 훈련에 필요한 근력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특히 기본 근력이 부족한 초심자의 경우 덤벨을 천천히 내리고, 턱걸이를 했다가 천천히 내려오는 네거티브 동작을 천천히 수행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천천히 하기가 참 어렵다. 힘이 더 들어서기도 하지만, 더 많은 개수를 채우면서 느끼는 성취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기면서 올라갈 때는 전력을 다해 빠르게 올라가더라도, 내려올 때만큼은 천천히 내려오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사실 턱걸이는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과정 전체가 운동이지만, 보통은 ‘턱걸이를 몇 개나 당기는지’에만 관심을 두니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당기고 더 올라가기 위해서만 기를 쓰게 된다. 이런 욕구를 모르지 않으니 올라갈 때는 전력으로 올라가되 내려올 때는 조금 더 느리게 내려오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원문: 김경빈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