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칸투칸 8F 칼럼으로 최초 기고된 글입니다. 뜨끈한 국물을 즐길 수 있는 막바지 정진정명 여름이다. 청바지가 갑갑하고 덥다. 밤공기에서 짙은 열대야의 낌새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뜨겁고 화끈한 불닭볶음면보다 차갑고 매콤 새콤한 비빔면이 더 땡긴다. 여름이라서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반가우면서도, 너무 갑작스러운 더위 앞에서 괜히 지난겨울의 뜨끈한 국물들이 아쉽기도 하다. 땀 뻘뻘 흘리며 뜨끈한 국물을 즐기고 싶었다. 돼지국밥도 좋고, 설렁탕, 갈비탕도 좋다. … [Read more...] about 육개장의 내력을 곱씹다
가끔은, 시리얼 바를 먹어도 괜찮아
밥을 잘 챙겨 먹어야지 요즘은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을 여실히 실감하며 지낸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오후 1시쯤까지 공복 상태로 택배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일이 끝날 때쯤이면 여전히 볼록한 내 배를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뱃가죽이 등짝에 붙어버린 게 아닐까…’하는 인지부조화적 심정이 밀려든다. 덕분에 점심이라고 해봐야 백화점 직원 식당의 뻔한 정식 메뉴인데도 매번 감탄하며 먹게 된다. 아직 내가 가진 단어가 얼마 되지 않던 어린 시절엔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도 별로 와 닿지 … [Read more...] about 가끔은, 시리얼 바를 먹어도 괜찮아
한소끔 이후의 맛, 김치찌개
자취생의 자격, 요리 스물 이후, 군 복무 기간과 본가에서 집밥을 먹으며 지냈던 휴학 기간을 제외하면 약 6년 동안 ‘자취생’ 신분으로 살아왔다. 겨우 1평이 될까 말까 한 고시원의 공동 부엌에서부터 그보다 형편이 나아진 원룸의 부엌에 이르면서, 겨우 라면이나 계란 프라이 수준에 머물렀던 나의 요리도 조금씩은 구색을 갖출 수 있었다. 지난 6년 동안 나는, 꽤 그럴듯한 한 끼로는 볶음밥만큼 수월한 메뉴가 없다는 것, 웬만한 찌개나 국 요리의 기초 단계가 비슷하다는 것, 라면보다 … [Read more...] about 한소끔 이후의 맛, 김치찌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하자
난간이 뭐길래 중학교 1학년 때 내 청소 구역은 2층 계단이었다. 청소 첫날, 깐깐하고 히스테릭한 성격의 담임선생님은 각 구역을 돌며 학생들에게 ‘제대로 청소하는 방법’을 지도했다.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 대부분은 집에서 자기 방조차도 제 손으로 치워보지 않았을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청소를 맡기기에 불안하셨겠지. 담임선생님의 청소 매뉴얼은 효율적이고 확실했다(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은 흡사 군대식 청소 매뉴얼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정해진 규칙을 꽤 잘 지키는 … [Read more...] about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하자
타르트 예찬
진짜 ‘한 입’의 음식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왔을 텐데, 신기하게도 과거를 되짚다 보면 공감의 기억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예를 들면 야, 한 입만. 절대 안 먹겠다던 형이나 누나가 라면 다 끓이고 나면 꼭 하던 말. 내가 매점에서 빵 사 먹을 때마다 어떻게 알고 나타난 친구가 하던 말. 짜장면이랑 짬뽕을 시키면 꼭 누군가는 하던 말. 그 시절의 ‘한 입만’은 그야말로 ‘한 입’ 일뿐이었는데도 어찌나 얄밉던지. 그래도 그 시절의 라면이나 빵, 짜장면은 한 입 … [Read more...] about 타르트 예찬
스포츠 브랜드로 살펴보는 브랜드 성장의 2가지 통과 의례
※ 이 글은 칸투칸 8f에 최초 기고된 글입니다. 스포츠 브랜드의 정체성 등산, 아웃도어, 골프, 수영 등등의 한정된 스포츠 범위의 브랜드를 제외하면 국내 종합 스포츠 브랜드 시장의 굳건한 서열은 큰 틀에서 몇십 년째 변화가 없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투톱으로 푸마, 리복, 뉴발란스, 아식스 등의 브랜드가 포진하고 최근 뜨는 언더 아머 정도의 브랜드가 전국의 번화가와 온라인 쇼핑 지도에서 춘추전국시대를 재현한다. 물론 프로스펙스, 르까프 등의 국내 브랜드도 과거에 비해 … [Read more...] about 스포츠 브랜드로 살펴보는 브랜드 성장의 2가지 통과 의례
‘라이프 스타일’, 살다 보면 생기는 것
라이프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 우리말로 옮기자면 ‘생활양식’ 정도 되겠다. 입고, 먹고, 사는 전반적인 생활의 방식 또는 콘셉트랄까, 뭐 그런 거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라이프 스타일의 종류가 지금처럼 다양하게 용어화되지도 않았고, 심지어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단어조차도 지금처럼 흔하게 사용되지 않았다. 그 시절에도 분명 모두가 모두의 ‘라이프’를 살아내고 있었을 텐데. ‘스타일’이라는 것을 대표적인 특징으로 말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변주와 경계의 모호성 때문에 그 실체는 저마다 … [Read more...] about ‘라이프 스타일’, 살다 보면 생기는 것
그릇의 의미
밥그릇으로 식량 부족 해결!? tvN 채널에서 ‘종합 인문학 예능 버라이어티’로 시작했던 <알쓸신잡>. 개인적으로는 김영하 작가를 좋아해서 시즌 1을 더 애청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목포 편에서, 각자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그야말로 ‘알쓸신잡’을 나누던 대화 도중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 밥그릇이 국가 권력이 밥그릇도 통제한다는 것의 상징이다. 이건 박정희 정부에서 만들어진 밥그릇이다. 밥을 한 사람이 너무 많이 먹으니까 모자랐다. … [Read more...] about 그릇의 의미
우주 부동산 시대, 달을 분양하다
1000/38 꽤 괜찮은 원룸 내 방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8만 원 원룸이다. 원래는 40만 원인데 2만 원 깎았다. 그런대로 불편하지 않게 잘살고 있다. 여름에 모기가 많은 것만 빼면 채광, 수압, 습기,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외부적으로는 교통 편리하고, 관공서 가깝고, 무엇보다도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광안리 바다가 펼쳐진다. 광안리 불꽃축제 때는 집 앞마당 나서듯이 감상하고 오기도 했다. 1년이 넘도록 사는데 여전히 1000/38이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쭉 이 … [Read more...] about 우주 부동산 시대, 달을 분양하다
‘진실의 입’, 소비자는 알고 있다
난 나만 믿는다 나는 ‘요즘의 청년 세대’ 치고도 꽤 심한 길치다. 심지어 20년을 살았던 내 고향, 김해에서도 길을 헤매는 바람에 여자 친구는 스스로 나의 내비게이터를 자처하게 되었다. 무려 6, 7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거지만 여자 친구도 날 만나기 전엔 스스로를 길치라 여겼단다. 때로는 극약이 최고의 치료제이기도 한 걸까. 아무튼, 이런 나의 길치 성향은 철저히 유전자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엄마는 심각한 방향치라 어디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잠깐, 뇌 … [Read more...] about ‘진실의 입’, 소비자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