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를 그리는 동안 설거지를 해주고, 고양이 화장실을 치워주고, 청소기를 돌려주는 파트너가 없었더라면 나는 꾸준히 창작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창작해서 곧 출간되는 책에는 나의 이름만 들어갈 것이다. 드러난 성취 뒤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빠가 30년간 이뤄낸 성취 뒤에는 괄호 열고 엄마의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 아빠가 30년간 직장에서 놀고먹지 않았듯 엄마도 30년간 집에서 놀고먹지 않았다. 새로운 우리의 팀플 속에서 존중받지 않는 … [Read more...] about 드러난 성취 뒤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하여
함께 가지 못하는 길
지체 장애가 있는 친구와 계단을 내려가며 속으로 얼마나 식은땀이 흘렀는지 모른다. '왜 이렇게 계단이 많은 길로 오자고 했을까?' '왜 여기 계단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까?' 스스로의 무심함에 놀랐다. 세상이 새로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관에서, 대중교통에서, 학교에서 장애가 있는 개개인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이제야 조금씩 질문하게 된다. 나에게 너무나 편안했던 세상을 더 이상 편안하게 바라보지 못할 거 같다. 우리가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아주 미묘한 방식의 … [Read more...] about 함께 가지 못하는 길
즐거움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즐거움을 기르고 싶다
올봄 나는 내가 에너지를 얼마나 줄줄 흘리면서 다니는지 깨달았다. 요새는 그런 생각이 든다. 불쾌한 채로 보내는 시간들이 아깝다. 걱정과 불안으로 낭비되는 마음이 아깝다. 그런 시간과 마음을 아껴 나는 즐겁고 싶어졌다. 어떤 일이 있어서 즐거운 게 아니라 에너지가 있으면 무엇이든 즐거워진다. 커피 마실 날을 일주일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즐거움. 저녁 먹고 산책을 나가는 즐거움. 재미있는 드라마나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 이지와 함께 잠드는 즐거움. 자꾸자꾸 내 안에 즐거움을 기르고 … [Read more...] about 즐거움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즐거움을 기르고 싶다
돌아와서 들려줘, 당신의 이야기를
1년 후든, 3년 후든, 5년 후든 다시 돌아와서 말해줘요. 나에게 털어놓았던 고통이 어떻게 변했는지, 혹은 변하지 않았는지. 살아서 다시 말해주겠다고 약속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 [Read more...] about 돌아와서 들려줘, 당신의 이야기를
내 마음 시방 위험한 복어
스트레스가 가득한 삶의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이럴 때 나에게, 남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려면 느물거려야 한다. 슬렁술렁흐믈후물 스을쩍 지나가야 한다. 어깨에는 부담 대신 고양이를 올려놓고 명치가 쪼여올 때면 속으로 노래를 부르자. 마음이 다시 살구처럼 말랑해질 때까지. 여름 수박처럼 시원해질 때까지.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 [Read more...] about 내 마음 시방 위험한 복어
돈과 새로운 관계 맺기!
그렇게… 300만 원은… 저에게… 귀한 가르침을 주고 떠났습니다……. 나는 떠난 300만 원의 넋을 기리며… 돈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보기로 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기를, 돈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돈을 잃는 경험은… 휴… 적당히…ㅋㅋㅋ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 [Read more...] about 돈과 새로운 관계 맺기!
냉방병보다 무서운 ‘유능병’에 시달리는 당신에게
요새 짜증이 바짝바짝 난다 했더니, 기대해서 그랬나 보다. 지금 내게 닥친 모든 일을 다 잘 해낼 거라고 어려운 기대를 했나 보다. 남들을, 나를 실망시킬 것만 같아 미리 그렇게 짜증이 났나 보다. 기대하는 건 참 어렵구나.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 [Read more...] about 냉방병보다 무서운 ‘유능병’에 시달리는 당신에게
질문하는 심리학을 원한다
최근 미국정신분석학회는 동성애를 질병으로 규정했던 역사에 대해 사과했다. 진단은 차별을 위해 고안되지 않았다. 나는 정신질환의 진단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이상'으로 규정하는 것, 적응과 기능이 무엇인지를 정하는 것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걸 다같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나는 소위 비정상을 정상으로 고치거나 정상에 가깝게 보이도록 만드는 심리학을 원하지 않는다. 정상이란 무엇이고, 무엇을 이상으로 규정하며, 왜 그런 … [Read more...] about 질문하는 심리학을 원한다
가볍고 쓸데없는 일들로 시간을 보내자
쉬어야 할 때가 언제냐면, 바로 지금이야. 너무 중요한 일들 사이에서, 너무 바쁘다고 느껴진다면. 가볍고 쓸데없는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온 거야. 바쁜 와중에 왜 그림을 그리고, 산책을 하고, 노을을 보고, 친구와 수다를 떠냐면… 그러려고 사는 거니까. 콧노래를 부르는 법을 잊지 않으려고. 여름이 오는 냄새를 맡으려고. 그런 가볍고 쓸데없는 일들을 하려고. 다음 한 주는 그렇게 살아보기로 약속한 거야, 우리 친구들. 가볍고 쓸데없게.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 [Read more...] about 가볍고 쓸데없는 일들로 시간을 보내자
아무튼, 심리상담 유통 중
심리상담센터는 그냥 사업과 다른 거 같다. 그럴 수밖에 없고. 상담 윤리, 상담자 소진, 내담자 이익, 직원 복지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하며 아주 천천히 섬세하게 움직여야 하는 사업. 이 사업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한계들 속에서 우리가 어떤 경험들을 만날 수 있을지 그건 무한한 불확실 속에 있다.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 [Read more...] about 아무튼, 심리상담 유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