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매일 영어책을 낭독하면 생기는 힘’ 시리즈입니다. 아랫글에서 이어집니다.
- 원서를 읽는 새로운 방법: 직독직해의 신세계
- 낭독 북클럽을 조직하다
- 낭독을 강조하는 이유가 뭘까?
- 몰입의 힘, 함께의 힘, 다양성의 힘
- 쫄지 않는다, 리딩이 빨라졌다
- 실패하지 않는 첫 원서 고르는 법
꼼꼼히 읽고픈 당신을 위해
한국어와 영어의 가장 큰 차이는 어순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는 “나는 제인과 점심 먹었다”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나는+먹었다+점심을+제인과 (I ate lunch with Jane)”라는 순서로 말해야 한다. 여기에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왜 먹었는지에 대한 추가 정보들이 붙게 되면, 문장은 길어지고 자연스레 머릿속에 정리해야 할 것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길을 잃는다. ‘잠깐, 누가 뭐 했다고 했지?’ 하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나가야 한다.
영어 원서를 읽을 때 가장 많이 드는 혼란이 이런 것이다. 혼자 눈으로 읽어 나갈 때는 ‘내가 잘 이해하는 것이겠지’ 하는 믿음으로 일단 읽는다. 하지만 한 장 읽고 나면 뭔가 2% 부족한 게 느껴진다. 때로는 앞에서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다른 상상의 영역에서 헤매기도 하고, 분명 읽긴 읽었는데 무엇을 읽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눈으로 읽다 보면 빠르게 읽는 것 같지만, 그냥 ‘책을 봤다’ 는 것과 정말 ‘이해하고 넘어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원서 리딩 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간 부분, 자세히 읽지 않아 내용을 놓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꼼꼼하게, 저자가 쓴 글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원서를 읽을 수 있을까? 원작의 감동을 어떻게 하면 100% 느낄 수 있을까? 그래서 시작한 스터디가 “원서 직독직해” 낭독 북클럽이었다.
원서 직독직해 소개
‘직독직해’ 방식은 영어의 어순대로 앞에서부터, 의미 단위로 끊어서 차례대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I will go to Paris during this summer vacation’이라는 문장이 있다. 그러면, 주어 동사 목적어 어순에 맞춰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해석하는 게 아니라,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끊어서 읽는다. “나는 파리에 갈 겁니다” 끊고, “이번 여름 방학에요” 이렇게 말이다. 문장이 길어지면, 계속 이어 붙여서 해석하면 된다. 조금 더 붙여 볼까?
I will go to Paris during this summer vacation with my friend Jane, who I have known since high school.
문장이 길어져도 쫄 것 없다. 그대로 이어서 해석하면 된다. “친구 제인이랑 같이 갑니다” 끊고 “우린 서로 알아 왔어요” 끊고 “고등학교 때부터 말이죠”라고 말이다. 여기서 더 길어져도, 계속 문장을 이어 붙여 차근차근 해석해 나가면 된다.
직독직해에 그룹 스터디 방식을 더했다. 6명이 한 조가 돼서 스카이프 그룹 통화로 매일 1시간씩 원서 책을 소리 내서 직독직해하는 것이다. 첫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인 『기억 전달자(The Giver)』와 『아름다운 아이(Wonder)』로 시작했다. 두께도 적당하고, 내용도 흥미진진하고, 단어 수준도 어렵지 않아 시작 책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방법은 기존 원서 낭독 방법과 동일하다. 돌아가면서 2단락씩 소리 내서 읽는다. 기존 원서 낭독 북클럽과 다른 점은, 영어 문장을 소리 내서 한번 읽은 후, 바로 직독직해로 해석하는 것이다.
직독직해 맛보기
『아름다운 아이』의 첫 단락을 직독직해하면 아래와 같다. 한번 같이 따라 해 보면,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Wonder
– Chapter 1 –I know I’m not an ordinary ten-year-old kid.
‘나는 압니다’ (끊고) ‘내가 평범한 10살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요’I mean, sure, I do ordinary things. I eat ice cream. I ride my bike. I play ball. I have an XBox.
‘내 말은’ (끊고) ‘물론, 나도 평범한 것들을 하지요’ (끊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요’ ‘나는 자전거도 타요’ ‘나는 공놀이도 하고요’ ‘나는 XBox 도 있습니다’Stuff like that makes me ordinary. I guess. And I feel ordinary.
‘이런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어주죠’ (끊고) ‘내 생각에는요. 그리고 나는 평범하다고 느낍니다.’Inside. But I know ordinary kids don’t make other ordinary kids run away screaming in playgrounds.
‘마음속으로는요’ (끊고) ‘그러나 나는 압니다’ (끊고) ‘평범한 아이들은 다른 평범한 아이들을 달아나게 만들지 않죠’ (끊고) ‘운동장에서 비명을 지르면서요.’I know ordinary kids don’t get stared at wherever they go.
‘나는 압니다’ (끊고) ‘평범한 아이들은 쳐다보는 시선을 당하지 않죠’ (끊고) ‘그들이 어디를 가든 지간에요.’If I found a magic lamp and I could have one wish, I would wish that I had a normal face that no one ever noticed at all.
만약 내가 매직 램프를 찾을 수 있다면 (끊고) 내가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끊고), 나는 소망할 것입니다 (끊고) 내가 평범한 얼굴을 가지게 해 달라고요 (끊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게 말이에요.
- R. J. 팔라시오, 『아름다운 아이』 中
『아름다운 아이』는 선천적 안면기형인 얼굴을 가진 10살 꼬마의 성장기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린 책이다. 멤버들과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느꼈을 슬픔과 친구들 간의 우정과 가족들 간의 사랑에 감명받아 함께 눈물 흘린 기억이 있다. 이렇게 의미 단위로 한 문장씩 읽어나가면 어느새 한 장이 끝나고, 한 챕터를 마치고, 마침내 한 권을 완독하는 것이다. 완전한 감동과 함께 말이다.
원서 직독직해 방법이 좋은 이유 3가지
이렇게 작년 4월부터 시작한 직독직해 그룹방의 책이 벌써 10권을 넘었다. 일반 낭독과 달리, 원서 직독직해의 장점을 3가지 정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눈으로 후루룩 읽어서 지나칠 부분을 꼼꼼히 점검 가능하다.
혼자 읽을 때보다 진도는 늦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줄 한 줄 직독직해로 읽으면 문법이나 구조가 다시 보인다. 마치 생선 살을 발라내듯이 문장을 분해하며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2.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적 차이가 느껴진다.
영어는 주어를 사물로 하느냐, 사람으로 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동사와 문법 구조가 달라진다. 또한 능동태, 수동태에 따라 전달하는 느낌도 다르다. 문법을 세부적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책을 직독직해하면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3. 책의 감동을 느끼며 완독할 수 있다.
책이라는 게 문맥과 흐름이 있으므로,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머뭇거리거나, 일부러 멋지게 해석하려고 주저할 필요 없다. 꼼꼼히 읽지만,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쭉쭉 읽어 나가면 된다. 해석이 막히는 부분도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느끼는 감동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원서 직독직해는 나에게 영어 원서 리딩의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더 새로운 방법을 발굴할 때까지 당분간 이 세계에서 흠뻑 빠져 재밌는 책을 많이 읽을 계획이다. 당신도 주저하지 말고 같이 신세계로 빠져보길 권한다! Start Now, Get Perfect Later!
하루 한 개 영어기사 읽기
직독직해 방식을 원서뿐 아니라 신문/매거진의 아티클에도 적용해서 읽어보기 위해 ‘아티클 직독직해 스터디’ 그룹을 조직했다. 이 스터디는 원서 낭독 북클럽이 있기 전부터 해왔던 것이라, 이제 거의 5년이 돼가는 것 같다.
방식은 원서 직독직해 방식과 동일하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CNN》 《NPR》 등 주요 미디어에서 한 주에 같이 읽을 아티클을 미리 선정해 멤버들과 스터디 자료로 공유한다. 원서 직독직해와 달리 아티클 직독직해는 사전에 모르는 단어는 미리 찾아오고 아티클을 미리 숙지하고 참여한다. 준비가 많이 되어있을수록 스터디에서 얻어가는 것이 많다.
돌아가면서 한 단락씩 낭독 후 직독직해한다. 샘플로, 지난 이코노미스트 메인 기사 첫 단락을 함께 해면 감이 올 것이다.
Time to make coal history
Around the world the mood is shifting. Xi Jinping has adopted a target to cut China’s net carbon emissions to zero by 2060. Under Joe Biden, America will rejoin the Paris agreement, which it adopted five years ago. In the financial markets clean-energy firms are all the rage. This month Tesla will join the S&P 500 share index—as one of its largest members.
석탄을 역사 속으로 보낼 시간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분위기가 변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실질적인 탄소 배출을/ 2060년도까지/ 제로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제시하였습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당선자하에서/ 5년 전 채택했던/ 파리협약에 재가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시장에서는/ 클린 에너지 회사들이 큰 인기를 끕니다. 이번 달/ 테슬라는 S&P 500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최대 멤버 중 하나로서 말이죠.
단어 정리
- around the world: 전 세계, 세계적으로
- carbon emissions: 탄소 배출
- be (all) the rage: 크게 유행하다, 큰 붐을 일으키다
- share index: 주가지수
- S&P 500: Standard & Poor’s 500 Stock Index(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회사 중 500대 기업을 뽑아 만든 주가지수)
하나의 멋진 번역문이 되기 위해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 앞에서부터 의미 단위로 끊어서 하나씩 해석해 나가면 된다. 이렇게 매일 하나의 아티클 하나씩 소화해 나가는 것이다. 혼자서 영자신문 아티클을 읽기는 쉽지 않지만, 스터디 멤버들과 함께하면 가능하다. 특히 내가 약한 분야에 대해, 배경지식이 있는 분들의 추가 설명까지 곁들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글로벌 시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아티클 클럽의 매력이다. 관심과 시야를 집이나 회사를 벗어나, 우리 주변의 사회이슈나 글로벌 사안으로 넓히는 것은 생각이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 매일 아티클을 읽으면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동남아시아 등, 여러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주요 사안에 대해서 알 수 있다.
당장 미얀마에서 발생하는 시위나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자원 전쟁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싶을 수 있다. 내일 당장의 나의 의식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COVID-19 팬데믹에서도 봤듯이, 우리는 세계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이어진 시대에 산다. 한 국가의 위기가 다른 국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 국가의 업적과 성공이 또 다른 혁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아티클 클럽은 미국 시간 아침 여섯 시에 진행된다. 미국 동부, 중부, 서부에서 각각 한 분씩 조인하시고, 한국에서도 퇴근 후 하루를 아티클 낭독과 마무리하기 위해 4분이 조인하신다. 퇴근 후 피곤할 법도 한데, 아티클을 미리 읽어오고 준비해오시는 분들도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야근이나 회식으로 발표 참여를 못 하는 경우도,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음소거를 해놓고 듣기만 하더라도 꼭 참여하신다. 쌍둥이를 출산한 후 산후조리 기간에도 직독직해 시간에 참여하신다. 그렇게라도 하루라도 스터디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질수록, 나 또한 자극이 되고 동기부여가 된다. 오래가는 스터디가 되려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나도 스터디 멤버들의 배움에 기여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준비한다. 다음 주는 어떤 사건/사고, 이벤트들이 우릴 찾아올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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