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매일 영어책을 낭독하면 생기는 힘’ 시리즈입니다.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실패하지 않는 첫 원서 고르는 법
무엇이든 첫 시작이 제일 힘들다. 처음이 주는 설렘도 잠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몇 페이지 읽다가 포기하지 않을까,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끝내는 게 아닐까, 그 후 찾아오는 실망감과 무기력함을 미리 걱정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실패하지 않도록 설계한 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3단 뜀틀 뛰기가 버겁다면 뜀틀을 2단으로 낮추면 된다. 반대로 도움닫기 점프대를 높여도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체력이 쌓이고 난 후에 뜀틀 높이를 순차적으로 올려도 늦지 않는다.
원서 리딩도 마찬가지다. 첫 원서 리딩에 도전하는 분들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세 가지 팁을 소개한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 내 수준보다 살짝 쉬운 책으로 시작한다
초반에 읽다가 포기하는 이유는 대부분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등장해 재미를 알기도 전에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단어 찾다가 지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을 건너기 위해 징검다리를 건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보자. 빠져 있는 돌이 2~3개 정도라면 옆으로 돌아가거나 뛰어넘어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십여 개가 넘는 돌이 빠져 있다면, 무사히 다리를 건너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문맥 속에서 이해하려고 하더라도,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20~30개를 넘어가면 충분히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원서 읽기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생애 첫 원서 리딩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내 영어 수준보다 쉬운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내가 고2 수준의 영어를 한다면, 중3학년 정도 되는 책을 읽어보자. 어떤가? 읽을 만한가? 그러면 도전하기 쉬운 다음 책을 읽으면 된다. 반대로 그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레벨을 낮춰 초등학교 6학년 정도 되는 책을 읽어보자. 이렇게 본인의 수준보다 낮게 시작해서, 난이도를 위아래로 조정해 나가면 된다. 쉬운 책으로 자신감을 가득 충전한 후, 어려운 책으로 천천히 도전해 나가는 것이 좋다.
그럼 내 수준에 맞는 책은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읽기 수준과 책의 난이도를 알려주는 ‘렉사일 지수’(Lexile Level)를 활용하면 좋다. 공식 사이트에서 책 이름을 검색하면 렉사일 지수(숫자 뒤 L로 표기)가 제공된다. 책의 지수가 낮다는 것은 읽기 쉬운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은 어린이 권장도서인데, 렉사일 지수가 680L이다. 미국 초등학생 4~5학년 수준의 책이다. 챕터별 난이도도 제공하는데 챕터 6의 경우 940L로 측정되어 갑자기 12학년으로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챕터는 다시 초등 4학년 수준으로 내려가니, 좌절하지 말고 계속 읽어나가면 된다.
참고로 『해리포터』 1권인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의 렉사일 지수는 880L이다(미국 초등학교 5-6학년 수준). 때문에, 아무리 익숙한 내용이라고 해도 첫 원서 책으로는 바로 시작하기 버거울 수 있다.
성취감을 빨리 맛볼 수 있는, 얇은 두께의 책이 좋다
두 번째는, 적당한 두께거나 다소 얇은 두께의 원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사피엔스 』처럼 464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으로 시작하지 말자. 200~250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적당하다. 시작하기에 부담도 적고, 작은 성취를 빨리 맛보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 내용도 유심히 살펴보는 게 좋다. 고전 클래식 책 중에서 두께가 얇은 책들도 있다. 하지만 단어 수준이 어려울 수 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두꺼운 책일수록 비교적 내용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풀어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외로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공이 쌓여 두꺼운 책을 부담없이 접할 수 있을 때에야 확인 가능한 사실이니, 첫 책으로는 잠시 접어둘 것.
첫 시작은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의 책이 좋다
마지막으로, 유명한 책도 좋지만 내 취향과 맞는 책을 고르는 게 좋다. 나는 자기계발서 류의 책을 좋아한다. 잠깐이라도 에너지가 마구 샘솟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이 ‘쌀로 밥 짓는 이야기’처럼 식상하게 느껴지고, 저자들의 강요가 부담스럽다는 분들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새벽 기상을 예찬하는 책인 『미라클 모닝』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지만, 저녁형 인간인 분들이나 자유로운 삶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지루해 하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책은 편식 없이 다양한 장르를 접하는 게 좋다. 하지만 최소한 첫 원서 책은 내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그래야 자꾸 손이 간다.
실패하지 않는 원서 책을 고르는 법을 종합해서 정리하면 이렇다.
- 본인의 영어 수준보다 약간 낮음
- 200페이지 내외의 부담 없는 두께
- 내가 좋아하는 장르
이런 책을 고르면 된다. 이렇다 보니, 미국 청소년 추천도서에서 고르는 것을 권장한다. 물론 책은 많다. 백화점에 진열된 마네킹처럼 다양한 장르의 좋은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첫 쇼핑으로 패셔니스타가 될 수는 없다. 마음이 가는 것을 과감하게 한 권 고른 후 시도해보면 된다.
처음부터 100% 만족할 수는 없다. 60%의 성공도 좋다. 책은 몇 번이든 다시 읽을 수 있다. 나중에라도 70%, 90%, 100%까지 끌어올리면 된다. 부담 없이 도전하자!
보너스: 첫 원서로 추천하는 책
지극히 주관적으로,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첫 원서 책으로 추천하는 책은 아래와 같다.
1. 첫 원서 리딩이라면?
가볍게 시작해 보자. 200쪽 내외의 부담 없는 두께로, 미국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책을 권한다.
- 『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192쪽, 초 4학년
- 『Charlotte’s Web (샬롯의 거미줄)』 192쪽, 초 4~5학년
- 『Diary of a Wimpy Kid (윔피 키드 시리즈)』 221쪽, 초 4-8학년
2. 첫 책 완독 후, 두 번째 원서라면?
아동 도서들 중우수 도서상을 수상한 책이나,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해진 책도 도전해보자. 리딩 후 영화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Matilda (마틸다)』 232쪽, 초 4~6학년
- 『Wonder (아름다운 아이)』 310쪽, 초 4~7학년
-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찰리와 초콜릿 공장)』 192쪽, 초 5학년
- 『Holes (구멍 : 숨겨진 세계를 발견하다)』 272쪽, 초 6-8학년
- 『The Giver (기억전달자)』 179쪽, 초 6-8학년
3. 성인 대상 도서 중 쉬운 것을 추천한다면?
아동도서가 아닌 경우 렉사일 지수를 잘 제공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에는 자기계발서를 추천한다. 설득을 위해 쓰인 책이므로 초반 동기 부여도 되고, 일상 생활을 예시로 들어 이해하기 쉽다. 혹, 앞 내용이 이해가 안 되거나 스토리가 끊겨도 뒤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Make Your Bed (침대부터 정리하라)』 144쪽
- 『The Miracle Morning (미라클 모닝)』 180쪽
- 『GRIT (그릿: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352쪽
- 『Happiness Project (행복 프로젝트)』 368쪽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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