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가 아닌 이상 해외를 무대로 일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은 똑같다. 영어. 나 또한 이번에 큰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부속품이 된 느낌에 영어 공부에 정진하고자 했다. 심지어 싱가포르는 봉쇄까지 된 상황이니, 집에서 할 거라곤 일과 공부 정도 밖에 없지 않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요즘 영어 공부를 위해 내가 집에서 하는 노력들.
1. 비즈니스 회화: 링글
링글은 예전 우연한 기회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봤던 분이 입사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싱가포르에서도 링글을 사용하는 커리어 우먼이 몇 분 있는 걸 보고, 나도 구미가 동해 링글을 써봤다. 여타 전화 영어와는 다른 플랫폼이고, 그게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듯 보였다. 영미권의 명문대학교 재학 중인 학생 혹은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이들과의 1:1 영어 강습. 교정도 그 자리에서 해주고, 교재가 따로 있어 프리토킹과 달리 예습을 해야 한다.
일한 경력이 몇 년인데 교재라고 해봤자겠지, 했는데… 교재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미-중 무역 전쟁, 스타트업 업계 동향, 젠트리피케이션, 아마존의 성장 스토리 등…… 교재만 읽고 이해하면서 질문도 미리 답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정도다. 너무 쉽지 않게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살짝 긴장한 상태로 교재 공부를 하며 지적인 욕구가 충족되는 상황 자체가 내가 ‘배운다’는 심리로 돌아왔다.
선생님과의 수업도 매끄러웠다. 40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채우나,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선생님과 질의응답을 하며 내가 말한 문장을 더 교양 있고 수준 높게 바꿔주는 걸 보자니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1시간이었으면 좋겠다 하고 내심 바랄 정도로.
단점
- 선생님들이 취소했다. 배정받은 선생님들이 두 번 정도 취소했는데, 멍 때리다가 취소되었다는 이메일 보고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건 내 실수이기도 한 게, 여유를 두고 선생님과의 수업을 예약하지 않고 늘 촉박하게 수업 예약을 했다. 일부러 텀을 1주일가량 두고 수업을 예약하자 아무 문제 없었다.
- UX/UI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사항이 눈에 보였다. 예를 들어 어떤 버튼이 가려서 잘 안 보인다거나, 텍스트가 많아서 가독성이 떨어진다거나, 이미지로 디자인해서 넘어가도 될 부분을 또 텍스트로 강조한다거나, 영어 폰트가 올드해 보인다는 등. 사실 이건 강습에 하등 영향을 끼치지 않는 분석이라 큰 단점도 아니다.
2. 영어 표현 및 발음: 원서 독해, 넷플릭스 활용
싱가포르 봉쇄 후 같이 사는 프랑스 애들하고만 대화하다 보니 미국식·영국식 영어 표현 및 발음을 잊어갔다. 하지만 각 잡고 독해/작문 연습을 하다 보면 부담감 및 떨어지는 흥미로 인해 금방 때려치울 나 자신을 알기에 최대한 재미있는 콘텐츠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내 입맛에 딱 맞고 질리지 않을 영어 콘텐츠를 찾다 보니 이번엔 또 너무 많아서 선택을 하기 어려워졌다.
가볍게 시작해 본 원서는 『해리 포터』. 10살 어린 나이에 서점에 가서 우연히 집어 든 『해리 포터』 1권의 표지는 아직도 감동으로 남아 있다. 그 재미, 그 세계관, 영화로 구현되었을 때 나의 상상과 다름에서 오는 실망감 등. 이번엔 『해리 포터』를 영어 원서로 읽는 데 그리 어렵지 않고 쉬워서 쑥쑥 머리에 들어온다. 상쾌하다.
남자친구는 투자에 관심이 많은 나를 위해 영어 원서로 세계 거시 경제 및 주식 투자에 관한 책을 추천해줬으나 미안하지만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다. 심각하게 재미도 없고 어려워 보여서.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한 가닥 희망이 있긴 하다. 그리고 본인도 현재 원유투자로 인해 돈을 좀 잃었기에…ㅎㅎ
넷플릭스는 콘텐츠들의 홍수다. 나는 한국 드라마를 안 본 지 5년이 넘었기에, 자연스럽게 영미권 드라마나 TV쇼, 영화로 손이 갔다. 섀도잉(shadowing)까지는 아니어도 영어 자막을 가끔 끄고 보거나, 영어 자막을 켜고 자막에 나오는 표현을 외워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재미도 있고 배우들이 말하는 영국식·미국식 억양에 노출이 되어 저절로 물들던 프랑스식 억양이 싹 사라진다.
요즘 본 영국 드라마로는 〈프로이트의 살인 해석〉이 있다. 스토리 자체는 산으로 가서 추천하지 않지만 영국식 영어에 미국식 자막이 따로 달리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 미국식-영국식 표현이 상당히 다르다는 증빙. 또 싱가포르 동료들이 그렇게 노래를 불러대서 딱 1회 보았던 〈사랑의 불시착〉이 있다. 이때는 영어 자막을 켜고 어떻게 번역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폈다. 미국 콘텐츠로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포레스트 검프〉 등 명작 반열에 오른 영화를 주로 소화했다.
3. 미디엄, 채널뉴스아시아 등 영어 기사 독해
채널뉴스아시아는 MEDIA CORP이라는 싱가포르 회사가 가진 미디어 채널 중 하나다. 내가 요즘 최애로 꼽는, 정말 예쁜 데다가 멋진 언니가 다니는 회사로 원래는 관심이 없었지만 올해 들어 굉장히 자주 사이트를 찾아 싱가포르가 돌아가는 현황 등을 읽게 되었다. 그간 솔직히 말하면 영어로 쓰인 기사를 읽는 것에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상황을 읽어야만 하는 상황에 닥치자 의외로 수용도가 높아졌다.
주로 읽는 것은 코로나19 현황이었다. 거기서 시작해서 지금은 말레이시아 정치 상황 및 싱가포르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아시아에서 일어난 일들까지. 여러모로 영문 기사를 읽고 소화하는 것에 부담감이 거의 없어졌다. 읽으면서 아리까리한 단어들은 절대 먼저 찾아보지 않고 대충 눈치로 때려 맞췄다. 그 이후 기사를 다 읽어보고 난 뒤 뜻을 몰랐던 단어들을 검색해보며 호기심을 해소했다.
여러 트렌드를 다루는 미디엄도 영어 공부를 위해 주목하는 채널 중 하나다. 미디엄은 브런치와 굉장히 비슷한 플랫폼이다. 양질의 활자형 콘텐츠를 지양하는 곳이다. 미디엄 내에서 특정한 토픽을 검색해서 그 토픽 관련 전문가 및 준전문가가 적어 내놓는 여러 이야기를 영어로 읽다 보면 업계 현황도 알고 영어 실력도 조금은 느는 느낌이 든다.
전문 기사처럼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를 쓴다기보다는 정말 브런치처럼 친근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옆집 언니오빠들의 톤&매너라 거부감이 적었다. 내가 팔로우하는 토픽은 실로 여러 가지다. Race, Product Management, Remote Work, Business, Equality, Startup, Pets, Future, Culture, Movie, Mindfulness 등…. 큰 관심이 없는 분야인 health, Development, Cryptocurrency, Music, Coronavirus, Finance 등은 관심 주제로 설정하지 않았다.
마치며
학원을 두 번이나 다녔는데도 토익 900점 넘기가 너무 어려웠던 몇 년 전의 내가 기억난다. 영어 문법과 단어, 어려운 숙어를 생각하면 짜증부터 치밀었었다. 그럼 지금은 엄청나게 나아졌느냐 하면 사실 그것도 아니지만, 영어 공부를 하는 방법에 내 나름의 팁과 방향성을 찾은 걸 생각해보면 큰 발전이다.
무조건 재미있게, 무조건 오래 할 수 있는 것. 인내심이 적은 나에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무조건 오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다.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비싸고 양질의 콘텐츠이고 남들이 쓴 리뷰가 좋다고 해도 결국은 손을 놓게 되더라.
영어 공부를 안 하니까 토익 만점이 나오는, 이상한 영어 교육의 세상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었다. 영어는 끝이 없다. 아마 내가 원하는 ‘원어민급 실력’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직하게 한 걸음씩 뗄 때마다 배움이 깃들길 바라며 오늘도 재택근무가 끝나면 재미 반 기대 반 영어 공부를 해본다.
원문: 가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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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름입니다. 한 달에 두어 번 재미있는 이야기와 정보를 메일로 써서 보내드리고자 해요. 브런치에 쓴 글 재탕은 하지 않겠습니다. 주로 해외 취업과 외국 회사 생활 이야기, 해외 이주 이야기 등 시의적절하고 유의미한 콘텐츠를 전해드릴게요. 보잘것없던 제 시작을 응원해주신 분들도, 최근 저라는 사람을 발견해주신 분들도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