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리모델링 사업을 하면서 부동산 개인 투자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가끔 방송 출연도 하고 책도 쓰게 됐지요.
Q. 리모델링 사업이라 하면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의미하죠?
흔히들 건축물 내외부를 꾸미는 인테리어를 생각하는데 제 경우는 총체적으로 접근해요. 그냥 낡은 건물 수리하거나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 게 리모델링이죠. 이걸 제대로 하려면 건축법이나 도시계획, 노후건물의 시공 노하우 등이 필요합니다. 부동산 중에서도 장벽이 좀 있는 영역이죠.
Q.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는 않나요?
건물 신축은 건축사를 통해 허가를 득하게 되어있습니다. 리모델링 또한 건축물을 증축, 개축, 재축, 이전 등의 행위에서 용도를 변경하는 경우 건축허가나 신고를 득한 뒤 시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면적의 증감이 없는 단순한 시공은 자격증 없이 시공할 수 있지만 사전에 여러 가지를 검토하죠.
건축물 노후화, 리모델링 시장에 힘을 싣다
Q. 어쩌다 이런 일에 뛰어들게 되셨나요?
건축과를 나와서 1군 건설사(주: 건설도급 1위부터 100위까지를 일컬으며, 건설능력이 뛰어난 건설회사를 의미)를 상대로 아파트 내부 설계를 했어요.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사옥을 만들 때 설계를 맡으며 리모델링뿐 아니라 건축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기획 일을 했어요.
Q. 나름 잘나간 것 같은데, 왜 회사를 때려치우시고…
공무원 말고 안정적인 직장이 없는 시대잖아요. 노후연금도 부족한데 재테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당시가 부동산 호황을 겪고 있는 2006~2007년이라 상가경매부터 시작했어요.
Q. 보통 상가 경매라 하면 대단히 난이도 있는 일인데요.
직장에서 하던 일이 지역분석과 공간설계 일이다 보니 상가에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고 할까요. 경매 공부를 하다가 첫 낙찰을 상가로 시작하게 되었네요.
Q. 리모델링 강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적은 것 아닌가요?
그렇진 않아요. 일단 부동산 한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파트 쪽에 관심이 있잖아요? 그런데 아파트는 대형 건설사에서 짓다 보니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비해 하자율이 좀 더 낮은 편이에요. 관리시스템도 있고요. 또 자기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있는 것도 APT 내부 정도인데, 표준화가 잘 된 시장이라 그다지 어려운 점은 없어요. 여기저기 정보도 많고요. 단독주택이나 빌딩 등은 외부 리모델링에 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보니 아파트에 비해 정보가 적은 듯합니다.
Q. 누구나 건물 매입하고 임대 주려고 하면 적당히 손 보는 거로 아는데, 리모델링이 계속 뜨는 이유는 뭐죠?
실제로 본인이 물건을 매입하고 손질해서 시장에 내놓는 과정은 전혀 적당하지 않아요. 부동산은 주식보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시장이에요. 한국 주택은 건축한 지 20년 이상 지난 주택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노후 시장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서 리모델링 분야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건물, 애초에 잘 짓지 않으면 리모델링이 필수인 이유
Q.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을 구분한다면?
실내를 꾸미는 건 보통 ‘인테리어’라 하고 건물 외관과 건물의 내부를 전부 개선하는 것을 ‘리모델링’으로 이해하면 되겠네요. 리모델링은 건축의 경계에 있는 영역이에요. 단순히 건물 내외부를 꾸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천적인 기능을 하나하나 따져요. 예로 건물이 낡아서 물이 새지 않는지 살펴보고, 샌다고 해도 일시적인 처방을 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 원인을 찾죠.
Q. 건축을 좀 알아야 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네. 그래서 인테리어 하는 사람과 리모델링 하는 사람은 명확히 구분될 수밖에 없어요. 건축물의 기능을 개선해야 하니 건축적 이해가 필요하거든요.
Q. 주로 기능 개선이라 함은 어떤…
건물이 오래 되면 자연히 단열 기능이 떨어져요. 설비가 녹슬고 물이 새는 현상도 나타나죠. 이럴 때는 뇌관이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배관을 바꿔야 해요. 전체를 다 바꾸려면 건물을 철거해야 하니까, 문제 있는 곳을 부분적으로 교체해야 하죠.
Q. 이렇게 해서 건물 가치를 상승시킨다?
그렇죠. 아파트가 아닌 한 리모델링은 부동산 투자에서 100% 필요한 부분이에요. 특히 우리나라 주택과 건물은 노후화된 건물이 많아요. 이게 정말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매입해서는 나중에 팔 수도 임대할 수도 없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Q. 대충 몇 년 정도 지난 건물을 멀쩡하다고 보면 될까요?
건물마다 달라요. 왜냐면 지은 지 얼마나 됐는지보다 애초에 지을 때 얼마나 잘 지었느냐가 더 중요하거든요. 건설사에서 짓는 대형빌딩이나 아파트와 달리 일반적인 작은 건물은 다 개인이 지은 거예요. 애초에 건물주가 건축 지식이 부족한지라 허술하게 건설한 케이스가 많아요. 상대가 대형 브랜드면 소송이라도 하지만 일단 매입하면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도 힘들거든요.
Q. 일단 건물을 샀는데 나중에 하자가 밝혀지면 어떻게 하지요?
계약한 지 6개월 안에 건축물의 중대 하자가 발견되면, 건물주가 중대한 하자를 알면서도 매도했을 경우 매입한 사람에게 수리비를 줘야 해요. 근데 매도하는 사람도, 매입하는 사람도, 부동산 중개인조차 건물의 외관만 보고 계약하니 향후 발생할 문제점까지 예측하기가 어렵지요. 소송도 잦아져서 아예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전문 상담도 하고 있어요.
Q. 이른바 불량 건물에 계약을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죠?
건물 곳곳에 하자가 발생하면 세입자 유치에 어려움이 생기죠. 날림으로 지은 건물 경매시장에서 싸게 샀다고 좋아하다가 이후 굉장히 고통스럽게 하루하루 보내는 경우도 있고요. 외형과 금액만 보고 건물 매입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하자 보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시세보다 굉장히 싸서 경매 들어갔더니 혼자 낙찰받고 임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지요.
Q. 그걸 저 같은 비전문가들이 어떻게 확인하죠(…)
겉을 보지 말고 건물의 내구성을 봐야죠. 중고차를 살 때도 겉은 다 멀쩡하잖아요. 내부 같은 경우에는 물이 새거나 곰팡이가 피는지, 방수 상태는 어떤지 등을 체크해야 해요. 그런데 누수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거든요. 곰팡이 같은 현상도 대부분 가구 뒤나 마감재 뒤에 가려져 있어요. 꼼꼼히 살펴보고, 실내의 습도 등도 체크하면 좋겠지요. 얼마나 공실이 오래 지속됐는지도 참조하면 좋아요. 오래 안 나간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때가 많으니까요.
상가 리모델링, 환골탈태하여 건물 가치를 올리는 마법
Q. 들으면 들을수록 쉽지 않은 분야 같은데요…
부동산을 계약했다고 차곡차곡 시세가 오르거나 임차료가 꼬박꼬박 들어온다고 생각한다면 편견이에요. 부동산의 관리 노하우가 필요하지요.
Q. 건물주가 되면 돈 계속 들어오지 않나요-_-?
상가를 전제로 이야기해 볼게요. 상가는 경기의 등락을 탈 수 있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요. 불경기라면 세입자가 월세를 안 낼 확률이 높아질 수 도 있고, 공실의 리스크를 안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은 구입과 동시에 관리 및 운용에 감가상각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말씀 나온 김에 상가 이야기를 좀 더 해보죠. 대신 그만큼 빌라보다 가치 상승을 낳을 여력은 클 것 같은데…
그렇죠. 상가는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서 거의 환골탈태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주거용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상가로 변환하는 경우도 있고…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기존에 상가가 없던 비활성화 상권인데, 리모델링과 업종전환을 통해서 대박을 내는 경우도 있죠. 상권이 활성화되면 토지와 건축물 가격 자체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지요.
Q. 아예 신축으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리모델링보다 더 멋지게 건물 낼 수 있으니.
신축과 리모델링의 차이점이 분명 있습니다. 낡은 건물과 골목을 리모델링하면 과거의 흔적이 묻어나잖아요? 리모델링에 가치를 두는 이유는 추억과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기능을 현대식으로 개선할 수 있어서예요.
Q. 일반인들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려 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세 가지 방식이 있어요. 하나는 직접 현장 감독하며 관리하는 직영공사, 또 하나는 저 같은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도급공사, 직접 시공을 하는 셀프공사.
Q. 건축의 1도 모르는 사람이 현장 지시가 가능한가요-_-?
어느 정도 정보나 공부가 필요하겠지요. 처음 도전한다면 쉽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막상 현장은 변수도 굉장히 많거든요. 현장의 규모가 얼만큼인가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겠지요 .
건물 가치를 넘어, 공공성을 위한 리모델링으로
Q. 주제를 좀 바꿔서… 최근 부동산 시장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사람들이 원하는 새집에 대한 열망과 저금리가 최근 몇 년간 주택상승 효과를 이끌었습니다. 갭투자는 과거에도 있었던 투자법입니다. 일반인들이 막연히 따라 한다면 리스크에 대한 대처가 우려됩니다. 정부도 이대로 부동산 과열을 우려해서 차단했겠죠. 오르는 시장이 있으면 당연히 주춤하는 시장도 함께 공존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Q. 8/2 대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책 하나하나를 제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대학생이 갭투자하고 초등학생 꿈이 건물주인 사회가 그리 건강한 사회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려면 건강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너무 치우치긴 했어요. 특히 재개발 재건축 시장에서 2년 정도 과열이 이어졌죠. 일부지만 5~6개월 만에 2~3억이 움직인 곳도 있으니까요.
Q. 일반 투자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분명한 건 남들이 다 좋다고 할 때 뛰어들면 이미 늦었을 때가 많아요. 대학생, 주부까지 다 하고 있을 때면 이미 고수들은 발 뺀 지 오래죠. 시장은 계속 변하고 그 시기에 적절한 투자 기법이 있어요. 그런 투자법은 항상 유동적이지요.
Q. 리모델링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거라고 보나요?
물론이죠. 리모델링은 단순히 건물 가치를 올리는 작업이 아니라 사회 공공적인 가치가 커요. 오래된 건물을 부수기만 하는 철거 방식은 굉장히 큰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부수지 않고 잘 보존하고 관리하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서 에너지와 환경 비용도 감소시킬 수 있어요. 한국 경제가 많이 발전했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모자라요.
신축은 건축의 몫이지만 이후 보존과 발견은 리모델링의 영역이란 거죠. 우리나라에서 건축물의 수명을 30~50년 안팎으로 보는데,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데 드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굉장히 커요. 하지만 건축물의 기능을 잘 개선하면 10~20년 정도는 수명 연장할 수 있어요. 리모델링 기법이 발전한 유럽은 건축물을 100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유산이란 신축으로 새로 짓는 것이 아니고 있는 상태를 복원하고 유지해서 살아 있는 역사를 보여주는 거죠.
Q. 하지만 새로 지으면 좀 더 도시도 멋져 보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건설 폐기물 등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생각해요. 땅은 돌고 돌잖아요? 폐기물 묻으면 그게 또 땅을 오염시켜요. 선진국들은 이미 에너지 제로 건축물을 의무화했어요. 에너지 제로 건물 아니면 나라에서 건축 허가조차 내주지 않을 정도죠. 한국은 그런 면에서 많이 부족해요. 선진국 기준에서 보면 아직까지 건축자재도 좀 유해 요소가 있고… 암이나 아토피 같은 질병도 건축 재료의 영향을 받거든요.
Q.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아예 ‘장수명 주택’이라고 해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을 선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설비를 바닥에 묻는데, 장수명 주택을 지으면 교체가 쉬워져서 오랫동안 건물을 쓸 수 있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고요.
이처럼 리모델링의 범위는 굉장히 넓어요. 환경을 비롯한 사회 공공성, 건축 유산 보존, 투자로 가치를 올리는 건 그중 일부죠. 『리모델링으로 재테크하라』도 이런 걸 알리기 위해 썼어요. 리모델링은 단순히 경제적인 분야가 아니라 미래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분야임을 많은 사람이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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