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그냥 증권사 이코노미스트예요.
Q. 어쩌다가 증권사에 들어갔나요?
원래는 영화감독과 PD를 준비했어요. 그래서 스펙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증권사만 합격시켜줘서… 정외과 출신이라 입사 때까지만 해도 경제 분야를 하나도 몰랐어요. 그래도 뭔가 도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운 좋게 리서치 센터에서 일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됐어요.
Q. 합격하고 방송의 꿈은 버린 겁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회사 다니면서 계속 시험 봤는데 다 떨어졌습니다(…)
Q. 애널리스트 생활은 잘 맞던가요?
제가 여자로서, 아이 엄마로서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해요. 그러다 내린 결론이, 회사 생활을 할 거면 나를 더 드러내는 일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영업자 느낌이 좀 있어요. 증권회사가 경쟁이 매우 치열한 곳인 만큼 계급장 떼고 붙는 곳이잖아요. 리포트 낼 때마다 이메일과 전화번호가 나가고…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야 나이 들고도 일하는 여자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도 할머니가 애들 잘 키워 주시고, 어쨌든 냉정하게 보면 제 인생은 제 인생이니까요. 몸이 아파 드러눕기 전에는 계속 일할 것 같아요.
한국 경제와 부동산, 더 이상 미국 금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이유
Q. 증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보통 애널리스트라 하면 IT, 건설 등 담당 분야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투자전략팀에서 거시경제를 보고, 전략을 짜는 이코노미스트 쪽이에요.
Q. 뭔가 일반 애널리스트 보다 훨씬 있어 보이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섹터가 없으니 들인 노력에 비해서 이름을 알리기가 힘들어요. 아는 분들도 그냥 얘 성실하다 정도로 좋아해 주신다 생각해요. 저 스스로도 보통 경제와 주식시장 사이클을 10년 정도로 보니까, 이제 겨우 한 사이클을 본 쪼렙이라 생각해요. 2004년부터 계속 오르는 거 보다가, 2008년부터는 그야말로 짜증과 인내의 세월이었죠.
Q. 2008년 경제위기 때 급락하긴 했지만, 금방 회복하지 않았나요? 이후 박스권이긴 하지만…
지나고 보면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매일 지수와 환율을 보는 사람에게는 매우 길고 힘든 시간이었어요.
Q. 그러다 부동산 4부작으로 스타가 됐습니다.
2015년에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나는 미국 금리 인상보다 한국 부동산이 궁금합니다」라는 섹시한 제목을 뽑았더니 엄청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이후 다양한 연락 많이 받고, 악플도 많이 달리고…
Q. 미 금리와 한국 경제에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고 보세요? 금리 인상하면 돈 빠져서 한국 망한다는 이야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데…
두 단계로 나눠서 설명이 가능해요. 먼저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한국도 같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가 하는 ‘금리 경로’가 있고, 이게 한국 경제에 영향을 주는가의 ‘경기 경로’가 있어요. 경기는 여전히 영향 안 받는다 보기는 힘들지만, 바로 안 좋아진다거나 하는 연관성은 떨어진 것 같아요. 미국 금리와 한국 경제 간 관련이 많았던 시기도 있었어요. IMF 외환위기도 그 영향이 있었고… 하지만 관련성이 점점 적어지고 있죠.
Q. 왜 그럴까요?
과거에는 한국 수출을 미국에 의존하다시피 했으니, 미국 경기에 매우 민감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중국 수출량이 더 많고, 반도체 등 경기 안 타는 제품 수출 비중도 늘어나면서 미국과의 관련성이 적어지고 있죠. 이게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에요. 예전에는 미국이 금리 올리면 글로벌 자체가 휘청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진 않죠.
Q. 경기를 제외한 금리 측면은 어떤가요?
금리도 예전에는 한국이 미국 금리 올리면 울며 겨자 먹기로 같이 올렸어요. 돈은 고금리 통화로 흐르기에, 달러가 밖으로 빠져나갔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이미 한국 자산이 꽤 매력이 생긴 상태에요. 수출도 잘 되고 재정건전성도 엄청 좋아요. 한국보다 신용등급 높은 나라가 10곳이 안 돼요. 외환보유량도 많아서 외환위기와 거리가 멀죠. 그러다 보니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금리를 덜 한국 경제, 내수 경제에 좀 더 집중해서 정책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어요. 당연히 부동산에 대한 영향력도 매우 제한적이고요. 미국이 금리 올렸으니 한국 경제 위험하다는 건, 이런 몇 가지 단계를 모두 스킵한 편한 전망이에요.
한국 부동산, 일본처럼 될 수 없는 이유
Q. 그런 계기로 부동산 책까지 쓰게 되셨군요.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썼어요. 내가 명색이 이코노미스트인데, 경제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하는 마음으로.
Q. 님 이코노미스트라면서여?
증권회사 다녀서 그런지,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만 보면 되는 포지션이었어요. 책의 프롤로그에도 썼지만, 제가 사는 마곡동의 전세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친정이 여기라 애 봐줘야 하는데 앞으로 이 동네에 어떻게 살아야 하지?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경제는 안 좋은데 앞으로 부동산은 오를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런 순수한 마음에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Q. 어떻게 시작했나요?
늘 일하던 대로 접근했죠. 처음에는 책상에서 구할 수 있는 해외 데이터를 보기 시작했어요. 경제를 죽 보다 보면, 한국은 일본이랑 비슷하게 가는 데이터가 많아요. 한국이 일본 데이터를 20년 정도 후행해서 가고 중국은 또 한국을 후행해서 가는 흐름이 있거든요. 그렇게 보면서 생각했죠. 정말 일본처럼 갈까? 그러면 집 사도 될까?
Q. 오히려 일본이 세계적으로 드문 케이스라 하는 분들이 많던데, 앞으로도 일본 따라갈까요?
저도 아니라고 봐요. 이미 성장률이 많이 꺾이긴 했지만, 일본과 같은 자산 버블 상태는 아니거든요. 저성장과 침체는 완전히 달라요.
Q. 저성장은 벗어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고 봐요. 한국이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인데…
Q. 글로벌 경제가 다시금 회복되고 있잖아요?
일단 공장이 한국에 없어요. 수출과 내수가 완전히 따로 가니, 낙수효과도 별로 체감하기 힘들어요. 4년간 수출 뒤구르기가 계속되다가 다시 올라오긴 하죠. 그런데 부동산은 계속 올라가니, 어떻게 봐야 할까 생각을 많이 했죠.
Q. 그렇게 따지면 성장이 이어지는 와중에 박스권에 갇힌 주식이 더 신기하지 않나요?
올해 들어 그 박스권을 벗어나며 다시 오르는 중이긴 한데, 전 좀 회의적이에요. 한국 주가지수가 정말 PER과 PBR 등만으로 저평가라 해야 할까?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거 다 떠나서, 한국을 이끄는 기업이 주로 대기업이잖아요. 그런데 현대차는 중국발 리스크 등으로 엄청 고전 중이고, LG는 잘하는데 고이익 분야는 약해서 잘 모르겠고, 유통업은 내수 한계가 있고…
Q. 뭔가 엄청 회의적이군요(…)
근데 의미 없는 게 우리끼리 주가가 저평가다 아니다 해도, 한국 주가지수를 끌어올리는 건 외국인이에요. 35% 비중이지만 방향을 결정하는 건 이들이거든요. 미국계 자금이 신흥국 들어갔다가 딱 털고 금융위기 터진 것처럼요. 이런 게 반복되는 게 짜증 나면서도, 거대자금이 움직이는 건 우리 뜻이 아닌가 보다, 그러고 살아요.
Q. 그래서 다시 일본, 일본처럼 될 일은 없겠다?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완전히 영토에 묶여 있는 자산(domestic assets)이잖아요. 그래서 공통점이 적긴 해요. 그냥 지금까지 성장이나 이런 게 비슷했으니 일본처럼 될 거라 이야기하긴 힘들죠. 실제로 여러 나라를 비교해 봤는데, 각종 펀더멘탈이 다 비슷해도 폭락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고요.
서울 부동산, 공급 부족이라는 펀더멘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Q. 부동산 로컬 시장마다 따로 간다고 하기에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터지지 않았나요?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기가 미국의 국지적인 부동산 위기로 보기는 힘들어요. 핵심은 2008년에서 2010년까지의 신용경색이었어요. 부동산이나 주식 살 때 빚내잖아요? 그런데 더 이상 회수가 힘들다고 판단한 은행들이, 더는 빚 안 내줄 테니 원금 가져오라는 쪽으로 자세를 돌렸죠. 그러니 자산 버블이 꺾인 거고요.
Q. 신기하게 한국은 별로 안 꺾였습니다?
부동산은 버블이 별로 없어서 딱히 크게 꺾일 게 없었고, 심리적 요인 때문에 좀 꺾인 건 있죠. 사람들이 오른다 오른다, 또는 내린다 내린다 하면 자기실현적 예언이 일어나서 펀더멘탈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주식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주식은 생각보다 펀더멘탈로 설명하기 힘든 분야에요.
Q. 부동산은 펀더멘탈이 존재한다?
아까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이야기를 했는데, 주식은 소수의 부자가 움직일 수 있어요. 주식 안 하는 사람도 많고요. 그런데 부동산은 다르잖아요. 설사 아파트 1000채, 3000채를 가진 부자가 있어도, 그가 움직이는 영향력은 크지 않아요. 또 집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누구나 집에 살고 있고요. 그래서 주식에 비하면 펀더멘탈이 훨씬 중요해요.
Q. 주택 시장의 펀더멘탈이라 함은 인구인가요?
장기적으로는 그럴 거라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인구적 측면으로 볼 때 인구절벽 이야기 나오니 내리는 게 맞지 않나 하는 게 선대인 등이 내세우는 폭락론적 접근이에요. 근데 부동산가격 지수 보면 90년대 초반에 공급 확대하던 시절을 제외하면 거의 떨어진 적이 없어요.
Q. 2008년 경제위기 때 꽤 빠지지 않았나요?
그때 또 폭락론이 나오긴 했어요. 그런데 이건 속된 말로 ‘멘붕’에서 온 현상이에요. 부동산은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유일한 자산이에요. 그래서 심리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어요. 반면 공급은 비탄력적이니, 쏠림은 훨씬 심할 수밖에 없죠.
Q. 그래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공급입니다.
갈수록 공급이 전부라고 보는 사람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봐요. 공급이 단기 사이클이나 2-3년 전망에는 유용하겠지만, 중장기 전망은 인구나 수요 쪽이 더 맞을 것 같아요.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기준은 되지 않는다는 거죠.
Q. 공급이 답이라기에는, 정작 공급할 택지도 없지 않나요?
그냥 트럼프가 맨하탄 부동산 사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떠올리면 돼요. 부동산은 인프라만 바뀌지 땅은 제한적이잖아요. 그래서 입지가 중요하고, 서울, 수도권, 강남 이런 곳들이 뜨게 되죠. 저도 엄청 불리쉬하게 보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인프라가 집적된 서울에 계속 살고 싶어하는 건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앞으로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서울 면적이 늘어날 수는 없으니까요.
한국 부동산, 해외 자본 들어오지 않는 한 초급등도 힘들 것
Q. 왜 책과 리포트에서 주목한 부동산이 영국, 뉴질랜드, 대만이었죠?
증권사 다니다 보니 주식과 다른 자산의 퍼포먼스를 많이 비교하게 돼요. 주식과 부동산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든 나라를 비교해봤는데, 대부분 부동산이 2배 오르는 동안 주식은 10-20배 올라요. 한국도 주가지수 100에서 시작했으니 부동산이 2배 정도 오를 때 주식은 10배 넘게 올랐잖아요. 그런데 이 3국은 유독 주식보다 부동산이 더 오른 나라였어요. 그렇게 상태가 안 좋은 나라가 아닌데…
Q. 뭐 때문이었죠?
일단 공통점이 섬나라라는 거였어요. 이것도 희소성과 연관이 있죠. 한국도 북한으로 막혀 있으니, 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고. 그래서 이런 게 약간 한국에도 통용될까 싶어서 살펴본 거죠.
Q. 그런데 한국은 왜 그리 안 올랐죠?
그들 국가와 한국의 차이라면, 외국인 입장에서의 부동산 매력도가 높았다는 거에요. 부동산 투자는 오랫동안 돈이 묶일 각오가 필요해요. 환율, 제도, 경기 등 모든 것에 노출된 공격적 투자죠. 그런 측면에서 서울이 좀 애매하긴 해요. 일단 절대적으로 가격 싼 지역이 아니잖아요. 유럽에서도 이 정도면 고급 멘션 살 수 있고… 그리고 영주권 등이 나오는 것도 해운대, 제주도 등 관광특구만 가능하거든요. 그 지역이 덕택에 좀 뜬 것도 있고. 게다가 북한 리스크도 있죠. 그래서 좀 애매해요.
Q. 2017년 이후 조정 올 것 같다는 예측이 묘하게 맞아떨어졌는데, 감격스럽지 않습니까?
그렇진 않아요. 결론적으로 맞을 것 같긴 한데… 논리적으로는 좀 다르거든요. 결론이 어쩌다 맞은 거라 제가 맞췄다고 우기기에는 좀 찔려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논리도 맞아야죠.
Q. 논리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었죠?
탄핵될지 몰랐어요.
Q. ……
저는 공급이 풀려서 잠깐 쉬어갈 거라 이야기한 거지, 규제로 이렇게 갈 줄은 몰랐어요. 설사 정부가 바뀐다 해도, 김수현 수석이 칼 갈고 정말 말하는 그대로 할 줄 몰랐죠. 문재인 대통령이 한 방 있는 남자인 것도 몰랐고(…)
Q. 그 말인즉, 공급까지 풀리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그것도 확신하긴 힘들어요. 제가 하나 간과했던 것이 재개발 이슈에요. 채상욱 애널리스트의 『뉴스테이 시대, 사야할 집 팔아야 할 집』에 자세한 내용이 담겼는데 한국의 1기 신도시 200만 호와 2기 신도시 일부에서 동시다발적 노후화가 이뤄지고 있어요. 그래서 재건축·재개발로 관심이 몰리며 가격상승이 뜨겁게 나타나는 거죠. 저는 공급 풀리는 것만 생각하고 기존의 아파트가 없어지는 건 별로 생각 안 했어요.
Q. 근데 재건축도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네. 재건축이 가시권 안에 들어오긴 했는데 지금부터 또 10년이라 생각해요. 이제부터 할 수 있는 거랑 실제로 하는 건 다르니까요. 일산, 분당, 목동 이런 곳은 대부분 대단지고 주변 환경이 잘 갖춰진 곳이라 일시에 재건축을 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재건축은 수익률이 좋아요. 그러니 기본적으로 분양권에 비해 미니멈 15%, 아마도 20-30% 싸게 살 수 있을 거니까 인기는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정부에서 초과이익 환수 등으로 앞으로 이런 이익을 거의 없앨 것 같아서 좀 복잡해요. 이것도 채상욱 애널의 『돈 되는 아파트 돈 안 되는 아파트』 참조를…
Q. 그래도 공급 푸는 게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 막는 데에는 최고 아닙니까?
그렇죠. 올해도 풀리고 있고 내년도 풀리니까요. 그런데 이번 정책을 볼 때 정부가 제일 싫어하는 건, 누구는 반지하 방 사는데 누구는 갭 투자 하는 게 싫은 거라고 봐요. 이게 진짜 부동산 부자들에게 타격이 있을 것 같진 않고, 갭 투자 하는 사람들 후달리게 하는 정도?
주거 양극화 계속되며 무주택자와 다주택자로 완전히 갈릴 것
Q. 이번 정책들이 갭 투자에는 확실히 영향을 줄까요?
일단 정부가 세게 때리고 조정세 접어드는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할 만큼 간 큰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잡을 거라는 시그널은 줬으니 2-3년 정도는 관망하지 않을까요? 빌린 잔금 못 내거나 너무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낸 사람은 팔 수 있겠지만, 정말 돈 많은 사람들은 그냥 홀드하겠죠.
Q. 무엇 때문이죠?
어차피 대통령 임기는 5년이에요. 부동산 투자 오래 한 사람일수록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건 잘 알고 있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대통령은 바뀌고 정책도 바뀜을 잘 알고 있어요. 어차피 돈과 정책은 돌고 도니까.
Q. 간 큰 누가 역발상으로 달려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전문적 투자자가 아니고서는 그러기 어려울 거예요. 아파트는 평생 모은 재산으로 한 채 사는 거예요. 부동산에서 역발상 투자는 없을 것 같아요. 슈퍼개미가 아닌 한 주식도 그렇잖아요? 공포에 떨 때 나가야 하는 거, 사람들 다 알아요. 저도 다 경험했지만, 손이 안 나가요.
Q. 그래서 오른다는 겁니까, 내린다는 겁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1년 뒤나 2년 뒤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건 정말 심리적 요인이 커서… 또 지역별로도 다 다르겠죠. 예로 신도시는 조정폭이 정말 작을 것 같아요. 이미 거의 묶여 있고 심지어 하락한 지역도 있어서… 아무튼 단기적으로 예측은 안 되지만, 그래도 좀 조정 있을 거라고 봐요. 크지는 않겠지만… 다만 장기적으로는 초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로 분류될 거라 생각해요.
Q. 1주택자는 왜 빼나요?
부동산 보유율 제일 높은 연령대가 70대 이상이에요. 이를 두고 노인들이 자산을 독점하고 있다고 하는데… 근데 여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아파트가 아니라 쓰러져가는 집, 지하방, 빌라 한 칸 이런 게 다 포함돼 있어요. 1주택자가 되게 많은 것 같지만, 생각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파트 거주자가 많지 않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주택 실수요자 29-44세, 이런 사람들은 이미 서울에 아파트를 살 수 없는 구조예요.
Q. 뭐, 원래 아파트는 빚으로 사는 거 아닙니까?
소수의 대기업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 아닐까요? 중소기업 다니며 월 200 받는 사람들, 소득증명도 잘 안 돼요. 아예 집을 사는 것을 논외로 해도, 삶의 플랜을 짜기도 힘든데 말이죠. 그래서 월세를 사는 사람 다수와 초다주택자들로 결국 양극화될 것 같다. 임대사업자 이런 거 등록해서 하겠죠.
Q. 지금이야 규제가 강화되었다고 치고, LTV, DTI 확 풀던 시절은 아파트 장만할 만 하지 않았나요?
지금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5.5억 정도 돼요. 그러면 70% 대출 가능하다 쳐도 거의 2억은 가지고 있어야 해요. 1억 모았다 치고 마이너스 통장 1억 내려면 대기업 다녀야죠. 서울에 싼 동네라고 해도 어지간한 아파트는 다 4억은 가고, 아무리 안 좋아도 3억은 가요.
Q. 대체 서울의 아파트에는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 걸까요?
저희 부모님이 지금 70 가까이 됐는데, 그 나이대는 IMF 고통도 있었지만 자산증식도 가능했던 세대에요. 이들 중 안 망하고 살아남은 분들이 잘 지키고 불려서 애들 결혼할 때 전세라도 해주고… 이게 대부분의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저랑 남편은 둘 다 대기업 다니고 연봉도 높은 편이지만 전세 하나 마련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거든요.
Q. 그렇게 듣다 보니, 서울 아파트에 실수요자가 정말 존재할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저는 그런 수요는 충분하다고 봐요. 이른바 투기세력이 호가 올리면서 전반적인 가격 띄우는 건 알겠는데, 실수요자가 없으면 전세가 버틸 수가 없거든요. 아파트 공실이 잘 안 나요. 애초에 우리는 사람들이 다 아파트에 산다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서울에 아파트 164만 호밖에 없어요. 저도 서울 아파트 살고 있고, 더 좋은 서울 동네 아파트 살고 싶어요. 제가 책까지 주제넘게 낸 이유는, 간신히 집 한 칸 마련하는 것도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인데 그것마저 실패하지는 말자, 떼돈 버는 법은 몰라도 폭락할지 안 할지만이라도 확실하게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Q. ……
부동산은 항상 사회적인 문제에요. 저도 정말 입으로 옮기고 싶지 않은데, 주가 꼬라박을 때 증권가에서는 ‘아직 자살한 사람 없잖아’ 이런 이야기를 해요. 이걸 농담이라고 하는 게 참 그런데… 부동산 문제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정말 많겠죠. 하우스푸어라 하지만 ‘아파트 6억에 샀는데 1억 떨어졌어…’ 이런 거죠. 애초에 아무나 살 수도 없고, 소시민과는 별로 관계없는 이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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