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부동산, 그중에서도 주로 상가와 토지 투자 강의를 하고 있어요. 소상공인 대상으로 상가 창업, 입지 선정을 이야기하죠. 요즘은 대기업, 언론사와 상권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서 장기적으로는 착한 프랜차이즈 육성을 하고 싶고요.
Q.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되셨나요?
직장 다니면서부터 재테크를 계속했어요. 사회생활 시작부터 점포개발 업무 하다 보니 부동산 쪽에 많이 포커싱했죠.
Q. 일찍부터 부동산 재테크라니, 부모님이 돈이 많나요(…)
그건 아니고 운이 좋았죠. 대학 다닐 때 돈이 너무 없어서 계속 알바를 했어요. 알바해서 번 돈으로 은행 가서 금리 제일 좋은 상품 뭐냐 물으니 청약저축을 추천하더라고요. 그게 동탄 아파트에 당첨되며 차익을 좀 남길 수 있었어요.
Q. 바로 주식이 아닌 부동산에 투자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주식도 좀 하긴 했는데 잘 안 맞더라고요. 첫 직장인 미니스탑에서 점포개발 업무를 한 게 계기였어요. 입사 6개월 만에 점포개발 쪽으로 발령 났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로 회삿돈 열심히 까먹었죠.
Q. 아니, 신입사원에게 점포 고르는 권한을 줘요-_-?
결정권한은 없는데… 결국, 현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건 담당이에요. 담당이 조사해서 올리면 검토하는 쪽에서는 어지간하면 도장 찍게 되죠. 그런데 그 자리 점포 매출이 최악이었어요. 하루하루 오픈한 점포 매출 보는 게 지옥이었죠.
Q. 프랜차이즈 낸 사람에게 엄청 미안했겠군요.
그건 아니고… 순수가맹점은 아니라서 회사가 임차보증금과 월세를 부담한 후, 가맹점주에게 위탁하는 형태였어요. 어찌 보면 흔한 일인데 그래도 어린 나이고 하니, 회사에서 정말 죄인이 된 기분이었어요. 성과 올리려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죠.
절대 간판빨과 예쁜 건물에 속지 말고 주 동선과 유효수요를 봐라!
Q. 공부하며 뭘 배웠습니까?
상권은 간판빨로 보는 게 아니다… 네온싸인 화려하면 잘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 점포가 시간이 지나 보니 주 동선이 아니었어요. 많은 사례를 거듭하며 알게 된 것이지만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이 반드시 상권이 좋다는 것과는 괴리가 있더군요.
Q. 그럼 뭐가 중요하죠?
상권의 주 동선 따지는 게 가장 중요한 걸 알았어요. 그다음으로 유효수요, 즉 유동인구를 봐야 하는 것도 알았고요. 우선 유효수요를 파악하고, 그런 다음 해당 상가가 그 유효수요의 주 동선에 있는지 따져야 하는 거죠. 첫해는 처참한 실패를 했지만, 다음 해 회사 내 공헌 이익이 높은 점포 10개 중 3개가 제가 개발한 점포였어요. 바로 우수사원상을 받고 회사에 진 빚도 갚았습니다.
Q. 직장 교육에서 그런 내용 안 나왔나요-_-?
사례 발표 많이 하죠. 여기 입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 왜 매출 잘 나오냐? 근데 그게 공식 같은 게 아니에요. 공식 외우면 안 틀릴 것 같은데, 입지별로 여럿을 봐야 해요. 유효수요가 누구인지 보는 것부터 그래요. 대로변 지나다니는 보행자라면 칼같이 접근성으로 봐야 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접근성을 너무 절대적이라 생각해요.
Q. 접근성?
그러니까 도로가 있고 인도가 있잖아요? 인도에 맞춰서 펜스 있으면 불리하다고들 생각해요. 접근이 제한되니. 그런데 역으로 오피스텔이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면 펜스가 역으로 자체 유효수요를 묶어주는 경우도 있어요. 무조건 이렇다라고 할 건 아닌 거죠.
Q. 그래도 잘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요?
사람들이 간판빨에 정말 잘 속아요. 제가 대학원에서 개발 사례를 연구하는 과목을 들었을 때, 우리나라에서 상가 시행을 가장 많이 한 업체 사례를 비판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어요. 건물은 정말 예쁘게 짓는데, 그것만으로도 일반인들은 분양을 받기도 하고 임차로 들어가 장사를 하려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건물이 예쁘다 해서 주 동선이 아닌데 굳이 찾아가질 않지요. 생각해 보세요. 1층 10평 남짓한 상가면 입점한 업종이 주 동선에 있는 것들과 겹치는 것들이 뻔한데 인근의 유효수요가 건물 예쁜 거 하나 보고 찾아갈 이유가 전혀 없지요.
Q. ……
그 상가는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런데 유효수요는 500세대가 채 되지 않는데 상가가 자그마치 200개 호가 넘어요. 건물만 예쁘장하지 그 많은 상가를 먹여 살릴 유효수요는 턱없이 부족한 거죠. 임대인들은 거기서 장사하면 잘 될 것 같다는 환상을 가져요. 건물 생김새도 흔히 말하는 ‘간판빨’을 받거든요. 그런데 근처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300여 세대에 불과해요.
Q. 망했네요(…)
거기가 위례에도 또 하나 지었는데, 역시나 완판됐어요. 그런데 규모가 천호동 현대백화점보다 커요. 백화점이야 층마다 카테고리별로 배치하면 큰 상권을 커버할 수 있지만, 일반 상가에서 어떻게 수요를 흡수하겠어요? 맛없는 과자에 색깔 예쁘게 넣어도 처음에나 인기지, 계속 팔리겠어요?
분양 시장엔 플레이어가 여럿 있어요. 크게 공급자 측인 시행사, 분양대행사, 시공사는 상가가 다 팔리면 웃을 수 있지요. 하지만 수분양자(주: 분양권 받은 사람)와 임차인은 결국 장사가 잘 돼야 하는데, 그 자린 결코 그럴 수가 없어요. 모든 플레이어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상가가 공급되길 바라고 있어요.
프랜차이즈, 유행 아이템을 좇지 말고 오래 갈 아이템이 남을 입지를 보라
Q. 뭐, 모두가 다 잘 되면 그게 자본주의이겠습니까…
저는 상가시장에서 그런 상품이 없어져야 한다고 봐요. 물론 창업자나 상가 투자자가 공부 좀 해서 애초에 안 들어가면 제일 좋겠죠. 하지만 그런 분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낭비에요. 그런데 강의에서 이런 자리 하지 마라, 라고 말해도 꼭 사람들이 열어요. 결국 몇억 손해 보죠. 장기적으로는 상가 분양받은 사람도 손해를 보고.
Q. 자영업이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 그런 일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그런데 상가는 경쟁이 치열한데 아파트에 비해 올바르게 배울 채널이 몇 없어요. 창업자들이 입지가 아닌 아이템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죠. 기존에 없는 아이템으로 창업하면 돈 벌 거다, 이런 착각 많이 하죠. 그런데 그 잘나가던 홍초불닭, 레드망고 이런 곳들도 시장에서 없어졌잖아요. 반짝 아이템으로 잠깐 돈 벌 수는 있어도, 그 아이템 얼마나 갈지 몰라요. 애초에 이 아이템이 유망산업인지 유행산업인지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해요. 양념통닭은 이미 유행을 넘어선 거잖아요?
Q. 프랜차이즈 자체가 한철 장사를 노린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프랜차이즈에서부터 입지를 먼저 평가해야죠. 그렇게 불량 입지를 피해야 자영업자도 돈을 벌고요. 프랜차이즈 회사 중 10년 이상 장기 영업한 브랜드는 10% 수준에 불과해요. 그런 회사들 보면 입지 선정을 본부가 선도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미리 자리를 보고 가맹점주 왔을 때 소개하는 식이죠. GS25, 이디야, 파리바게뜨 등 그런 구조를 가진 곳이 롱런하죠.
Q. 여러 이슈가 있지만 SPC는 정말 잘 안 망한다는 썰이 있더군요.
SPC가 점포개발 정말 잘 하죠. CJ가 못하고요. SPC는 업체가 자기 브랜드에 대한 유효수요 개념을 잘 알아요. 흔히들 대로변에 내야 잘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데, SPC는 이면도로를 잘 이용해요. 속된 말로 유효수요를 끊어 먹을 자리죠. 그렇게 생존력 있는 자리에 가게를 잘 내요. 그런데 많은 프랜차이즈가 그냥 대로변을 너무 중시하죠.
그러니까 SPC는, 특히 파리바게뜨는 대로변으로 나가야 할 입지에선 대로로, 이면에서 끊어먹어도 될 자리는 이면으로 들어가 경쟁 업체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입지를 잘 골라냅니다.
Q. 대로변이 좋긴 하지 않나요? 눈에도 잘 보이고…
일단 유효수요가 2천 세대가 넘어가면 자체상권이 알아서 생겨요. 빵집, 내과, 학원, 치과 등 의원급까지 들어갈 수 있죠. 어차피 먹고 살 수 있는데 대로변 왜 가요? 돈만 비싸지지. 그런데 이면 세대수가 1천 세대 정도다, 그러면 안쪽 들어가면 망해요. 그때는 대로변으로 나가줘야죠.
Q. 그런데 경쟁사 이슈가 있지 않나요? 예로 제 지인은 치킨집 아무도 없는데 들어가서 돈 잘 벌다가, 경쟁사 5곳이 생기며 망한 경우가 있는데…
경쟁점 생기는 건 너무나 당연하죠. 경쟁점은 항상 염두해야 해요. 경쟁점이 없어서 독점 전략을 짜든, 경쟁점이 있는 곳에 추가로 들어가든, 중요한 건 압도할 수 있는 입지에 들어가는 거에요. 애당초 1입지에 들어가는 게 모든 자영업 비즈니스의 경쟁력이에요. 쉽진 않죠. 회사에서 점포개발 업무하면 죽어라 시뮬레이션 돌려요. 앞으로 경쟁사 어떻게 생길지도 보는데… 이 경우는 그래도 자본이 좀 있어서 장기 손익 따지는 경우고, 자영업자면 1입지 찾는 게 맞죠.
Q. 골목마다 보이는 편의점은 입지 무관하게 무진장 안 망하는 것 같습니다…
편의점은 다들 점포개발 잘해요. 서로 잘하는 사람 있으면 스카우트하려 하고요. 저만 해도 미니스톱에서 우수사원상 두 번 받고 GS에서 스카우트한 케이스거든요. 막 내는 것 같아도 무진장 따지면서 점포 내요.
이게 편의점 특성이 있는데, 술집 같은 데는 장사가 안되더라도 주인이 영업 잘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편의점은 안 되면 그냥 본사 책임이에요. 아무리 친절하고 장사 잘하는 사람이 들어가 봐야 매출 늘어나는 건 10% 안팎이라, 본부가 입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죠.
술집과 요식업, 대로변에 속지 말고 이면도로를 눈여겨보라
Q. 사실 사람들이 가장 관심 많은 건 술집일 텐데… 술집은 어떤가요?
솔직히 술집은 다 망한 자리라도 사장이 잘하면 살릴 수 있어요. 그래도 상권 성격이 맞아야 그걸 극대화할 수 있겠죠. 예로 유효수요란 게, 직장인 유효수요 주거지 유효수요 등 다양해요. 신도시라 해도 유효수요가 아파트밖에 없으면 술집 망하겠죠. 판교 보면 직장인과 주거지가 딱 분리돼 있잖아요. 그러니까 호프집에 사람 들끓는 거죠.
Q. 집 근처 술집도 종종 장사 잘 되는 데 있지 않습니까?
어떤 컨셉 술집이냐 따라 다르겠죠. 술집은 특히 유효수요의 성격을 잘 봐야 해요. 예로 아무리 고급 주택가라 하여도 근처에 유흥주점이 있다면 장사가 잘 되겠어요? 술집이란 게 대개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아 하는 곳인데, 가족 단위로 와 편하게 먹고 일찍 끝내는 술자리니 식사와 술이 함께 있는 주점이 영업이 그나마 되겠지요. 예로 돈 많은 사람들 사는 동네에서 고급 안주 파는 술집 차리면 힘들겠죠. 가족 단위로 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지, 와이프와 술 먹고 죽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Q. 책을 보니 대로변에 술집 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왜죠?
대로변에서 술 마시면 식구들이 볼 수도 있고 부장님이 볼 수도 있잖아요. 불편해요. 또 사람들은 한 블록 이면도로 들어가서 술집 찾는 게 습관화돼 있어요. 근데 신도시 가면 꼭 대로변에 술집 많이 생겨요. 동탄 신도시도 삼성전자 빨이라고 대로에 막 생기다가, 이면도로에 있는 곳만 남았죠.
Q. 대로변 임대료가 비싸서 아닐까요?
그러면 장사 잘하는 누군가는 살아남아야죠. 처음에는 대로변만 상가가 있으니 그쪽부터 들어차고, 뒤에는 상권이 휑해요. 그래서 처음에 대로에 술집 만들면 잘 될 거라 생각하는데, 이면이 상권이 하나씩 생기면 점점 밀려나게 돼요. 임대료 차이는 동탄 쪽 20평 기준으로 50만 원 정도니까 그렇게 크진 않아요. 이면도로 쪽이 커지면 대로변 술집은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Q. 그러면 대로변에는 어떤 가게가 들어서야 할까요?
학원, 병원, 빵, 커피숍. 이런 가게는 눈치 안 보이니까 대로변이 잘 되죠. 구도심이든 신도심이든 마찬가지에요. 안쪽은 여지없이 음주상권이고요.
상권이 아닌 입지다, 그중에서 1입지만을 노려라
Q. 좋은 상권으로 가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나요?
입지를 보고 들어가야죠. 입지와 상권은 개념이 달라요. 강남역이 상권이라면, 입지는 강남역에서의 위치예요. 1억 들고 김밥집 한다고 생각해 봐요. 그러면 한국 최고 상권은 강남이니까 잘 될 거다? 1억으로는 이면도로 정도가 아니라 강남 엄청 구석에나 겨우 자리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는 돈 못 벌겠죠. 반면 1억 가지고 가리봉동에서 한다면 번듯한 데에다가 인테리어까지 잘 할 수 있겠죠. 좋은 상가는 상권이 좋은 데가 아니라 입지가 좋은 데에요.
Q. 입지 등급이 그렇게 절대적으로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나눌 수 있을지…?
100개 중 100개가 잘 될 자리는 아니라도 90개 잘 될 자리는 있어요. 동탄에 가마로 닭강정이 있어요. 아이템은 별로 안 좋은데 4,100세대가 오가는 길목에 딱 있어서 하루에 150만 원씩 팔아요. 입지의 힘이 이런 거에요. 이런 자리는 뭐가 들어가도 되죠.
물론 모든 업종에 입지가 동일하게 적용되진 않아요. 브랜드 독점력이 강한 빵집은 그런 임대료 비싼 자리보다 주 동선 흐르는 쪽으로 빠지는 게 맞겠죠.
Q. 임대료는 결국 시장 효율성에 따라 돌아가지 않나요?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되는데, 새로 조성되는 곳은 달라요. 왜냐, LH가 처음에 용지 분양하면 아파트 앞에 근린상가 골목이 있을 거잖아요? 입찰하니까 차이는 있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상가 분양가가 비슷해요. 그러다 입지에 따라 점점 임대료 차이가 나죠. 근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기까지는 상가 실질 가치보다 조정 폭이 적어요.
Q. 젠트리피케이션 이슈는 어떻게 보세요?
제가 직장 다닐 때 홍대 쪽을 담당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매출과 임대료 데이터 다 봤는데… 건물주만 살아남는다는 건 좀 어폐가 있어요. 실제로 보면 임대료 올리는 게 임대인이 아니라 임차인인 경우가 많아요. 예로 롯데리아가 장사 잘 하고 있는데 맥도날드가 들어갈 자리가 여기밖에 없어요. 그러면 건물주 찾아가서 월세 얼마 올려주겠다고 쇼부를 봐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이지, 근거 없이 올려달라는 게 아니에요. 건물주 입장에서도 임대료 올리는 게 부담이거든요. 안타까운 일도 생기지만, 사회 발전의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Q. 그런데 그렇게 또 들어간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하청업체 후려치는 이슈도 있지 않습니까.
후려치기가 나쁜 용어인 것이지, 본질은 나쁜 게 아닙니다. 기업 활동의 하나인 ‘원가절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후려치기라는 용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도 두부나 계란 살 때도 가격 하나하나 따지며 합리적으로 고르잖아요. 기업은 영리가 목적인데 그 생리를 나무라면 기업을 하지 말란 소린데, 일자리가 없다는 요즘 그러면 안 되죠.
Q. 그럼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진출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것도 관점이 어떻든 막을 수 없는 현상이라 생각해요. 다 규모의 경제거든요. 올리브영도 초기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드럭스토어 최초로 열었는데, 화장품 가게도, 편의점도, 약국도 아니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예 아이덴티티가 없는 정도였죠. 그러다가 트렌드에 민감한 20대에서 30대까지 알려지며 자리 잡은 거에요.
애초에 유통이란 게 매장 100개 정도 가야 장사가 되고 300개 가야 적자가 안 난다는 설도 있어요. 그 코오롱만 해도 W스토어 만들었지만 규모가 안 돼서 고전 중이잖아요. 어지간한 사이즈로는 승부 걸기 힘들어요. 결국 CJ라는 대기업이 모험을 걸고 사업을 전개하여 준 덕분에 소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질 좋은 상품도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기회를 얻었어요. 기업의 국민에 대한 기여가 바로 이런 것이라 봅니다.
인테리어에 헛돈 쓰지 말고 차라리 권리금으로 좋은 자리를 잡아라
Q. 근데 신기하게 그 많은 자영업 커피숍은 생각보다 안 망합니다?
카페는 애초에 많이 버는 쪽도 아니지만, 카페가 잘 안 망하는 건 변동비 지출이 적어서 그래요. 매달 돈 나가는 게 월세, 인건비, 재료비 등등. 얼마 안 되잖아요? 가게를 낼 때 고정비가 많이 들어서 그렇지. 보통 카페베네나 투썸플레이스가 보증금, 권리금 등등 해서 4억 가까이 들어요. 그 중 상당 부분이 집기, 인테리어 등에 들어가고요. 그걸 확 낮추니까 동네 카페도 버틸만한 거죠.
Q. W카페에서도 일했던 걸로 아는데, 어땠나요?
W카페 생각보다 잘 되는 게, 우리는 내는 돈을 확 낮췄어요. 1억 정도면 열 수 있도록 말이에요. 커피숍 중 인테리어나 브랜드 보고 오는 곳 스타벅스 정도 제외하면 몇 없잖아요. 요즘 폴 바셋이 확 뜨는 정도지. 이런 입지 우월성을 뛰어넘는 브랜드가 있다면 모를까, 인테리어가 정말 크게 중요해요? W카페는 자영업자들 입점시켜서 돈 벌지 말고, 좋은 입지 골라서 같이 잘 되자는 철학은 항상 가지고 갔고 실제로 매출과 이익이 괜찮아요.
Q. 요즘 젊은 층들 카페 창업에 관심 많은데, 카페 입지는 어떻게 보시나요?
골목골목에 있는 쥬시나 빽다방 같은 박리다매 모델은 1입지 가야죠. 유효수요 많고 대중교통과 가까운 주 동선으로 가야 해요. 박리면 무조건 많이 팔아야 하니까요. 박리다매가 아닌 일반 카페라면 좀 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겠죠. 세대가 얼마나 되는지, 주변 유효수요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등등.
Q. 서울이 아닌 지방만의 상가 특성이 있을까요?
일단 상가는 같은 서울 안이라 해도 다 개별적인 걸로 봐야 해요. 서울이나 지방이나 상권하고 입지만 주의 깊게 보면 돼요. 그래도 지방은 유효수요에 밀집도가 낮아서 인구도 잘 봐야 하고, 새로 생겨나는 신시가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사이즈가 좀 되면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로 중심이 옮겨가는 일이 많으니.
Q. 권리금 내고 들어가는 건 어떻게 보세요?
이건 좀 잘 들여다봐야 하는 게, 권리금 없는 곳은 임차료가 과한 경우가 많아요. 권리금 5000에 월세가 150만 원인데 상가가 있고, 그 옆에 동등한 자리가 권리금 없이 월세 250이라고 생각해 봐요. 후자가 나아 보이지만 시간 지나면 전자가 나을 수 있어요. 5000만 원이면 60개월 상각하면 80만 원 정도 되는 셈이니까요.
권리금 있는 자리가 보면 통계적으로 입지가 약간씩 우세해요. 그래서 장사 잘 하는 사람이 오히려 권리금 주는 경우가 많아요. 모 프랜차이즈 구매팀장은 자기 회사는 무조건 권리금 주고 1입지 들어간다는 이야기한 적도 있고.
상가 투자, 난이도는 높지만 그만큼 수익률을 안겨줄 재테크 수단
Q. 이번 8/2 대책의 영향은 있을까요?
상가는 오직 입지예요. 정책과는 무관하게 돌아가죠. 대신 집값 붕붕 날아갈 때도 무관하긴 한데… 상대적으로 집값이 더 안 올라갈 것 같을 경우 아파트 갈 돈이 상가로 좀 들어오긴 해요.
Q. 그러면 이번 대책으로 상가 쪽은 좀 오를 수도 있다?
오르겠지만 미미할 거에요. 국어 어렵다고 수학 공부 안 하잖아요. 아주 적은 정도의 관심만 옮겨가겠지. 상가 투자는 애초에 좀 꾼들의 영역이에요. 하이 리스크라.
Q. 상가 투자를 한다면 어떤 걸 봐야 할까요?
누가 와서 이 자리에 매출을 일으켜 줄지, 즉 유효수요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유효수요가 어느 길목으로 다니느냐, 즉 주 동선에 있느냐를 따져야죠. 이게 거의 전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근길 상권, 오른손의 법칙 등 한 줄짜리 명제로 된 것을 달달 외워서 부합되는 것이 많은 상가가 좋은 거라 착각하시는데 절대 그러시면 안 됩니다. 매출이 일어나는 원리에 입각해서 보아야 합니다.
Q. 경매는 어떨까요?
선수가 아니라면 비추에요. 상가 경매는 주택과 달리 열에 아홉은 못 쓰는 놈이에요. 운 좋게 좋은 상가 걸릴 수도 있겠지만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안목이 많이 필요해요. 애초에 경매뿐 아니라 매매도 좋은 상가를 찾기는 정말 힘들어요. 장사 잘 되면 월세도 받고 건물 가치까지 오를 수 있는데, 그걸 누가 내놓겠어요? 제 경우에도 상가를 원래 산 2배 가격에 팔라는 제안을 받은 적 있는데 안 팔았어요. 매매차익도 좋지만, 꼬박꼬박 돈 잘 꽂히는 곳을 왜 팔아요.
Q. 아니, 돈도 잘 벌면서 회사는 왜 다녔어요?
그 전까지는 돈 없어서 다녔고 위메프는… 결혼하고 애 낳으면 알게 되는데, 아들이 자꾸 아빠는 왜 일 안 하고 잠만 자냐고 채근해서…
Q.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
W카페 때부터 꿈꿔온 ‘착한 프랜차이즈’를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소상공인이 프랜차이즈의 꼬임에 놀아나지 않도록 감독도 하고, 잘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엔 적극적인 홍보도 해주고요. 그래서 모 대기업과 상권분석, 입지분석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에요. 나아가 어느 프랜차이즈가 소상공인들에게 좋은 자리를 제공했는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인테리어 창업비용을 아꼈는지 분석하고 있어요. 그런 착한 프랜차이즈 기업을 발굴하고, 부족한 곳을 코칭해보고 싶어요.
이 강의를 들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 현장경험을 통해 획득하고 정립한 상가의 선별기준
- 경매물건 사례를 통한 구체적인 상업지역별 접근법
- 난이도는 높지만 그만큼 수익률을 안겨줄 재테크 수단
누가 들으면 좋은가요?
- 상권/입지분석의 실전 지식을 알고 싶은 사람
- 답사할 때 어떤 요소부터 살펴봐야 할지 모르는 사람
- 투자한 상가가 공실날까 걱정스러운 투자자
강의를 들으면 무엇이 남나요?
‘나쁜’ 상가를 빠르게 걸러내고, 상권과 입지에 대한 분석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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