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주택 자산을 굴릴 때 가장 스마트한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주는 로봇 비서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저희는 ‘부동산 로보어드바이저’라고 부르고 있어요. 아마 세계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Q. 왜 그런 걸 하고 계시나요?
작년에 부동산 P2P 대출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경쟁업체가 몇십 개가 나오더라고요. 너도나도 돈 빌려주겠다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니 잘못하면 공멸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서비스 다 만들어 놓고 런칭도 못하고 다른 길을 찾았어요.
Q. 다 만들고 접으려니 아쉬웠겠군요.
돈 빌려주는 서비스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빌려주면 안 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야 해요. 그러다 보면 부실이 생길지 모르겠다 생각했어요. 또 수십 명 직원들 BEP 맞추려면 매출 수십억, 역산해서 대출 규모가 아마도 1,000억은 나와야 되는데 P2P 대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힘들어 보였어요. 저희의 큰 그림에서 P2P는 일단 홀드 시켜놓고 다른 것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부동산 P2P, 앞으로 더욱 다양한 발전을 맞이할 것
Q. 님 부동산 전문가인데, 이런 식의 P2P 투자와 대출이 계속 클 수 있을까요?
흔히 말하는 중금리라고 하는 건 1금융과 2금융의 중간 정도, 즉 1.5 금융 정도고, 금리로는 7~15%를 이야기해요. 대출을 받을 때 부동산이 들어가면 담보가 있어서 안전해지고 그만큼 금리가 낮아져요. 그래서 중금리대에서 다루는 부동산 상품들은 1.5금융보다 리스크가 좀 더 높지만, 금리가 높은 2.5금융 영역에서 다루던 상품들이 많아요. 리스크를 그때그때 잘 관리하지 못하면 재앙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관리를 잘 할 수 있다면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괜찮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Q. 부동산알못을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P2P 대출은 담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신용대출과 담보대출로 나눌 수가 있어요. 담보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게 부동산이죠. 건축자금 대출은 이미 완성된 건물이 아니라 짓고 있는 건물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담보로 뭘 잡을지가 좀 애매해요. 아직 콘크리트가 채 굳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보는 거니까요. 그래서 프로젝트를 건 바이 건으로 꼼꼼히 심사해야 하고, 중간중간 나가서 건물이 잘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합니다.
Q. 뭔가 멋모르고 뛰어들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새로운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해오던 시장이에요. 그런데 몇 년 전 저축은행 사태가 나면서 이후 저축은행들이 이 분야에서 손을 떼면서 P2P대출이 그 바통을 이어받은 거죠. 이미 지은 건물을 담보로 잡으면 일이 잘못됐을 때 경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짓고 있는 건물은 중간에 공사가 멈추고 송사가 오가면 골치 아픈 일들이 많겠죠.
Q. 좀 복잡하군요.
그래도 담보대출은 심플합니다. 돈 안 갚으면 법원이 경매를 진행하고 돈을 회수해 주죠. 시중 은행은 부실률이 0.1% 수준이기 때문에 경매로 가는 확률도 낮지만 애당초 집값의 60~70% 수준으로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경매에서 헐값에 낙찰된다 해도 돈 떼일 확률이 낮아요. 그러니 은행에서는 3~4%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줘요. 그런데 P2P에서는 이렇게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을 만들면 아무도 투자를 안 하니까 더 높은 이자율을 줄 수 있는 상품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후순위 담보대출 상품을 많이 다뤄요.
Q. 제가 후순위 담보대출을 잘 모르는데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이건 돈을 빌려 간 사람이 돈을 못 갚아 경매가 진행될 때 돈을 돌려받는 순위가 낮다는 얘기인데요. 먼저 돈 빌려준 사람이 받아가고 난 다음 남은 금액에서 받아간다는 겁니다. 돈을 다 못 돌려받을 위험이 생기지만 대신 이자율이 훨씬 높아요. 어차피 아파트나 주택은 많은 경우 낙찰률이 90% 이상이라서, 높은 수익 기대하면서 리스크도 낮출 수 있어요.
Q. P2P 부동산 쪽을 좀 안전하지 않다고 보시는 건가요?
채널과 상품은 별개로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기존 인더스트리에서 커버하지 못한 니치 마켓은 분명히 존재할 테니 사업기회는 많을 것 같아요. 부동산 쪽에서는 지금 12~18%의 투자상품이 하이리스크-하이리턴으로 많은데 앞으로 투자자와 돈 빌리는 사람의 저변이 확대되면 더 안전한 상품, 7~10%대의 상품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그러면 결국 P2P도 어디까지나 새롭기보다, 금융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군요.
각 P2P 회사별로 전문성 있는 영역들이 더 생겨날 것 같기도 해요. 해외에는 놀라운 니치 마켓의 투자상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은 놀고 있는 자투리땅에 시민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해서 공원을 짓기도 해요. 펀딩 결과가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다 보니 정부에서 자금을 매칭해서 지원을 더 해주죠. 지자체에서도 충분히 명분을 살릴 수 있는 자본 민주주의지요.
고속성장으로 엉망진창이었던 한국 부동산 시장
Q. 어쩌다 부동산에 이렇게 꽂히게 된 거죠?
제가 부산 출신인데, 고등학교 졸업 때 집안에 사정이 생겨서 제가 생업으로 건물을 관리해야 했어요. 엄청 구린 건물이었는데 IMF 때라 공실이 많이 생겼어요. 이게 가족 생계랑 직결되다 보니 청소 등 입주자들 문제를 하나하나 봐줬죠. 그러다 직접 노가다 하면서 건물 수리를 했는데 공실도 없어지고 임대료도 50% 오른 거예요. 어린 나이에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계속 공부하게 됐죠.
Q. 공부라 해도 부동산은 정말 몸으로 부딪히는 일 아닌가요?
부동산 하면 ‘복덕방’만 떠오르던 시절이에요. 뭘 공부해야 할지도 모르니 일단 미국에 공부하러 갔어요. 그러던 와중에 부동산의 본질은 금융인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금융과 경제를 공부했죠.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다가 본격적으로 공부하러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 대학원에 갔어요. 이후 맨해튼의 부동산 디벨로퍼 회사에 들어가면서 10년 넘게 부동산을 계속하게 됐네요.
Q. 거기서 무슨 일을 했죠?
꽤 고급진 경험을 많이 했어요. 우리 회사에서 개발했던 건물이 집 한 채에 400억짜리였는데…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 트럼프가 저희 건물을 파는 브로커였습니다. 거기 대표님이 대단하신 분이시고 미국 주류사회 사람들과도 관계가 좋았어요. 덕분에 저도 신기한 경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수백억짜리 집들은 예사고 1,000억이 넘는 집도 가봤어요. 고가의 부동산을 다루는 뉴욕의 탑 브로커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요. 미국은 브로커 수수료가 최대 6%라서 보상도 크고 매우 전문적인 직업에 속합니다.
Q. 그 밖에는 어떤 일을…
10년 동안 투자 관련 업무로 엑셀만 주야장천 돌렸죠. 회사가 상가(리테일) 쪽에 강점이 있는 회사여서 쇼핑몰 관련된 프로젝트를 많이 했어요. 그때 한 프로젝트 중에 신림동의 ‘포도몰’이라는 쇼핑몰이 있었는데, 한국에 있는 쇼핑몰치고는 독특한 개발 모델을 도입했어요.
Q.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었지요?
그동안에는 상가나 쇼핑몰을 지으면 동대문 상가들처럼, 가게를 조그만 크기로 쪼개서 호실별로 분양을 해야 했어요. 일반적인 아파트 단지내상가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주인이 제각각이면 상가 관리가 힘들어요.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활성화가 점점 힘들어지죠. 자금력이 부족한 개발회사(시행사)는 땅도 생빚으로 사고 공사비도 몽땅 빌려서 공사를 하는데 빚내서 건물 짓고 나면 갚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조그만 상가로 분양하면 이게 돈은 더 많이 남으니 펜스만 치면 분양광고부터 하며 쪼개 판 거죠. 미분양이 나더라도 임차인 찾아서 임대 놓아 버리면 손해는 안 생기니까요.
Q. 저게 유지됐다는 게 더 신기하네요(…)
우리나라는 고속성장 덕에 땅값이 워낙에 빨리 올라서 땅만 확보해두면 중간에 문제가 생겨도 문제가 잘 덮였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심지어 땅도 안 샀는데 분양부터 하는 일도 생겼죠. 굿모닝시티같이 여러 명한테 같은 물건을 파는 사기 분양도 생겨났어요. 시행사들은 선분양 한 건만 잘해도 대박이 터질 수 있겠다 싶으니 치고 빠지는 식으로 시장을 어지럽혀 놨어요. 굿모닝시티 이후로 안전장치들이 마련됐어요.
Q. 포도몰은 어떻게 달랐나요?
코엑스몰은 회사가 전체 상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에서 깔끔하게 관리를 했어요. 쇼핑몰을 개발하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들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포도몰의 경우, 한국회사에서는 조달이 안 돼 홍콩에서 자금을 갖고 왔어요. 그게 메자닌 금융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분양하지 않아도 됐어요. 돈을 빌려주는 쪽에서 어느 정도 책임을 가져가는 대신에 나중에 쇼핑몰 운영이 잘되면 추가적인 수익을 챙길 수가 있거든요. 결국 포도몰은 상가 활성화도 잘됐고 나중에 건물 가치를 키운 후 통으로 매각했어요. 어찌 보면 자기개발형 몰링에 성공한 거죠.
미국 부동산, 한국과 달리 대자본의 건물 가치 상승에 집중
Q. 요즘은 몰 엄청 많던데…
그렇죠. IFC, 타임스퀘어, 커먼그라운드, 스타필드… 요즘은 몰링이 트렌드다 보니까, 너무 많이 짓는다는 생각까지도 들어요. 요즘 나오는 몰들은 대기업에서 하는 건데 10년 전 당시에는 메자닌 금융 덕에 부동산 개발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뀐 거죠. 해외에서는 쇼핑몰 개발을 리츠에서 많이 합니다. 한국은 리츠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은 좀 애매하네요.
Q. 리츠는 왜 또 불안한 거죠?
미국에서는 리츠 회사가 자금을 모집해 쇼핑몰을 개발한 뒤 꾸준히 임대 운영하고 배당을 주는데 한국은 리츠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요.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을 처음부터 개발하고 끌고 가는 회사가 필요해요. 우리나라 자기관리형 리츠 회사는 처음 나온 1호 회사부터 줄줄이 임원진들이 구속되거나 사기로 얼룩져 안타깝게도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회사 형태가 아니라 일반 펀드같은 리츠에는 현재 기관 투자자들만 투자하고요.
Q. 왜 한국에 오면 다 이 꼴일까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이다 보니 그만큼 성장통도 크다고 봅니다. 고속성장 시기에는 실력이 있든 없든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저성장 시대가 오면 기존의 시스템과 방식이 안 먹히죠. 가려져 있던 허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때부터는 진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해요. 지금은 외국이나 선례들을 찾아보게 되고 ‘글로벌 스탠다드가 있다’는 걸 깨닫는 과정인 것 같아요.
Q. 뭐가 이렇게 낙후됐다 보시는 겁니까?
저도 짧은 식견이지만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느낀 점이… 한국도 점점 그쪽으로 가고 있기는 해요. 하지만 해외의 부동산 개발이란 건 가치 상승(add value)에 기반 두고 있어요. 땅이 넓으니 건물 하나 잘 짓고 땡이 아니라 건물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죠. 나아가 그 상권의 가치를 높여야 사람들이 몰려오고 돈을 벌 수가 있어요.
Q. 한국은 안 그런가요?
한국은 좁은 땅에 사람이 몰리니 도시는 커지고 땅값은 계속 올랐어요. 땅만 잡아 놓으면 가만 앉아 있어도 돈이 벌리는 구조에요. 한국 사람들은 원체 머리가 좋다 보니 별의별 창조적인 플레이를 생각해내는데 그중에는 편법이나 불법적인 일들이 많았어요. 근데 그런 게 잘 먹힌 것 같아요.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형 스캔들에 부동산 관련 사건이 굉장히 많아요.
Q. 헬조선 이야기를 했으니 선진국 이야기로 넘어가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사업가로 성장한 것처럼 중장기 전략에 따라 브랜드를 만들고 계속해서 가치를 높이는 방식의 부동산 투자가 정석으로 받아들여졌죠. 부동산에 특화된 사모펀드 등 풍부한 금융환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직접 돈을 투자하고 리스크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가죠.
Q. 한국도 부동산에 돈 대는 쪽은 많지 않나요?
한국에서는 부동산 사업에 돈을 빌려주려고만 하고 투자하는 자본(equity)이 부족합니다. 그러면 자본이 부족한 개발회사는 땅 주인과 지주공동사업을 하거나 프로젝트파이낸스(PF)로 돈을 90% 이상 땡겨오고 건물을 분양해서 갚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리스크를 차단하려고 대출만 해주니 다양한 프로젝트가 검토되기 힘들어요. 누가 먼저 뛰어들고(brave penguin) 그 상품이 증명되면 또 모두가 뛰어들어 레드오션화되는 것 같고요. 뭐 하나 지으면 비슷한 것들 우르르 짓잖아요. 최근에는 호텔을 엄청 많이 지었죠. 그때그때 통과되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가 없는 거죠.
한국 최초의 부동산 로보어드바이저에 도전하다
Q. 엄청난 정보를 전해 들었으니 본인 사업 이야기를 좀 해보죠. P2P를 접고 새로 하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죠?
지금은 부동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P2P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될 거라 생각하지만, 저희들은 고심 끝에 좀 더 IT 회사, 테크 회사 쪽으로 방향을 돌렸어요. 로보어드바이저는 주식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로봇이 자동으로 투자 관련 조언(어드바이스)을 해주는 서비스에요. 주식에서는 개인 전담 펀드매니저 같은 거죠. 그동안 고액자산가들이나 받을 수 있던 개인별 서비스를 일반 사람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Q. 이걸 부동산으로 옮긴 거군요.
집을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 임차해야 하나 등등 집 관련된 수많은 고민이 있는데 그런 고민들을 해결해 주려고 해요. 부동산은 세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정부규제나 정책, 금리 같은 시장 상황 같은 변수가 많아요. 꽤 복잡하죠. 그리고 착시 현상이 있어서 많이 오른 거 같은데 실제 까서 놓고 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와요. 지난 10년간 두 배 가까이 오른 반포주공 1단지 아파트의 경우에도 실제 세금과 비용 등을 제하면 연간 수익률이 5%가 채 안 되더라고요. 이때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역할을 부동산 로보어드바이저가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주식과 달리 부동산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떤 특징이 있지요?
부동산 투자 시나리오를 구성해서 알려주려고 해요. 매도 타이밍이나 대출 금액, 세금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죠. 나아가 대출 추천까지도 제공해요.
부동산이 큰 문제가 되는 건 많은 경우 대출 때문이에요. 몇 년 전 하우스푸어가 문제가 됐었는데, 문재인 정부의 대출규제로 내년부터 대출 연장이 안 되거나 대출금액이 대폭 줄어들게 될 거에요. 대출 연장이 안 되면 은행은 물론이고 2금융권에서조차 자금조달이 안 돼 3금융, 대부금융 쪽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 봐요.
Q. 자신에게 제일 맞는 대출을 추천해준다?
점잖은 은행권 대출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은행에서 퇴짜를 맞고 대부업체에 가서 돈을 빌려야 하면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정부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경매가 늘고 급매물이 쌓여서 집값이 내려갈 수 있고 전세금보다 집값이 떨어져 세입자들이 손해를 보는 깡통주택이 재연될 수도 있겠죠. 저희는 이때 손해를 최소화해서 집을 파는 법이나 필요한 금액을 가장 저렴하게 조달할 방법을 알려주려고 해요.
Q. 근데 대출 추천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일 아닌가요?
처음 사업 시작할 때부터 하우스푸어 문제에 관심을 가졌어요. 박근혜 정부 때 1금융권 대출한도를 집값의 60%에서 70%로 늘렸는데, 그 전에 전세자금 대출을 이미 엄청난 규모로 풀었어요. 전세가가 빠르게 상승하면 돈 좀 더 보태 집을 사도록 하는 정책이었던 것 같은데, 정책적으로 풀어주니 무리해서 집을 산 사람도 많아요. 그런데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면 집은 안 팔리고 대출 상환 때문에 목줄이 죄어 오다가 어느 순간을 넘기면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Q. 그래도 부동산 담보가 있는데, 왜 빈털터리가 되죠?
집을 가진 사람이 디폴트 나면, 두세 달 이후부터는 원금연체로 연체이자율이 15%까지 올라가요. 이자가 4~5배로 불어납니다. 경매 진행이 끝나려면 1년 가까이 걸리는데 가압류가 걸린 집은 팔기가 쉽지 않아요. 경매로 넘어가면 싸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예를 들어 5억짜리 집을 3억 5천 빌려서 샀다가 경매 들어가면… 경매가 끝날 때까지 이자랑 이런저런 비용이 5천 정도 나오고 경매 낙찰율이 90%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5천 정도가 됩니다. 그동안 디폴트를 막으려고 고금리의 카드론이나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고 나면 남는 게 없게 되죠.
Q.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대출 프로그램을 추천하겠다…
그동안 대출을 많이 풀었는데, 갑자기 줄이게 되면 진통을 겪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때 가장 먼저 다치는 사람은 돈이 부족하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 비빌 언덕이 부족한 사람들이에요.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질수록 중산층은 무너지고 사회는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빌려주는 게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빌리면 좋을지를 알려주고자 해요. 소비자들에게 금융의 옵션을 늘려준다는 궁극적인 효과는 비슷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래의 부동산 지형도, IT와 스마트폰을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
Q. 마무리 단계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너무 광범위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큰 흐름에는 인구사회적 변화와 규제금융의 변화 등이 있는 거 같습니다. 인구사회적 변화는 먼저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만해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동안 각 산업별 성장을 비교해보면 건설업 성장은 0%였어요. 새집을 안 짓고 기존 집을 리노베이션 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었죠. 로얄 토토 같은 변기회사 건자재 회사들은 괜찮았습니다.
Q. 일본 건설사는 그간 완전히 망한 건가요?
아니요. 일본에서 그동안 10% 이상 성장한 회사들은 미쓰이 부동산이나 미쓰비시 같은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었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누가 운전을 하든 배가 빨리 가겠지만, 바람이 잦아들면 노 잘 젓는 사람이 빨리 가거든요.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이런 부동산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을 한 디벨로퍼들이 많습니다. GDP의 20%가 건설 관련 분야인 한국은 특히 잘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거 같습니다.
Q. 스스로 테크, IT 회사라 정의하셨는데 기술이 부동산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최근에는 코워킹스페이스가 뜨던데.
이미 손정의 씨가 공유 오피스 위웍(WeWork)에 5조를 투자하기로 해서 꽤나 유명세를 치렀죠. 이전에도 사무실을 쪼개서 빌려주는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많았지만 최근에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부동산이 장치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이제는 크라우드 환경이 마련됐으니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잖아요. 거대한 상업용 오피스 시장을 생각해보면 몇조도 큰돈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죠. 임대업(Rental business)이 운영업(operation business)으로 진화해 나가는 거죠.
Q. 그 밖에는 어떤 변화가 예측되나요?
우리는 손안에 스마트폰 지도를 늘 넣고 다니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카카오택시를 부를 수 있고 자율주행까지 연결되겠죠. 이렇게 되면 큰 길가의 이점이 많이 줄어듭니다. 언제부턴가 눈에 잘 띄는 큰 간판에 이끌리지 않고, 손바닥 스마트폰으로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잖아요. 과거에 중요하게 여기던 입지에 대한 개념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죠. 장기적으로 이는 땅값에도 영향을 주리라 봐요.
Q. 어떤 식으로요?
유동인구를 영어로 foot traffic이라고 해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그만큼 땅값이 비쌌죠. 그런데 이제 돈은 finger traffic으로 몰리고 있어요. 얼마나 클릭을 많이 하는가가 중요해지는 거죠. 이제 이 finger traffic의 가치에 따라 땅값이 움직이겠죠. 넷플릭스만 해도 부동산 시장을 뒤바꾸고 있어요. 쇼핑몰에 있어 영화관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핵심 임차인(anchor tenant) 역할을 하는데, 넷플릭스 때문에 그 가치가 많이 내려갔죠. 아무래도 오프라인은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쪽으로 계속해서 발전할 거라고 봐요. 최근 스타필드가 먹거리나 경험을 강조하고 있듯이…
Q. 여기에 필요한 정부 역할은 무엇일까요?
규제를 좀 완화해야겠죠. 예를 들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는 있지만, 부동산에 투자할 수는 없거든요. 부동산과 금융 각각에 대한 규제가 워낙 심해요. 저희만 해도 몇 년 전 벤처인증 관련해 기술보증기금에 찾아갔더니 중소기업법을 보여주면서 금융업과 부동산은 지원 불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법인을 하나 더 만들어야 했는데 P2P를 하려면 대부 자회사를 또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결국 법인이 3개가 됐어요. 이사 한번 하면 주소이전등기를 3번 해야 하죠.
Q. 규제 강국 대한민국…
핀테크 쪽 비즈니스의 업의 본질은 규제에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끊임없이 두드리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하나씩 풀어줘요. P2P도 처음 나왔을 때 우여곡절이 무척 많았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이 편리해지기 위해 만든 게 금융인데 그 금융의 취지를 잘 설득한 초기 기업들의 노력이 결국 제도를 변하게 만들었으니, 앞으로도 점점 나아지겠죠.
Q.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 자랑 좀 해보세요.
인터넷이 나오면서 온라인 세상이 열렸고,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기 시작했어요. 이를 O2O라고 부르죠. 부동산은 오프라인의 정점에 있는 시장이다 보니, 그동안 온라인으로의 변화가 영향을 덜 미친 분야였던 거 같아요. 하지만 결국 부동산 전체에 곧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한 변화를 데이터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싶고, 그래서 저희는 부동산 데이터 회사를 표방하고 있어요.
Q. 그러려면 데이터 그 이상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네. 그저 통계학 박사 여럿 데려다 놓고 분석한다고 해서 분석이 되는 게 아니거든요. 단순한 정보전달이 아니라 개인별 맞춤 정보와 추천을 해주고 실제 의사결정에 기준이 되는 인사이트 정보까지 주고자 해요.
좋은 서비스는 고객의 비용을 줄여주거나 돈을 벌게 해주거나 재미가 있어야 해요. 저희는 적어도 이 중에 두 개는 잡으려고 하고 있어요. 부동산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처음으로 만들다 보니 늘 고민도 많지만,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보람과 자부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