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대기업 전략기획실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부동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요. 얼마 전에는 『돈이 없을수록 서울의 아파트를 사라』는 책을 냈습니다.
Q. 평범한 직장인이 어쩌다 부동산 책을…
전 책은 물론이고 블로그도 무언가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니 꼬박꼬박 집에 일찍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또 와이프도 새벽에는 자기가 애 볼 테니, 밤 마지막 수유까지는 제가 맡아 달라… 그러니까 시간이 좀 났어요. 아기가 자고 깨는 스케줄은 제가 조절할 수가 없으니 시간이 뜨는데 뭐할까… 하다가, 뭐라도 좀 정리해 보자 생각했어요.
Q. 그래서 정리한 게 부동산이다.
왜, 투자자들은 자기만의 노트가 있다고 하는데 ‘몇 월 며칠에 어느 아파트가 얼마였다’라는 걸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고는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공부한 걸 좀 정리해 보자… 그렇게 별생각 없이 블로그를 시작했죠. 그런데 하다 보니 읽는 사람이 많아지고, 어쩌다 출판사에서 그러지 말고 책으로 생각들을 정리해 보면 어떻겠냐, 뭐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게 된 거죠.
Q. 아니, 그런데 FindAPT 같은 쩌는 시스템은 왜 만든 거죠.
수도권 아파트를 쉽게 찾아보는 시스템인데… 이건 정말 순수한 ‘덕질’이었어요. 아파트 자료를 한 번에 찾아보기 쉽지 않더라고요. 보통은 집을 찾으려면 회사까지 몇 분이 걸리고, 가격이 얼마고.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기존의 포탈사이트 부동산 페이지는 무슨 시 무슨 구 무슨 동을 선택하라고 해요. 어디에 그런 아파트가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이사 갈 만한 집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는 거죠.
그래서 관점을 바꿔서 아예 가격은 얼마고 평수는 몇 평에서 몇 평 사이고, 강남이든 종로든 여의도든 ‘내 직장이 어디인지 선택하면 그에 맞는 아파트만 찾아주는 검색엔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몇 달 동안 천천히 만들었어요. 그런데 혼자 쓰다 보니 아까워서 그냥 모두 다 쓸 수 있도록 오픈했고요.
Q. 님 대체 뭐 하는 사람이죠(…)
원래 컴퓨터로 뭘 해보는 걸 좋아했어요. 오래된 이야기지만 대학교 다니면서도 이런 걸 했는데… 혼자 코딩 공부해서 입시생들이 지망 대학, 학과와 수능 점수 넣으면, 얘네끼리 비교하며 입학 가능할 거다, 아닐 거다… 이런 거 알려주는 수능 모의지원 서비스를 만든 적도 있어요.
Q. 돈 많이 벌었겠네요?
아뇨. 덕질은 덕질입니다… 그때 잘 키웠으면 모르겠는데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깨작깨작 하다 보니 2~3년 정도 지나고 대형 입시 기업들이 비슷한 서비스 만들며 잊혔죠. 제가 인생에서 돈을 제일 잘 벌었던 시기는 아마 대학생 때 울진 행사장에서 버터구이 오징어 만들어 팔았던 때 같은데… 어찌 한 달 동안 직장 월급보다 더 많이 벌었을 겁니다(…) 교환학생 가느라 바로 관뒀지만.
Q. FindAPT는 관심도 많이 받았는데, 아예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겠다는 생각은 가지지 않으셨어요?
음… 어떻게 보면 호갱노노가 저희와 좀 비슷한데… 결국 이런 비즈니스는 수익모델이 둘밖에 없더라고요. 사용자를 늘려서 광고 수입을 얻거나, 아니면 대출이나 매물 중개 등 타 상품을 연계해 커미션을 받거나… 둘 다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호갱노노 대표님은 개발 경력 많은 분이고, 저는 그냥 덕질로 개발하는 정도인데… 지금처럼 평범하게 회사 다니려고요. 덕업일치는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취미 생활은 재미의 영역으로 남겨 두어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왜 전세가 아닌 매매인가? 어차피 전세가를 쫓아갈 수 없다
Q. 평범한 직장인이 어쩌다 그렇게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결혼 때문이죠. 처음 결혼할 때 와이프랑 둘이 합쳐서 돈이 6천밖에 없었어요. 이걸로 어디에 들어가야 하나… 처음엔 당연히 돈이 얼마 없으니 빌라 전세를 생각했죠. 그런데 서울에서는 빌라 전세도 2억씩 달라고 하는데 그것도 부담스러웠고, 고민 고민하다가 고양시 행신동에 작고 낡은 아파트를 샀어요.
이것도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기성세대들의 부동산 폭탄을 내가 왜 받아 주어야 하나’ 하는 조금은 삐딱한 생각을 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세나 알아보려고 갔는데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너무 적은 거예요. 불과 2,000만 원 남짓… 이럴 바에는 그냥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죠. 또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데 1억 중반대의 아파트 가격을 보니 떨어질 폭은 크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Q. 만약 빌라로 갔다면 어땠을까요?
제 친구 중에서 부모님이 잘 사는 친구들이 결혼하며, 꽤 좋은 집 전세를 많이 얻었어요. 전세가만 3억 이상씩 하는 곳이었죠. 지금은 훨씬 더 되겠고… 그런데 그런 친구들 상당수가 전세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서울 집값은 몇 년 새 꾸준히 올랐는데, 이전 생활 수준 살려면 전세금만 자꾸 올려 줘야 하니까, 버티다 결국은 같은 돈에 전세 살 수 있는 외곽으로 조금씩 조금씩 밀려났죠. 이미 제법 자본이 있었으니 애초에 빚 조금 껴서 집을 샀으면 좋았을 텐데, 계속 전세의 늪에 빠져들게 된 거죠. 이제 와서 한껏 올라버린 값을 주고 전에 살던 집보다 안 좋은 집을 사자니 배가 아프고…
Q. 그 와중에 돈 없던 본인은 집값 상승의 행운을 맛봤겠군요.
네. 그런데 집값 오른 것도 있지만 둘이 번다는 게 컸어요. 와이프랑 맞벌이하며 모으다 보니 몇 년 안 돼서 제법 빚 갚고, 행신동 집은 오른 가격에 팔고, 거기에 대출 조금 더해서 서울의 30평대 아파트로 들어올 수 있었죠.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행신동 집은 너무 좁았어요. 거기다가 부모님 도움이 필요했는데 결국은 근처로 옮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처음에 내 집을 가지고 시작했다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죠.
Q. 만약에 전세로 시작했다면?
대출은 얼추 조금 갚았겠지만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겠죠. 사람들은 결국 좋은 집에, 시내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해요. 한 번에 그런 곳으로 이사 가기는 어렵죠. 그러니 조금 못난 집에서 시작하는데, 결국은 집값이라는 건 다 같이 움직이는 면이 크거든요. 그러니까 돈이 없을수록 어떻게든 집을 사야 한다는 거고, 저야 그렇게 못했지만 이왕이면 서울에서 시작하면 더 좋고요.
Q. 음… 부동산에 맛 들여서 레버리지 레버리지 갭투자 갭투자를 외치는 분들과는 좀 다르군요.
저도 30평대 집으로 이사 오고 나니까 당분간은 굳이 이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어서, 그 이후로는 기회 닿는 대로 집을 조금 더 늘렸어요. 소위 말하는 투기세력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고요. 전세 보증금을 끼고 있으니 레버리지도 많죠. 그런데 저는 이 집들을 얼마 올랐다고 팔 생각이 별로 없거든요.
Q. 아니, 안 팔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요?
오히려 거꾸로 되묻고 싶어요. 그렇게 몇천 올랐다고 치고, 팔고 나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차를 바꾸고, 대출을 줄이고, 뭐 그랬다고 치죠. 실상은 취득세에 중개수수료에 재산세에 양도세 등등 낸 것 생각하면 얼마 남지도 않은 거거든요.
제가 바라보는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어차피 집에 ‘투자’한다는 건 장기적인 가치를 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어차피 누군가가 살기를 원하는 집인데, 세상에 어떤 변화가 있고 금리가 어떻게 되고 정치인들이 바뀌고 여하간 어떤 일들이 벌어져도 그 시대의 물가수준과 사람들의 가치체계 속에서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거거든요.
Q. …….
사람들이 굉장히 쉽게 간과하는 점 하나가 서울 집값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서 촘촘하게 짜여 있다는 거예요. 당장 어느 단지를 가 보더라도 1층 집값은 고층에 비해서 2,000~3,000만 원, 어쩌면 그 이상으로 싸죠. 그런데 이 아파트는 20년 된 집인데, 바로 옆에 지은 지 3년 된 신축 아파트가 있으면 또 가격 차이가 나요. 같은 값이면 당연히 새집을 사람들이 원할 테니까요.
그런데 그래 봐야 동네별로 살펴보면 서로 다른 동네들과 비교하면서 굉장히 치밀하게 가격들이 짜여 있습니다. 어느 동네 하나가 갑자기 툭 튀어 나와서 ‘나는 오늘부로 이 가격을 받겠다’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 돈이면 차라리 저 동네에 가서 살겠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가격에 그 집을 아무도 안 사거든요.
Q. 어차피 큰 이익 볼 것도 아니면 장기보유다?
제게 있어서는 단기적인 시세차익은 그렇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고 ‘회사 퇴직하는 날까지 10여 년 열심히 벌어서 어떻게든 받아놓은 전세금을 자기자본으로 다 갚아주고 그때부터는 월세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또 벌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역세권 20평대 아파트 월세가 갑자기 한 달에 10만 원 되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 테니까.
왜 굳이 서울인가? 젊은 층일수록 서울에서 월세만 내게 된다
Q. 그래서 서울 아파트 사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동산 덕후가 됐다…
부동산에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어렸을 때 워낙 이사를 많이 다녀서예요. 거의 2년에 한 번씩 이사 다니다 보니, 각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잖아요. 제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총 여덟 군데를 다녔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혀진 어떤 기준 같은 게 있었어요.
그리고 부모님한테 어릴 때부터 배웠던 것이 내가 스스로 돌파하지 않으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 그리고 실리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부동산의 문제에 접근하는데 있어서도 가진 돈은 뻔한데 어떤 선택이 내게 좀 더 유리한 대안이 될까, 이런 관점에서 고민을 많이 했죠. 그 결과물로 서울 부동산을 분석하고 연구한 내용을 『돈이 없을수록 서울의 아파트를 사라』로 엮었고요.
Q. 책을 보니 완전 서울 부동산 예찬 같던데요. 서울이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지 않을까요?
일단 서울 시내 아파트가 생각보다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서울 시내에 아파트가 대략 162만 호 정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지은 지 10년이 안 된 아파트는 불과 30만 호 남짓밖에는 없거든요. 거꾸로 2000년 이전에 지어서 입주한 아파트는 거의 100만 호에 달합니다. 이미 20년을 바라보거나 넘어간 아파트들이 절반이 넘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사람들은 새집에 살고 싶어 하고,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찾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서울에 1년에 공급되는 입주 물량은 아파트의 경우 3만 호를 채 넘지 못하는 수준이에요. 앞으로 이것이 더 늘어나기도 힘든 것이 기본적으로 서울 시내에는 집을 지을 빈 땅이 없는데 이제 뉴타운 사업도 끝나서 재개발을 기대하기도 어렵거든요. 거기다가 재건축 사업은 해 봐야 이미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들이 대부분이라 일반분양은 몇 나오지도 않는데, 그나마도 점점 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정책이 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나도 지은 지 10년이 안 된 신축 아파트는 30만 호를 넘지 못하게 된다는 거죠.
Q. 서울은 계속해서 공급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네. 가구 수는 계속 늘어나요. 출생이 감소해서 20세 미만 인구는 확실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막상 30세에서 60세까지의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가구당 세대원 수도 자꾸 줄어들어서 수요 자체가 늘어나요. 그런데 새로 지은 집은 딱 30만 호밖에 없고 수도권 인구는 2,500만 명이 둘러싸고 있는 상태에서, 전쟁인 거죠. 서로가 요충지의 새집을 차지하려는 경쟁의 문제가 된 겁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서울 집값 하면 겁부터 먹고 8억에서 10억 생각하는데 막상 그렇지 않다는 점이에요. 냉정하게 바라보면 서울 시내에서 가장 중심을 차지하는 아파트의 가격대는 4억에서 6억 사이입니다. 전세가율이 80%에 달하는 지역들이 대부분이라 전세금에 1억 정도 더하면 살 수 있는 수준인 곳이 많고요. 한 번에 8억짜리는 못 가지만, 4억짜리 집에 어떻게든 올라타서 빚 갚으면서 살다 보면 그다음에는 5~6억짜리로 이사를 노려볼 수 있겠죠.
Q. 책 제목이 참 강렬한 메시지였습니다. 돈도 없는데 서울 아파트부터 사라니…
저부터 일단 돈 없을 때 샀고… 물론 그때보다 지금이 더 오르긴 했죠. 하지만 미루면 미룰수록 전세가도, 매매가도 올라온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에요. 6억짜리 집값이 3%씩 5년만 오르면 7억이 됩니다. 도무지 월급 모아서는 따라가는 것이 불가능한 단위가 되어가고 있죠.
Q. 그런데 이제 돈 없으면 정말 서울에 아파트 사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당장 8/2 대책만 해도 대출을 막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LTV가 40%까지 내려갔으니까요. 예전 같으면 전세금만 자꾸 올려주느니 대출 조금 더 받아서 집을 그냥 사 버리는 선택지가 존재했을 텐데, 이제는 그 길이 막혔거든요. 반면에 다주택자들은 느긋합니다. 저만 해도 집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어요. 이미 투자 당시보다 전세금은 더 올라서 얼마를 증액할까 고민하는 입장에서, 세입자를 구하기는 훨씬 쉬워졌거든요. 사고 싶어도 못 사니까, 전세라는 선택을 실수요자들이 강요받게 된 거죠. 그나마 전세라도 살 수 있으면 다행인데, 갈수록 월세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니 문제죠.
2005년에서 2015년까지 10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나, 가만히 30대의 거주형태를 보면 월세 비중이 19.4%에서 41.5%로 두 배로 늘었거든요. 반면 자가거주비율은 29.5%이던 것이 12%까지 줄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집 사는 건 바보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대출금리 싸지고 하니까 자가 비중이 2016년까지 1년 만에 다시 두 배로, 24.8%까지 뛰었어요. 그런데 이건 전세 거주자들이 자가로 전환한 거였고, 월세는 계속 늘고 있거든요.
반면 40대 이상의 경우 일부 변화는 있지만 그렇게까지 변화가 크지 않아요. 자가거주 비중도 높고요. 젊은 세대가 주택시장에 참여해서 자기 집을 가져야 사회가 안정되는데 그냥 매달 월세 내는 셔틀이 되어가고 있죠. 8/2 대책이 이런 현상을 더 부추길 거고요.
Q. 전세 공화국이 월세 공화국이 된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컸어요. 하지만 요즘 혼자 사는 오피스텔 월세만 해도 얼만가요. 40~50만 원 내는 건 별일이 아니죠. 결혼을 해서 한 달에 70~80만 원을 월세로 낸다고 해도 크게 이상한 일 같지는 않아지는 거죠. 어찌 보면 전세라는 사금융이 받쳐 온 시장이었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전세금 올리는 대신에 월세를 10~20만 원이라도 달라고 하는 반전세도 크게 늘고 있고요. 그 와중에 최저시급이 오르고 사람들의 구매력이 커지면 결국은 주거비도 따라 오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월세 100만 원, 150만 원이 아무렇지 않게 되고요.
Q. 이러나저러나 망할 거, 왜 서울 아파트 사라는 겁니까?
월세가 늘어나고 전세는 줄어든다, 전세가는 계속 올라간다… 이 두 명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울에 아파트 사기는 더욱 힘들다는 걸 의미해요. 월세로 100만 원씩 내면서 서울 아파트에 거주해서 어떻게 돈 모으고 아파트 사요? 같은 돈이면 그냥 은행 대출 갚으면서 내 집 마련 하는 게 좋죠.
젊은 층일수록, 갈수록 서울의 좋은 환경에 거주할 기회는 사라진다
Q. 반면 경기권은 그렇게 시장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경기도 일부는 좀 불안하긴 해요. 일단 물량이 너무 많다 보니, 외곽 일부에서는 이미 마이너스 피가 나타나는 지역도 있고 세입자를 못 구하는 집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그러나 지역별로 천차만별입니다. 경기도에서도 수요가 단단한 지역이 있고, 외곽이라도 또 그 안에서 중심 단지는 건재하기도 하고요.
Q. 그럼 젊은 사람들은 전세가 내려가는 경기도로 가는 수밖에 없는 그림이 그려집니다만…
그렇죠. 지금 주택시장과 정책은, 젊은 사람들 서울 포기하라는 거죠. 막말로 젊은 사람들은 경기도로 나가서 똥 치우라는(…) 그럴 거면 광역교통 확충을 같이 해주면서 출퇴근할 여건은 만들어 줘야 하는데, 오히려 내년도 예산안에서 SOC 예산은 20% 삭감됐거든요. 그러면 GTX는 진짜 짓기는 짓는 건가… 정책의 진의를 잘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겁먹지 않았나 싶은데… 이미 경기도 물량은 잔뜩 공급했는데, 사람들은 서울로만 몰리고 하니… 서울 살지 말라는 거죠.
Q. 정부는 서울 살지 말라고 하는데, 정부에 맞서서 서울로 가라… 부동산에 있어 정부 이기기 참 힘들지 않습니까?
20년 전 1기 신도시 분당과 일산을 생각해 보면요. 처음엔 많이 올랐죠. 1기 신도시 분양 잡은 사람들 다 로또 당첨됐다고 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당시는 서울이건 외곽이건 물량 자체가 태부족할 때였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 어떻게 됐나요. 일산은 6~8억까지 가다가 반 토막 났고, 그나마 분당은 강남 접근성이 워낙 좋으니 어느 정도 지켜냈지만 그사이에 서울은 더 올랐죠.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완전히 갈렸습니다. 정부를 이기고 말고 할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살길을 찾자는 이야기입니다.
Q.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서울이 강할 것이다…
물론 그간 경기도도 많이 오른 지역 있죠. 경기도권 신도시 아파트는 30~40평 크고 아름답게 짓잖아요? 그리고 분양가 5~6억 부르고 이게 다 나가는데… 사실 그 돈이면 서울 안에 있는 아파트에 살 수 있어요. 같은 돈으로 경기도에 있는 새집 살 거냐, 서울 안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 살 거냐… 선택은 본인 몫이죠.
Q. 분양가를 잡으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는 10억을 훌쩍 넘겼죠. 이게 서민들에게 위화감 준다는 것도 정부가 상당히 걱정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근데 이미 주변 시세를 살펴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신축 아파트인데 주변 다른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2~3억 싸다 싶으니까 돈 있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거예요. 그나마 그렇게라도 공급이 되면 다행인데 재건축단지 입장에서도 사업성이 떨어지니까 이럴 거면 재건축 미루자, 내지는 후분양 해서 몇 년 뒤 입주 시점에 제값 받고 일반분양하자. 이렇게 나오거든요.
과거에서 교훈을 얻을 부분도 있습니다. 강남권 보금자리지구 분양가를 보면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에요. 32평 아파트가 4억 언저리 그랬으니까. 이때도, 분양가 싸게 공급하면 주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의 물량이 되지 못한 게 문제였죠. 당시 분양받은 소수의 사람들만 로또를 맞아서 지금 집값은 두 배로 올랐습니다. 억지로 분양가를 눌러 봐야,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결국 시장 가격에 맞게 키를 맞춰 버린다는 거죠. 뉴타운 하듯이 대규모로 물량을 때려 부으면 모를까.
8/2 대책, 실효 거두기 힘든 이유
Q. 전반적으로 8/2 대책을 좀 부정적으로 보시는 듯합니다.
투기꾼 잡겠다고 대출을 틀어쥐었는데, 막상 그 피해를 진짜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보니까 말이죠. 갭투자 하는 사람은 어차피 담보대출을 안 받습니다. 전세보증금이라는 훌륭한 무이자 대출이 가능한데요. 안타까운 거죠.
Q. 하지만 가계대출 비상 이야기도 많습니다.
가계대출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사실 주택담보대출이 메인이 아니거든요. 실제로 늘어난 건 비담보대출입니다. 신용대출이나 카드론, 자영업자대출, 거기다가 대부업체까지. 막상 주택담보대출은 연체율이 0.2~0.3% 수준이에요. 은행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게 우량한 상품이에요. 연체가 없다시피 한데, 이자율은 은행채에 1.5%는 붙일 수 있거든요. 진짜 위험한 건 담보물도 없고 LTV나 DTI도 없이 신용만 가지고서 빌려주는 비담보대출인데 그런 이야기는 안 하죠. 대부업 광고부터 좀 규제를 하고 이야기하면 좋겠는데.
또 한 가지는, 정부는 전월세 시장을 기업화시키려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가계대출을 기업으로 좀 이전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왜 굳이 기업으로 넘기려는 거죠?
정부 입장에서도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임대주택이 필요한데, 공공임대주택은 한계가 있죠. 지을 땅도 없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가령 정부에서 지금 연간 17만 호씩 5년간 85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그 물량 많다는 동탄2신도시 전체 규모가 12만 호에요. 애초에 불가능한 소리라는 거죠.
이 문제를 풀려면 결국 민간임대주택이 늘어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어정쩡한 개인들이 전세보증금 잔뜩 끼고 갭투자 자꾸 하면, 경기가 하락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위험하거든요. 잘못하면 다 같이 넘어가니까. 그렇지만 기업은 어떤가요? 상대적으로 자본력도 있고, 관리하기도 쉽죠. 정부에서 혜택 좀 제공하면 뛰어들 용의도 있을 거예요. 개인들이야 오피스텔 수익률 낮다 하지만, 생보사 등은 저금리 시대에 대체투자 자산을 계속 찾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큰돈을 움직이는 입장에서는 수익률 5%만 해도 괜찮죠. 거기다가 인플레이션 헤지가 저절로 되니까… 공실만 안 나면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가 되죠.
Q. 실제로 잘 되고 있나요?
그런 식으로 박근혜 정부가 역세권 주변에 뉴스테이 공급을 천명했죠. 연 5% 임대료 상승률 제한, 8년 임대 의무기간 둬서 공공성 강화하겠다… 그런데 기업은 또 그거 다 지킬 거면 수익률 보전하려고 임대료 세게 부르게 돼요.
올여름에 대림동 구로디지털단지 역 바로 앞에 뉴스테이 하나가 세입자를 모집했어요. 그런데 임대료 수준이, 전용면적 10평짜리 원룸이 보증금 3000에 월세 99만 원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숫자죠. 그래서 국토교통부에서 최근에 ‘뉴스테이’라는 단어를 안 쓰기로 하고 다른 대안을 찾겠다는데, 현실적으로 풀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공짜로 될 리가 없으니까.
Q. 그밖에 갭투자를 잡으려는 강한 의지도 비치던데…
글쎄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자금력 있는 다주택자가 집을 사기 훨씬 더 좋은 여건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보유세 이야기하는데, 사실 재산세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아요. 5억짜리 집 한 채 가지고 있어서 1년에 내는 재산세가 100만 원도 안 되니. 이거 두 배로 오른다고 해도, 꾼들에게는 별 타격이 안 됩니다. 오히려 1가구 1주택자들만 짜증 나죠. 생활비 빠듯한데 자꾸 내야 하는 세금만 오르니까요.
다주택자 입장에서 좀 더 무서운 건 종부세인데, 정부에서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 합산대상에서 빼 주거든요. 그러니까 임대를 놓기 만만한 소형 아파트들, 4억에서 6억 사이에 걸려 있는 보통 사람들이 사는 집은 합산배제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건 이미 수년을 가져온 정책이고 임대등록을 시키기 위한 반대급부라서 정책의 일관성 측면이나, 취지를 볼 때 철회하기 어려워요. 게다가 과거의 교훈을 볼 때 종부세 올린다고 하면 종부세 낼 일도 없는 서민들이 부자들 걱정해주는 측면도 있었고요.
Q. 그러면 다주택자는 안 판다?
내년 4월 전에 팔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빼준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어설프게 2~3주택자는 조금 줄어들 수도 있지만, 5주택자 이상, 10주택자 이상은 오히려 더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자금이 확실하고 5년을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다주택자라면 집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어요. 내년 4월 전에 팔면 양도세를 전액 면제해 주겠다고 하면 모를까. 그러면 아마 엄청 팔 텐데.
선분양과 후분양, 당위가 아닌 선택의 문제
Q. 결국 현상 유지다…
네. 그래서 냉정하게 바라보면, 재건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집들이 다 같이 낡아가는데 주거환경개선이라는 측면도 있고요. 용적률 300%에 묶어두고 재개발 못 하게 자꾸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거꾸로 종상향을 시켜 주고 50층 지을 수 있게 해 주고, 대신에 늘어난 물량만큼은 일반분양을 강제하는데 분양가 책정에 있어서 정부가 좀 더 확실하게 개입을 하고요. 그러니까 기존에 재건축 주택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일정한 당근은 주되 그 수준을 제한하는 거죠. 그리고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확신이 있으면 집값은 저절로 잡히게 돼 있습니다. 서울 집값이 유일하게 잡혔던 시기가 물론 금융위기와 맞물려 있기도 했지만, 뉴타운 공급이 집중되었던 시기였으니까요.
Q. 분양가를 잡기 위해서는 선분양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논의가 분분한 주제지만 후분양이 구원자가 될 거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들어요. 예로 32평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 선분양을 하는데 주변에 비슷한 컨디션의 8억 아파트가 있다고 쳐요. 그러면 보통 주변 시세보다 좀 낮게 분양을 줘요. 그래야 청약이 들어오니까요. 하지만 후분양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새 아파트라고 주변보다 더 높은 시세로 받겠죠. 8억 5천? 당연한 거죠.
Q. 오히려 후분양이 가격만 올린다?
선분양은 결국 입주자가 건축에 따르는 리스크를 공동 부담하면서 가기 때문에 기대되는 이익을 공유하는 측면이 있어요. 물론 분양을 받았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손해도 같이 지게 되죠. 그래서 분양가를 책정할 때 ‘주변 시세를 보니 최소한 입주 시점에 이 정도까지는 오르겠네’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가격으로 보통은 나오게 됩니다. 그게 잘 안 보이고 너무 비싸게 분양가가 잡히면 미분양이 나고요. 철저하게 시장경제에 의해서 움직이는 시스템이죠.
집단대출이 가능한 것도 선분양의 경우에는 차주가 명확하니까 그 사람들을 믿고 보증을 서주고 대출이 나오는 거죠. 그런데 후분양을 하게 되면, 일단 PF를 건설사가 알아서 일으켜서 자금을 조달해서 집을 지어야 합니다. 1개 건설사가 감당할 수 있는 건설 규모가 필연적으로 줄어들어요. 이건 결과적으로 공급을 더 막는 방향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죠. 알짜 노른자 땅에서 최대한 비싸게 팔 수 있는 지역만 지으려고 할 거고요. 선분양은 분양자가 시행사와 수익과 리스크를 함께 나누는 파트너 관계일 뿐, 당위의 관점에서 볼 게 아니에요.
Q. 하지만 선분양이 낳는 여러 부작용도 있지 않습니까?
날림 공사하고, 하자보수 터지고 하는 문제가 있죠. 그러나 이것은 기업의 도덕성의 문제이지 후분양을 통해서 일시에 개선할 수 있는 측면이 아닙니다. 그리고 조금 더 중요한 점은, 선분양의 경우에는 주택보증공사로부터 보증을 받아야 분양과 집단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정부 눈치를 보고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간접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할 수 있는데, PF로 자금 모아 다 짓고 팔면 정부에서 분양가에 제한을 걸 명분이 떨어지죠. 라면을 5000원에 판다고 해서 법을 만들어서 500원 라면을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걸 부정한다는 것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 밖에는 안 돼요.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거죠.
Q.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부동산의 문제가 ‘이래야만 하는’ 당위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나 제게는 철저하게 생존의 문제이고, 어떻게 하면 이 돈으로 내 발 뻗을 자리를 하나 가질 것인가의 문제였습니다.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꿈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에요. 그건 그렇게 되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집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과제거든요.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떤 선택이 내게 최대한 방어적이고 유리한 해결책이 될까, 이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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