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소개를 해 보세요.
하승주라고 합니다. 부업으로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라는 1인 연구소를 운영하고요, 주업은 페이스북 네임드(…)로서 주로 정치, 경제 쪽으로 사회적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Q. 그 연구소는 대체 뭐지요?
실은 제가 동네 백수 시절 TV 방송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가게 됐는데, 백수로 쓸 수는 없으니 뭐라도 만들라고 해서(…) 즉석에서 만들고 써먹으니 반응이 좋아서 사업자도 냈습니다.
Q. 무슨 배짱으로 백수 생활을 한 거죠?
저는 회사를 관둔 적이 없습니다. 가는 데마다 망했을 뿐이죠. 증권사, M&A 회사, 언론사, 다 문 닫아서 나왔습니다.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나온 건 고시낭인 시절인데… 이건 더 망한 건가(…)
Q. 읭? 고시 준비도 하셨어요?
제가 IMF 때 증권사를 관둬야 했는데, 그때 밀려 나온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IMF 고시생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을 정도니… 아무튼 1차는 두 번 붙었는데, 2차는 네 번 떨어져서 결국 포기했죠.
Q. 나름 학벌도 좋고 머리도 좋아 보이는데 왜 그렇게 떨어져서…
머리 좋은 걸 너무 믿어서 그런 게 가장 큰 이유고요. 둘째로는 제가 노빠라… 고시생 시절 서프라이즈에서 나름 유명한 고시생 논객이었습니다. 2차 시험 두 달 남기고 탄핵집회도 나가고… 그래도 붙을 줄 알았는데…
Q. 아무튼 노빠이시니…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스트레스가 확 줄어서 좋아요. 박근혜 정부 때는 뉴스 하나만 봐도 우울하고 괜히 짜증 나고… 그런 게 아예 없어졌으니… 아무튼 그 노빠 생활이 계기가 돼서 노 대통령님 측근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로 복귀했죠. 나름 5급이었습니다. -_-b
Q. 5급이면 월급도 많았을 텐데 (주: 보좌관은 맘대로 자를 수 있는 대신 같은 급수 최대 호봉 취급을 받음) 왜 관뒀죠?
여의도 바닥에서 계속 있는 것에 대한 공포감도 있었어요. 잘못하면 정치낭인이 되는 수가 있거든요. 또 그때 2007년 대선이 있어서, 당시 대선후보 캠프 들어갔다가 경선 떨어지고 나서 잠시 기자 생활을 했어요. 거기도 망해서(…) 모 경제연구소에서 3~4년 일했죠.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브랜드 만들고 지식중개상을 해보자고 독립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 그 어느 나라보다 안정적이다
Q. 부동산 책은 어쩌다가 쓰게 된 건가요?
먼저 돈 벌려고요. 지금 제일 핫한 소재가 뭘까… 하니 부동산이더라고요. 둘째로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어요. 노빠로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으로 엄청 공격받은 게 억울했거든요. 문제도 있었지만, 과도하게 욕먹은 게 많아요. 이걸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하자는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 때 집값 관리 못 한다고 그렇게 욕먹었는데, 사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제일 안 오른 나라잖아요?
Q. 그런데 노빠답지 않게 MB의 부동산 정책까지 옹호하던데요…
원고 정리 과정 중 빠진 챕터가 ‘대한민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능력 평가’에요. 제가 내놓은 답은 ‘꽤 좋다’에요. 두 가지 기준에서 본 건데, 첫 번째는 가격관리 능력, 두 번째는 주택공급 능력이에요.
Q. 먼저 첫 번째, 가격관리는 안 오르게 하는 건가요?
안 오르게 하는 것만큼 안 내리게 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보다 기본적으로 가격 편차를 적게 하는 거예요. 주식만 해도 급상승, 급락이 오가면 골치인데, 부동산은 오죽하겠어요. 상하변동 폭이 적다는 건 가격관리 잘했다는 증거죠. 그런데 연도별로 가격 편차의 표준편차를 보면, 한국만큼 안정된 나라가 없어요.
Q. 둘째, 주택 공급이야 아파트 쏟아내는 거겠고…
대한민국 주택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딱 하나를 뽑으면 노태우 때 아파트 200만 호 공급이에요. 당시 다 반대하고, 여당에서도 조마조마했어요. 이게 얼마나 어마어마하냐면, 그 당시 아파트도 아닌, 주택이 꼴랑 600만 호 있었어요. 그런데 5년 만에 전체 주택의 1/3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거죠. 모두가 힘들 거라 생각한 정책을 초과 달성하며 어마어마하게 주택 문제를 해결했어요.
Q. 아니 4,000만 국민이 600만 주택에 살았다니, 이게 뭔 소리죠-_-;;;
그냥 국민들 살 집이 없었어요. 다 단칸방에 살았죠. 이건 주택 1호로 취급이 안 되니까… 그때는 집주인이 진짜 상왕이었어요. 최소 임대료 보장 같은 것도 없어서, 보증금 홀라당 날리고 하는 일도 많았죠. 그런데 노태우가 주택 200만 호로 1가구가 독립 주택에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거죠. 이 과정에서 80년대 초 3%에 불과했던 수세식 변소 보급률도 지금은 99% 수준으로 높였고요. 이후 부동산 가격 변동폭을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물가상승률을 제외하면 지금까지도 마이너스 수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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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절대 실패가 아니다
Q. 노빠로서 부동산으로 가장 욕먹은 우리 노쨩을 변호해 봅시다.
제가 90학번인데, 노태우 정권 때 ‘전셋값 폭등으로 시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노태우 정권’과 같은 기사가 엄청 떴어요. 지금 연간 부동산 가격 5%만 올라가도 난리인데, 200만 호 공급 전에는 20~30% 올랐으니까요. 그런데 참여정부 때는 부동산이 경제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문제와 결부됐어요. 정권 공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왔죠.
Q. 사실 모든 경제적 문제를 정치적 문제와 떼어놓기도 힘들다 생각합니다만…
2002~2003년, 참여정부 초기는 글로벌 부동산 대호황기였어요. 그때 참여정부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초강력한 대책을 내놨어요. 그 결과 한국은 당시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오르지 않았고요. 조건은 한국이 더 불리했어요. 경제성장률은 엄청났고 경상수지 흑자로 전 세계에서 돈이 계속 들어왔으니까요. 돈이 그렇게 넘쳐나게 들어오는데도 가격 방어를 했단 건 엄청난 성과죠.
Q. 다른 나라는 왜 그런 정책을 취하지 않았을까요?
미국이야 굉장히 시장에 맡기는 편이고… 유럽도 사실 그런 건 정부가 아닌 은행에 맡겨요. 서구적 시각에서 보면 우리는 관치금융 수준이에요. 정부에서 은행의 LTV, DTI 기준선을 정하니까요. 유럽은 심지어 LTV 100%를 상한선으로 두는 곳도 있고, 아예 정하지 않는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한국도 앞으로는 점점 은행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겠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규제가 더 부동산 관리를 잘한 거죠.
Q. 은행 규제가 가격 상승을 성공적으로 막는다?
금융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이야기됐지만, 사실 전방위적이었죠. 양도세, 종부세를 비롯한 세금정책에다가 공급대책도 있었어요. 또 굉장히 중요한 건 거래투명화에요. 김영삼 정부 때부터 부동산실명제는 있었지만 참여정부 때 실거래가 공개가 정말 컸어요.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됨으로 인해 시장이 좀 더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거든요. 주목적은 세금탈루 방지였겠지만 그 이상으로 시장기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정책이었습니다.
Q. 부동산원가공개 거부는 어떻게 보세요?
그거 한다고 달라지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핸드폰 원가가 10만 원이든 50만 원이든 어쩌라고요? 부동산의 원가라는 건 결국 토지에 건물 더한 거예요. 등기부 등본 공시에 다 나오니깐 대충은 다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건설사가 따로 야로 챙기는 문제가 있긴 해요. 근데 건설사가 그런 것까지 왜 공개하겠어요? 원가공개에서 문제 될 만한 여지는 어떻게든 세탁을 하겠지요. 원가가 얼마인지 안다는 것과 그 상품의 시장가격이 얼마라는 건 아무 상관이 없어요. 가격은 수요공급에 의해서 결정되지, 원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Q. 그런데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고 할 정도로 첨예한 이슈로 떠오른 이유가 뭘까요.
분양원가 공개라는 것은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하자는 말이었어요. 분양원가가 얼마이니, 마진 좀 붙여서 얼마로 가격을 정하고 그 이상으로는 받지 말라는 거죠. 물론 분양가 상한제를 쓴다면 효과는 있겠지만, 가격 규제는 결국 시장 왜곡을 낳고 부작용으로 이어져요. 당장 판교 초기 봐요. 수요 대폭발한 로또 됐잖아요. 판교뿐만 아니라, 분양가 상한제를 하면 거의 100% 모델하우스가 터져 나갑니다. 인근 지역 비슷한 아파트보다 더 싼 값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되니까요. 이처럼 분양가 상한제는 수요공급 모두 왜곡해버리는 결과만 낳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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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왜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생기나
Q. 노무현 정부 이전에는 왜 LTV, DTI 규제를 하지 않았을까요?
정확히는 그럴 이유가 없었어요. IMF 이전 은행은 개인이 아닌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IMF 터지고 이제 기업은 망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거죠. 그 전까지 전세는 사실상 사금융 시장이었어요. 임대인이 집을 내주고 임차인에게 돈을 빌린 거죠. 그러다가 은행이 이제 개인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며, 가계대출에 규제 필요성이 생긴 거죠.
Q. 와, 그때 갭투자 쩔었겠는데요?
주: 갭투자는 이미 전세를 살고 있는 집을 매입한 투자를 의미한다. 예로 매매가 3억, 전세가 2억 7,000만 원인 아파트를 자기 돈 3,000만 원을 더해 매입한다. 이후 전세 기간이 만료될 때 3억 3,000으로 올랐다면 3,000만 원을 투자해 3,000만 원의 차익, 즉 100%의 자기자본수익률을 올리게 된다. 다만 집값이 떨어질 경우 아예 전세 살던 이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모든 전세는 사실상 갭투자에요. 생각해 보면 전세 내주는 집주인은 무조건 손해에요. 비싼 집을 더 싼 비용으로 내주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왜 집을 내주겠어요? 집 하나 더 사려고 하는 거죠. 전세금을 받아서 그 돈을 은행에 예금해서 이자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럴 거면 차라리 집 팔아서 저축하면 돼요.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서 이자 받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냥 전세금 받아서 집 하나 더 사는 게 유일한 목적입니다. 그래서 아파트 가격 오르는 것을 기다리는 거죠.
Q. 아파트값이 꾸준히 우상향하니, 뭔가 날로 먹는 투자 같습니다만(…)
결국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 시장 전망 베팅이에요. 주택시장 전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세냐 매매냐가 결정되는 거죠. 집을 사는 사람은 집값이 더 오르는 거에 베팅하는 거예요. 일단 오르기만 하면 레버리지 끼고 더 사든 자가거주하든 이익이니까요. 반면 전세 사는 사람은 내리는 거에 베팅하는 거죠. 집값 내리면 전세금으로 살고 나오는 게 이익이니까.
Q. 결국 아파트는 올랐고 집주인 WIN!
시기별로 보면 내릴 때도 있었으니 단정 짓긴 힘들죠. 다만 전세 들어가는 사람은 집값이 내려도 리스크를 짊어져야 해요. 운 좋아서 가격 떨어진 아파트를 싸게 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집주인 입장에서 생각해 봐요. 2억에 집을 사서 전세 줬는데 집값 20% 떨어졌어요. 그런데 집주인은 담보대출 받은 입장이라 전세금을 돌려줄 수가 없어요. 돈 없다고 경매 넘기면 어떻게 해요?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 들어간 사람이 경매로 사는 케이스도 많아요.
Q. 그럼 무조건 사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도 않아요. 집주인은 그 나름의 리스크가 있어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집값이 내려가는 거 외에도, 유지보수 비용이 들잖아요. 거기에다가 전세 들어가면 보유세 안 내도 되니까 금융에 대해 융통성이 커지죠. 최근 갭투자 이야기 나오는 건 전세가와 매매가 사이의 갭이 너무 작아져서 투자하기 좋다고 나온 이야기일 뿐, 모든 전세는 갭투자에요. 채상욱 위원이 갭투자는 매매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전세가가 오르는 게 핵심이라 하잖아요.
Q. 뭔가 전세제도 자체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전세 제도 때문에 한국의 부동산 안정성이 어마어마하게 높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외국은 워낙 집 사기 쉬우니 다 은행대출로 집 사다가 폭락한 거고… 한국은 전세 덕택에 그 수요를 막을 수 있었죠.
Q. MB가 공급 많이 늘려 부동산 잡았다며 노무현을 까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노무현 때도 신도시 많이 늘렸어요. 그리고 애널리스트들이 공급이 주라고 강조하는데, 전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봐요. 부동산을 상품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매우 독특해요. 거주공간이라는 필수재의 성격과, 투자상품으로의 자산재 성격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 두 성격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상품이 부동산이에요.
Q. 뭔 소리져-_-??
필수재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도니까 공급이 중요하죠. 어차피 자기가 살 공간이니 딱 하나만 있으면 돼요. 하지만 자산재는 그렇지 않아요. 주식이 오를 때 주식 많은 사람이 더 신나듯, 부동산 오를 때 아파트 많은 사람이 더 신나요. 이럴 때 공급이 무한정 늘어난다고 생각해봐요. 아무리 공급 많아도 오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다 사들일 거예요. 공급 늘린다고 답이 아니란 거죠.
Q. 하지만 수요로 부동산을 바라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수요억제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냐고 하는데, 전 세계 부동산 안정책은 다수요 억제에요. 공급 대책으로 성공하려면 노태우처럼 전체 주택의 1/3 수준을 한꺼번에 공급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대책을 내놔야죠. 지금은 그때처럼 하려 해도 땅이 없어요. 자산재로서의 부동산 성격을 약화시키지 않으면 공급 정책의 효용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신도시들 봐요. 분양 경쟁률 100:1 그냥 넘잖아요. 거기 몰리는 게 살려고 하겠어요? 투자로 바라보는 거지…
Q. 수요와 인구로 바라보는 선대인의 대폭락론은 어떻게 바라보세요?
경제란 게 매우 다이내믹해요. 이럴 게 뻔하다 이야기하는 건 평론가로 올바른 자세가 아니에요. 그건 예언가지… 정말로 이명박근혜 때 정부가 이참에 제대로 안정시키자며, 부동산 안정책 막 쏟았으면 대폭락 왔을 수도 있어요. 홍춘욱 박사님이 이야기하잖아요? 그때 부동산 건설 투자 없었으면 한국 GDP 마이너스였을 거라고. GDP 마이너스 가면 부동산은 더욱 박살 나요. 한국은 그걸 잘 피해온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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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대책,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 없는 이유
Q. 이번 8/2 대책에 대해서 8/31 대책과 유사하게 비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왜 보유세 안 올리고 양도세 올려서 거래 막느냐는 거예요.
보유세가 이상적으로 최고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유세의 치명적인 문제가 딱 하나에요. 가격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거죠. 양도세는 집을 팔 때 차액에 대해서 내는 세금이잖아요? 보유 비용을 자신이 짊어지지 않고, 세입자에게 더 높은 전세를 매김으로 비껴나갈 수 있어요. 임대인에게 여전히 추가 있다 보니 이 문제는 어찌하기가 힘들어요.
Q. 그래서 동시에 양도세를 낮춰서 거래를 활성화시키자는 것 아닌가요?
일리가 있죠. 정부 입장에서는 집주인들이 매매차익 기다리며 눌러앉게 하면 안 되니까… 그런데 전 세금 같은 경우는 정책 일관성을 좀 지켜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양도세 비싸니까 버티자…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건 곤란하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저는 이번 8/2 시그널이 나쁘지 않다고 봐요. 이후에도 대책을 취한다고 했으니 다주택자에게 압박 주며 팔라는 거죠. 자꾸 올렸다 내렸다 하면 정부 대책 무시하게 되고 점점 정책이 안 먹히게 돼요.
Q. 앞서 한국 집값이 싸다고 하더니, 지금은 정책으로 눌러야 한다…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요…
정책이라는 것은 사실 유동적이어서, 시장 상황에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은 버블 때 양도세를 90%까지 올린 적도 있어요. 매매차익의 90%를 과세하겠다는 거죠. 그런데도 일본은 어차피 많이 오르면 10%라도 먹는 게 어디냐며 계속 투기가 이어졌어요. 가수요가 폭발하면 이미 백약이 무효에요. 오만 거 다 쏟아부어도 안 돼요. 물론 저도 지금이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방향성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아요.
Q. 나쁘게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죠?
어쨌든 부동산 가격에 급등이나 급락이 있는 건 곤란해요. 참여정부 때 많이 오른 곳은 사실 강남 등 버블 세븐으로 한정돼요. 그런데 그 난리가 나고 난 후 흔히 노도강이라고 하는 강북 지역이 오르고, 이게 또 지방으로 건너가서 엄청 올랐잖아요. 이게 한 바퀴 돌고 다시 강남이 2년간 많이 올랐어요. 이번에는 딱 여기서 차단하자는 거죠. 그래서 굳이 서울 전역을 투기지구로 지정한 거고…
Q. 글쎄요… 그 흐름을 막는 게 가능할까요? 어차피 싼 곳 사는 건 시장의 당연한 법칙인데…
대단히 어렵죠. 그래서 후속 대책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오르기 위한 조건을 하나씩 차단하는 거죠. 지방으로 또 옮겨간다고 생각해 봐요. 그나마 서울은 공급이 부족한 상태지만 지방은 그렇지도 않아요. 그런데 또 지방도 오르고 한다면 이건 가수요일 테고, 이쯤 가면 국가에서 개입하기도 힘들어요. 지금은 삽으로 막을 거 나중에 가래로도 못 막으니 초장에 덮어버리자… 이게 8/2 대책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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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단기적으로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
Q. 결과적으로 다주택자를 줄여서,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까요?
지금 부동산 책을 이끄는 김수현 교수의 『부동산은 끝났다』를 보면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하기보다도, 다주택자의 임대 공식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지금 그 많은 집주인들, 거의 아무도 임대소득세를 안 내요. 물론 실수요가 있고 전세가율이 계속해서 높아지면서 전세가 조금씩 줄어들기는 하겠죠. 하지만 그사이에 전세가 어느 정도 완충재가 될 수는 있을 거예요.
Q. 하지만 저평가라면, 결국은 오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계속 쪼는 거죠. 노무현 정부 때에는 부동산 대책이 큰 것만 7차에 걸쳐서 나왔어요. 세부적으로 미시 대책까지 합치면 총 30번 정도 발표했고요. 계속 왜 이랬겠어요? 시장 상승압력 있으니까 누르는 거죠. 안 누르면 터져요. 이명박근혜 때는 반대였어요. 그때는 OECD 국가 부동산이 폭락했어요.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상승했죠. 박살 안 나게 받친 거죠… 그때도 부동산 대책이 계속 나왔어요. 금융 다 풀어주고, 양도소득세 팍팍 낮추고, 거래세 면제 때리고… 놔두면 빠지겠다 싶으니 계속 받치는 거죠.
Q. 시장과 정부 간 엄청난 대전이군요.
정부 부동산 안정책이 강하게 나오는 건, 시장 압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거예요. 이거 한 번으로 효과 있네 없네 할 게 아니에요. 대책 한 번으로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정부도 계속해서 손을 대는 거죠.
Q. 정부 정책 실패 리스크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예 방향을 잘못 잡는 경우면 문제겠죠. 글로벌 경제위기 때 전 세계가 박살 난 건, 호황일 때 부양책 써서 버블이 터진 거잖아요. 한국은 그건 아니에요. 강도를 잘못 조절해서 문제가 생길 수는 있겠죠. 일본 버블은 눌러야 되는 건 맞는데 너무 세게 눌러서 박살 난 경우에요. 아예 은행권에 대출 총량을 제한했거든요. 연착륙시켜야 할 걸, 초초초 경착륙시킨 거죠. 그런데 한국은 강도도 그렇게 세지 않다고 봐요. 심할 경우 금리까지 언급할 수 있는데, 그렇진 않잖아요?
Q. 하지만 김현미 장관 발언 등을 보면 앞으로 더 심하게 갈 것 같은데요.
그런 립서비스로 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 땡큐죠. 정부가 정말 강력하구나, 맞서는 거 힘들겠구나… 이런 느낌을 주는 거죠. 정부 정책은 원래 블러핑이 많아요. 한국은행만 해도 구두개입 많이 하잖아요. 부동산도 구두개입으로 성공할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안 되면 후속대책 내놓는 거고… 아무튼 저는 아직까지 강도는 별로 안 세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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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생각만큼 죽기 힘든 이유
Q. 갭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리적인 면을 배제하고 보면 갭투자만큼 유리한 투자가 없다고 봐요. 자기자본 거의 들이지 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니까, 투자자 입장에서 너무 매력적이죠.
Q. 어마어마한 리스크 짊어질 수도 있지 않나요?
요즘 갭투자 말이 너무 유행하는데 진짜 갭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투자가들은 장기적으로 리스크 계산하며 들어가요. 우리가 갭투자가 걱정해줄 필요 없는 게 이 사람들 진짜 선수에요. 주로 낡은 아파트, 재개발 등 가격방어가 되는 지역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요. 떴다방 하면서 모델하우스 앞에 파라솔 쳐놓고 영업하는 사람들 우습게 보면 안 돼요. 다들 현금 몇십억씩 가지고 판례까지 꿰차고 있어요.
Q. 재개발 이야기 나온 김에 이명박과 오세훈의 뉴타운 이야기를 해 봅시다.
뉴타운 다 좋죠. 낡은 동네와 주택, 언젠가는 좀 말끔하게 해야죠. 그런데 그 둘의 뉴타운은 미친 정책이었어요. 과거 20년 동안 한 재개발보다 그들이 공약한 면적이 두 배 이상이었어요. 도저히 끌어들일 재원이 없었죠. 다들 돈 벌게 해주겠다 하는데 누가 그 개발에 돈을 퍼부어요. 가수요가 엄청 큰 버블이면 누가 쓸어 담아줄 수라도 있는데 하필 2008년에 금융위기 터지고… 그러니까 그 흉터가 아직까지 심해요. 흉터가 아직까지 남아 동네 사람들끼리 소송전 가고 감옥 가고…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
Q. 앞으로는 어떨 것 같나요?
지금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이야기가 바뀌었는데… 한국의 주택노후도가 높긴 하니까 주택공급 차원에서 필요하긴 하죠. 이명박과 오세훈이 그랬듯, 이 정책이 옳냐 그르냐가 아니라 잘하냐 못하냐의 문제겠죠. 저야 노빠니까 잘 할 거라 믿지만 평가하기에 좀 이른 단계라고 봐요. 이와 별도로 그린벨트는 앞으로 좀 풀릴 것 같아요. 서울에는 더 이상 공급할 토지도 별로 없으니까.
Q.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공부하려는 분들에게 추천하려는 책이 있다면.
3권이 있어요. 일단 당연히 제 책이 가장 좋고-_-v 의외로 박원갑 선생님 책이 재밌어요. 그분은 가격 전망 같은 건 아예 안 하는 사람인데, 시장의 질이 어떻게 바뀐다는 캐치를 엄청 잘 해요. 그 양반, 하도 매체에 많이 나와서 저평가되고 있는데,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진 않아요.
Q. 또 한 권은 뭐죠?
앞서 언급한 김수현의 『부동산은 끝났다』는 부동산 정책과 시장을 바라보는 교과서 같은 책이에요. 제목과는 전혀 달리 부동산은 끝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요. 오히려 시장적 접근을 많이 강조하죠. 또 정부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읽어보면 이번 정부 정책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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