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를 관람하러 극장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걱정이 됐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먼저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은 영화를 극찬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유아사 마사아키의 최근작 <데빌맨 크라이 베이비>는그의 스타일 정도만을 간신히 확인할 수 있었던 범작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장면에 따라 변화하는 작화 스타일, 신체비율을 어그러뜨리는 과장된 원근감의 표현, 혹자는 추상적이라고 말할 정도의 일렁이는 곡선들은 <데빌맨 크라이 베이비>를 … [Read more...] about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감독의 개성 아래 통합된 장점들
아쉬운 만큼 지지하고 싶은 영화 ‘1급기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1급기밀>은 2016년 유명을 달리한 홍기선 감독이 남긴 유작으로, 그의 사후 편집과 후반 작업을 마치고 개봉했다. 국내 상업영화로서는 최초로 방산비리를 다루는 작품으로,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와 2009년 방산비리를 폭로 등 여러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영화는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 중령(김상경)이 방송국 기자 김정숙(김옥빈)을 찾아와 전투기 파일럿 강영우(정일우)의 사고를 … [Read more...] about 아쉬운 만큼 지지하고 싶은 영화 ‘1급기밀’
한국형 가부장제 블록버스터의 극단 ‘염력’
어느 골목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 신루미(심은경)는 방송에도 소개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청년 사장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치킨집이 있는 골목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고, 루미의 어머니(김영선)가 용역들과 대립하던 중 사망한다. 그와 동시에 영화는 10년 전 가족을 떠난 루미의 아버지 신석헌(류승룡)의 모습으로 넘어간다. 평범한 은행 경비원이었던 석헌은 루미 어머니가 죽던 날 이상한 약수물을 먹고 염력이 생긴다. 처음엔 라이터 하나 정도를 옮기는 수준이었지만, 어느새 이런저런 … [Read more...] about 한국형 가부장제 블록버스터의 극단 ‘염력’
한국영화의 쉼터가 될 ‘리틀 포레스트’
한국 기후는 사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해지지만 작물을 길러야 하는 농촌에서는 아직 유효한 개념이다. 겨울엔 작물을 심을 봄을 준비하고, 봄엔 겨울까지를 보낼 농사를 시작하며, 여름엔 계속하여 논과 밭을 관리하고, 가을엔 겨울나기를 준비하며 추수하고 겨울나기를 위한 음식들을 준비한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틀 포레스트〉는 답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고시, 알바, 연애, 서울생활 등에 지친 혜원(김태리)이 시골의 고향집으로 돌아와 1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 [Read more...] about 한국영화의 쉼터가 될 ‘리틀 포레스트’
‘초행’: 그 길을 어떻게 정할 수 있나요
※ 이 글은 영화 <초행>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내용누설을 원하지 않으시면 이 글을 닫아 주세요. 대학원을 준비하는 수현(조현철)과 방송국에서 일하는 지영(김새벽)은 7년 차 커플이다. 동거생활을 하던 둘은 이사를 준비하고, 그러던 중 각자의 부모님을 찾아뵐 일이 생긴다. 각자의 부모님들은 그들의 인생에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네려 한다. <초행>은 제목 그대로 ‘처음 가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우스갯소리처럼 ‘모두가 인생 1회차’라고 말하며 각자 … [Read more...] about ‘초행’: 그 길을 어떻게 정할 수 있나요
속 빈 유령처럼 ‘고스트 스토리’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파이어니어>, <피터와 드래곤> 등의 영화를 연출한 데이빗 로워리가 <고스트 스토리>를 내놓았다. <피터와 드래곤>을 마무리 지은 뒤 바로 촬영에 들어간 <고스트 스토리>는 10만 달러라는 초저예산으로 제작되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뮤지션 C(케이시 애플렉)와 그의 연인 M(루니 마라)는 단란하게 동거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C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영안실에 누워있던 C는 … [Read more...] about 속 빈 유령처럼 ‘고스트 스토리’
쓸쓸함과 사랑스러움의 공존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 이 글은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면 이 글을 닫아 주세요. 금산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모금산(기주봉)은 보건소에서 위암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매일 출근하고, 수영장에 들르고, 치킨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집에서 자는 일상을 반복하던 그는 젊은 시절 꿈꿔왔던 영화배우의 꿈을 다시금 떠올린다. 모금산은 서울에서 영화학과에 다니던 아들 스데반(오정환)과 그의 애인 예원(고원희)을 불러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 [Read more...] about 쓸쓸함과 사랑스러움의 공존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가장 디즈니스러운 픽사 영화 ‘코코’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픽사의 19번째 장편영화 <코코>는 역대 픽사의 작품 중 가장 디즈니스러운 작품이 아닌가 싶다. 물론 픽사의 작품들이 디즈니가 다뤄오던 가족주의를 놓은 적은 없다. 그것의 형태는 <토이스토리> 속 장난감들의 연대나 <몬스터 주식회사>의 종족을 뛰어넘는 유사 부녀관계와 세대 격차를 넘는 <업>의 유사 부자 관계, <니모를 찾아서> 속 이방인 및 장애인과의 연대, 결국 가족으로 회귀하는 … [Read more...] about 가장 디즈니스러운 픽사 영화 ‘코코’
빼어난 연기로 그려낸 덩케르크 전초전 “다키스트 아워”
※ 이 글은 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 라이트 감독에게 다이나모 작전, 즉 덩케르크 철수작전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이미 전작 중 한편인 <어톤먼트>의 유명한 롱테이크 시퀀스로 1940년의 덩케르크를 스크린에 담은 전력이 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가 공개된 지 채 반년이 지나기도 전에, 다이나모 작전이 실행되기까지 처칠의 행보를 담은 영화 <다키스트 아워>를 내놓았다. 그래서인지 … [Read more...] about 빼어난 연기로 그려낸 덩케르크 전초전 “다키스트 아워”
‘원더’: 누군가의 성장은 주변 모두의 성장임을
※ 이 글은 영화 〈원더〉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결정적인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나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면 이 글을 닫아 주세요. 항상 우주인 헬멧을 쓰고 다니는 아이가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27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고, 수술 끝에 삶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얼굴은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해버렸다. 소년의 이름은 어거스트 풀먼(제이콥 트램블레이), 그의 가족인 네이트(오웬 윌슨), 이자벨(줄리아 로버츠), 비아(이자벨라 비도빅)는 그를 어기라는 애칭으로 … [Read more...] about ‘원더’: 누군가의 성장은 주변 모두의 성장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