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공포영화의 명가로 자리 잡은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다. 대학생인 트리(제시카 로테)는 생일을 맞았다. 전날 잔뜩 취해 초면인 카터(이스라엘 브로우사드)의 방에서 자고 일어난 트리는 여느 때처럼 피곤한 하루를 보낸다. 그날 저녁, 파티 장소를 찾아가던 트리는 학교 마스코트인 아기의 가면을 쓴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살해당하는 순간 트리는 다시 카터의 방에서 깨어난다. 범인에게 살해당할 때마다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게 되는 트리는 … [Read more...] about 폭력적인 프레임의 지겨운 루프: ‘해피 데스데이’
의미 없기 때문에 무서운 것: 단편 영화 ‘남매의 집’
빈곤해 보이는 어느 반지하 방에 어린 남매가 있다. 아버지는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빨간펜 선생님을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받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 누군가는 물 한 잔만 달라면서 거칠게 문을 두들긴다. 남매는 남자의 재촉에 못 이겨 문을 열어주고, 그는 두 명의 괴한과 함께 좁은 집안으로 들어온다. 어딘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괴한들은 새장의 새를 죽이기도 하고, 높으신 분이라면서 벨제붑에게 얘기해야 된다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바깥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 [Read more...] about 의미 없기 때문에 무서운 것: 단편 영화 ‘남매의 집’
전자레인지 돌려 깨우는 3분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
※ 이 글에는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20~30년 전쯤 과거로 돌아가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나오는 영화가 슈퍼맨·배트맨·원더우먼이 나오는 영화보다 훨씬 성공했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모 트친분이 〈저스티스 리그〉를 보고 남긴 말이다. 1966년 처음으로 배트맨이, 1979년 슈퍼맨이 영화화될 때만 해도, 아니 팀 버튼과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각의 배트맨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만 해도 〈저스티스 리그〉라는 빅 이벤트가 이렇게 처참한 기록을 남길 … [Read more...] about 전자레인지 돌려 깨우는 3분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
딱히 공원을 찾고 싶지는 않았다: 일본 영화 ‘파크’
일본 도쿄의 이노카시라 공원의 개원 100주년을 맞이하여 영화가 제작되었다. 1960년대의 공원과 2017년의 공원을 오가며 이어지는 사랑과 음악의 이야기. 하시모토 아이, 나가노 메이, 소메타니 쇼타라는 일본의 가장 유명한 젊은 스타들을 캐스팅해 그려내는 이야기. 영화는 캐스팅과 시놉시스,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국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감성적인 일본 영화의 대열에 낀 수많은 영화 중 한편일 뿐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공원의 100주년을 … [Read more...] about 딱히 공원을 찾고 싶지는 않았다: 일본 영화 ‘파크’
양가적인 오즈의 카메라,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
전후에 제작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속 가족들은 일반적으로 말해지는 정상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동경 이야기>의 가족은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던 서먹한 관계이며 주인공은 남편을 잃은 며느리 노리코이다. <초여름>의 주인공 노리코는 가족이 맺어준 혼사를 거부하고 오빠의 친구이자 홀아비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며 전통적인 대가족의 해체를 그려낸다. 그가 전쟁 이후 만들어낸 세 번째 작품인 <만춘>은 이러한 오즈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의 틀을 잡아준 첫 … [Read more...] about 양가적인 오즈의 카메라,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
“희망의 건너편”: 합리적 따뜻함이라는 넌센스
※ 이 글은 영화 <희망의 건너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관람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희망의 건너편>은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한 시리아 출신의 난민 칼레드(세르완 하지)와 의류 도매업을 접고 식당을 인수한 핀란드인 비크스트롬(사카리 쿠오스마넨)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헬싱키의 한 항구에서 화물선에 실린 석탄더미를 비집고 칼레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 [Read more...] about “희망의 건너편”: 합리적 따뜻함이라는 넌센스
녹슨 살인 트랩에 기름칠해봤자: 7년 만에 돌아온 ‘직쏘’
※ 이 글에는 영화 〈직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가장 좋은 장르가 호러/스릴러 장르라는 통계가 있었다. 열 편이 넘어가는 시리즈를 양산해내던 1980년대 슬레셔 영화들을 비롯해 많은 저예산 호러영화가 속편과 아류작을 생산해냈다. 지금은 ‘컨저링 유니버스’로, 또 〈분노의 질주: 더 세븐〉 같은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유명세를 떨친 제임스 완이 2004년에 연출한 〈쏘우〉 역시 이러한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직쏘(토빈 벨)이라는 미지의 인물이 … [Read more...] about 녹슨 살인 트랩에 기름칠해봤자: 7년 만에 돌아온 ‘직쏘’
사흘 간의 사랑이 영원으로 늘어났음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평범하다.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진작가와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희생한 주부의 로맨스.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하고 짧은 사랑을 느끼지만 다신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만큼 여러 영화를 비롯해 소설이나 TV 드라마 등에서도 유사한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관람하는 관객은 135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마치 프란체스카(메릴 … [Read more...] about 사흘 간의 사랑이 영원으로 늘어났음을
뒤집힌 세계처럼 맞물린 과거와 지금의 공존 ‘기묘한 이야기 2’
우리는 1980년대를 추억한다. 꼭 1980년대에 10대를 보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J.J. 에이브람스의 〈슈퍼 에이트〉로 시작해 안드레스 무시에티의 〈그것〉에 이르기까지, 또한 a-ha부터 데이빗 보위까지 다양하게 차용되는 〈라라랜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의 영화 속 1980년대 팝 음악부터 아케이드 스타일을 차용한 〈토르: 라그나로크〉 같은 영화까지 우리는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그 시대를 추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동시에 지금의 세대에게도 〈인디아나 존스〉 … [Read more...] about 뒤집힌 세계처럼 맞물린 과거와 지금의 공존 ‘기묘한 이야기 2’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죽여버리자: ‘메이헴’
※ 이 글은 영화 <메이햄>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Mayhem’대혼란, 아수라장을 의미하는 영어단어이다. 조 린치 감독의 B급 영화 <메이헴>은 제목 그대로의 아수라장을 담아낸다. 영화는 변호사인 데릭 조(스티븐 연)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한다. 사람들의 분노, 성욕, 우울 등의 본능을 극대화시키는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지고,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한 회사원이 직장 상사를 펜으로 찔러 죽이는 사태가 발생한다. 데릭 조는 이 사건이 … [Read more...] about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죽여버리자: ‘메이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