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세월호를 떠올린다 나는 매일 세월호를 떠올린다. 세월호뿐만이 아니라 씨랜드 화재,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 대구 지하철 방화, 크림빵 뺑소니를 포함한 모든 음주운전의 희생자를 생각한다. 피해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수많은 사건들의 전체적인 인상은 내 일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호텔이나 극장에 가면 비상대피로를 확인한다. 언젠가 누군가를 한 번이라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방 속에 에피네프린과 주사기를 항상 휴대한다. 내가 운전하는 … [Read more...] about 나는 세월호를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장애인 주차장은 장애인 무료 주차장이 아니다
과태료는 요금이 아니다 장애인 주차장에 비장애인이 주차를 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과태료는 장애인에게는 무료로 주차를 하게 해준다거나, 비장애인에게 주차요금을 추가로 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장애인 주차장에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주차할 수 없다는 강력한 선언이다. 이미 일어나 되돌릴 수 없는 행정적인 위반은 사후에라도 제재하겠다는 의지가 과태료다. 고작 조례 위반으로 거창하게 차량을 압류하거나 운전자에게 징역을 선고할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10만원의 과태료는 의외로 … [Read more...] about 장애인 주차장은 장애인 무료 주차장이 아니다
한국기(韓國紀, Korean discipline)에 관하여
국가병영 대한민국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둘 다 겪어보고 나니, 반대로 사회가 군대의 확장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한국은 병영국가인가? 아니다. 병영국가는 병영의 형태를 띤 '국가'다. 모든 체계가 병영처럼 돌아가긴 하지만 국가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한국은 그 단계조차 넘어선 국가병영, 즉 국가의 형태를 띤 '병영'이 더 옳은 표현인 것 같다. 병영이 입법·사법·행정 체계를 가지고 돌아간다. 대학교는 병사들이 내무생활을 … [Read more...] about 한국기(韓國紀, Korean discipline)에 관하여
단어를 독점한 자들: 어버이와 엄마들
근대 이전의 중국 문화권에는 피휘(避諱) 문화가 있었다. 왕의 이름에 쓰인 글자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칙이다. 그런데 왕의 이름에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한자가 들어가면 백성들은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울 지경이 된다. 그래서 묘호는 일부러 흔하지 않은 한자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쓰기까지 했다. 꽉 막힌 유교문화였지만 나름대로 유연성을 발휘했던 셈이다. 태양과 태양 사이 그런데 대통령의 이름도 거리낌 없이 부르는 현대에는 엉뚱한 어려움이 … [Read more...] about 단어를 독점한 자들: 어버이와 엄마들
스큐어모피즘을 통해 알아보는 사이비 의학 수지침
애플은 재작년에 iOS7을 발표하였다. 가장 큰 변화는 스큐어모피즘의 탈피다.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이란, 원래 도구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가는 디자인 방법이다. 기계에 생소한 사람들에게 스큐어모픽 디자인은 그 자체로 훌륭한 사용 설명서다. 별다른 설명서가 없이도 책장을 넘기듯, 볼륨스위치를 조절하듯, 드럼을 치듯, 메모장에 필기하듯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스큐어모피즘의 신봉자였고, iOS7을 디자인한 조나단 아이브는 그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 사실 … [Read more...] about 스큐어모피즘을 통해 알아보는 사이비 의학 수지침
마지막 의료법 수업
의사국가고시 의료법 진도를 모두 나간 선생님은 책을 덮더니, 글씨가 빼곡한 칠판을 모두 지우고 강단에 다시 섰습니다. 이제까지완 다르게 손은 떨리고 목소리는 격앙되어 보였습니다. "형사, 민사에 이어 대한민국에는 또 하나의 재판 형태가 있습니다. 의사입니다. 의사에게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 무과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모두 유죄입니다. 설령 무과실을 입증했다 하더라도, 산부인과의 경우 이 안타까운 상황에 도의적인 책임을 물어 50%를 배상해야 합니다. 운전중인 기사를 폭행한 경우 … [Read more...] about 마지막 의료법 수업
유가족의 통곡을 도구로 삼는 언론
언론은 강장동물이다. 몸 자체가 입이며 곧 항문이며 여론을 먹고 싼다. 비록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밉상이긴 하지만, 그런 악역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언론이 사회를 거리낌없이 비판하는 건 그들이 한점 티끌이 없어서가 아니다. 왕을 비판하는 사간원이라고 정말 털어서 먼지가 안 났겠는가. 비판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언론은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섬세함 없이 싸움을 부추기는 언론의 모습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들은 그런 섬세함이 없다. 타블로이드라면 … [Read more...] about 유가족의 통곡을 도구로 삼는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