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형법 제3장 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월호 집회 중 태극기를 태운 청년에 대해 우파들이 도덕적 비난을 넘어 사법처리까지 주장하는 것은 이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전혀 타당성 없는 주장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태극기 패션" 논란을 기억할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4강 진출로 인해 전 국민이 열광하던 … [Read more...] about 국기보다 중요한 것
문창극의 역사관, 실드가 불가능한 이유
한 15년 전 쯤 난 문창극의 팬이었다. 당시엔 우파였던 내 정치적 스탠스에 맞게 “시원스럽구로” 잘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일간지 주필 중엔 그와 강병태 정도가 제일 나았고 조선일보 김대중은 이름값을 못하는 느낌이었음). 신문을 끊은 지난 10여년 동안 뭐하고 사는지 전혀 몰랐는데, 그 추억의 문창극이 갑자기 총리 후보가 되어 나타나 처음엔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다. 역사관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창극이 내세우는 논리 사실 … [Read more...] about 문창극의 역사관, 실드가 불가능한 이유
배트맨, 혹은 어느 강남좌파의 초상
1. 나는 '강남좌파'다. 강남에 살고 좌파이념을 지지하므로, 명목상 분명 그렇다. 나는 고소득층 증세, 재벌 개혁, 최저임금 인상, 상속세 강화 따위를 늘 이야기하며, '반미자주'나 '친일재산환수'도 빼놓지 않는 레파토리다. 술자리에선 가끔 '북한찬양'도 한다. 보통 '강남좌파'는 위선과 허위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지지만, 적어도 내 경우엔 두 개의 조건이 서로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시켜 좋은 것만 남기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까지 한 사람이 외치는 '반미', 일류대 … [Read more...] about 배트맨, 혹은 어느 강남좌파의 초상
초단편소설: 주먹밥집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는가
시작은 주먹밥이었다. 그냥 뭉친 밥에 간을 해서 싼 값에 팔았다. 잘 팔렸다. 그러다 밥을 김에 싸서 몇가지 재료를 넣고 김밥을 만들어 팔았다. 역시 잘 팔렸다. 김밥을 찾는 사람들이 떡볶이도 찾고 오뎅도 찾고 순대도 찾아서, 그것들도 만들어 팔았다. 이제는 분식집이라 할 만했다. 거기에 바베큐 그릴을 갖다놓고 고기를 구워 팔고 술도 팔기 시작하니, 그럴듯한 한식집이 되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옆집 중국집 주방장을 데려와 짜장면과 짬뽕을 만들게 했고, 앞집에서 스카웃해 온 일식 주방장에겐 스시와 … [Read more...] about 초단편소설: 주먹밥집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는가
베스트셀러라는 유행
1. [ㅇㅇ가 꼭 ㅇㅇ해야하는 ㅇㅇㅇㅇ] 한때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칸을 온통 뒤덮던 제목들의 기본 포맷이다. 참으로 많기도 했다: <열세 살 전에 익혀야 할 아름다운 품성 38가지> <서울대를 꿈꾸는 중학생이 꼭 알아야 할 56가지> <20대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돈 관리법 41> <30대에 꼭 알아야 할 내집마련법 46><은퇴하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암 선고를 받았을 때 취해야 할 50가지 필수 … [Read more...] about 베스트셀러라는 유행
새해맞이 시: 여전히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들은 운동과 금연을 시작할 것이다. 여전히 경제는 안 좋을 것이고 여전히 모든 건 대통령 탓일 것이다 여전히 보수는 인정이 없을 것이고 진보는 대책이 없을 것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부자는 대부분의 가난한 자보다 행복할 것이다 여전히 국가엔 정의가 없을 것이고 교회엔 구원이 없을 것이다 중동의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고 북한인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여전히 아프리카는 굶주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과 여름은 가을과 겨울은 각각 한번씩 … [Read more...] about 새해맞이 시: 여전히 사람들은
대한 초등학교의 되게 굴곡진 역사
오늘은 저희 대한 초등학교의 역대 어린이 회장들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첫 회장인 이숭만 어린이는 집안도 좋고 미국 하바드 초등학교에서 유학도 했으며 심지어 금발의 파란눈 짝궁까지 있는 ‘엄친아’였으나, 욕심꾸러기였던지라 회장 오래 해 먹으려고 야바위 치다 4학년 19반 학생들에게 쌍욕 먹고 쫓겨납니다. 그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5학년 16반 박점희 어린이였는데, 키는 난쟁이 똥자루 1/3만 했지만 주먹이 세고 열받으면 다 엎어버리는 또라이로, 꼬붕 김종팔 어린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개울가 … [Read more...] about 대한 초등학교의 되게 굴곡진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