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주먹밥이었다. 그냥 뭉친 밥에 간을 해서 싼 값에 팔았다. 잘 팔렸다. 그러다 밥을 김에 싸서 몇가지 재료를 넣고 김밥을 만들어 팔았다. 역시 잘 팔렸다. 김밥을 찾는 사람들이 떡볶이도 찾고 오뎅도 찾고 순대도 찾아서, 그것들도 만들어 팔았다. 이제는 분식집이라 할 만했다. 거기에 바베큐 그릴을 갖다놓고 고기를 구워 팔고 술도 팔기 시작하니, 그럴듯한 한식집이 되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옆집 중국집 주방장을 데려와 짜장면과 짬뽕을 만들게 했고, 앞집에서 스카웃해 온 일식 주방장에겐 스시와 사시미를 만들게 했다. 한식, 중식, 일식을 마스터했으니 그 다음은 햄버거,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였다. 가게가 넓어지고 종업원 수가 몇배로 늘어났다. 작은 주먹밥집이었던 그곳은 이제 팔지 않는 음식이 없는 초대형 식당이 되었다.
‘의식주’ 중에 ‘식’을 정복했으니 이제 ‘의’ 차례였다. 가게 한 구석에서 옷을 팔기 시작하니 밥먹는 손님들에게 인기폭발이었다. ‘의’와 ‘식’으로 모은 돈을 투자해 이번엔 ‘주’, 즉 집을 지어 팔았다. 작은 집들을 판 돈으로 큰 아파트를 지었더니 날개 돋힌 듯 팔렸다. 그 자본과 노하우를 이용해 공장도 지었고 빌딩도 지었으며 영화관도 짓고 놀이공원도 지었다. 거기서 자동차도 만들고 반도체도 만들고 핸드폰도 만들고 영화도 만들었다. 이제 파는 것보다 팔지 않는 것이 적을 정도였다. 어딜 가도 주먹밥집이 만든 물건들 천지였다. 사람들은 너무나 거대해진 그 주먹밥집을 미워하면서도 선망했다. 밤에는 어떻게든 일자리 하나를 얻으려 손을 비비다가도 낮이면 정색을 하고 비판을 해댔다.
사람들의 정신분열을 다스리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신문사와 방송사와 대학교를 지었고, 거기서 일할 기자로봇, 교수로봇을 만들었다. 주먹밥집이 성장하는데 동네 사람들의 세금이 들어갔다거나, 그 성장으로 인해 동네의 작은 마트나 밥집, 문방구는 문을 닫아야했다며 헛소리하는 자들은 모두 쫓아내고, 그 자리에 로봇들을 대신 앉혔다. 로봇들은 주먹밥집이 얼마나 사회에 공헌하고 있는지, 주먹밥집이 무너지면 나라에 얼마나 큰 파장이 올지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앵무새처럼 되뇌였다. 그러나 로봇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이제 남은 길은 하나였다. 그건 로봇을 만들어 해결할 수 없는,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얻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가능할 것 같았다. 때가 무르익고 있었다. 그걸 얻는 순간 주먹밥집은 ‘무적’이 될 것이었다.
이제 주먹밥집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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