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딕 포스베리는 전설이 되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높이뛰기 결승전이었다. 모든 이가 '옆으로' 점프할 때, 혼자서만 바를 등지고 ‘누워서’ 뛰었다. 무명의 신인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것도 세계 신기록으로. 이후 높이뛰기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포스베리를 따라 했다. 포스베리의 도약법은 그의 이름을 딴 ‘포스베리 플롭(배면뛰기)'이라 명명되었다. 그날 포스베리는 상식을 깼다. 새로운 상식이 되었다. 상식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는 것이 … [Read more...] about ‘돈키호테’에 상식은 없다
FILA, 클래식이 새로움이 되려면
부활 영화 〈로얄 테넌바움〉을 보신 분 계신가요? 휠라의 이듬해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였다. 휠라 코리아가 클라이언트였던 2013년이었다. 영화 〈로얄 테넌바움〉 이야기를 꺼냈다. ‘미장센의 거장’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02년도 작품이었다. '스타일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독보적인 ‘룩’들로 가득한 영화였다. 기네스 펠트로는 라코스테 원피스 위에 퍼코트를 걸쳤다. 벤 스틸러는 새빨간 아디다스 삼선 트레이닝 복을 입었다. 그리고, 루크 윌슨은 휠라였다. … [Read more...] about FILA, 클래식이 새로움이 되려면
그렇게 프라이탁이 된다
저 가방은 뭐지? 2010년 겨울, 스위스 로잔이었다. 오랜 벗이 호텔경영학을 공부하던 곳이었다. 희한한 가방과 마주했다. 낡고 투박했다. 컬러는 맹렬했다. 힙한 청년들이 가방을 어깨에 둘렀다. 그러고서 자전거를 탔다. 패션에 정통한 동생에게 저 생경한 가방의 정체를 물었다. 트럭 덮개로 만든 가방이야. 프라이탁 형제의 이름을 땄어. 파슨스 스쿨을 다니던 동생은 저 가방이 뉴욕에서도 핫하다고 했다. 프라이탁이 세상에 나온 지 17년이 되던 해였다. 스위스 … [Read more...] about 그렇게 프라이탁이 된다
모노클, GQ와 이코노미스트가 만나다
형, 끝내주는 잡지가 나왔어. 모노클이라고 하는. 뉴욕에 머물던 동생의 목소리에서 보물을 발견한 자의 감격이 전해졌다. 10년 전 모노클 창간호가 나왔을 때의 일이다. 당시 동생의 안목은 옳았다. 이후 모노클은 잡지의 역사를 다시 썼다. 모노클의 성공 비결, 스타일 모노클의 성공 요인을 추리고 추리면 '스타일'이다. 더 정확히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시사 이슈를 스타일리시하게 전달한 것이 먹혔다. 이는 오너이자 발행인인 타일러 브륄레가 지닌 독특한 특성에서 연유한다. … [Read more...] about 모노클, GQ와 이코노미스트가 만나다
버질 아블로, 편집의 시대
그날 ‘버질 아블로’의 이름은 전 세계 주요 언론에 오르내렸다. 패션의 영역을 넘는 뉴스였다. '루이뷔통'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다. 흑인이란다. 정식으로 패션을 배운 적도 없단다. 모두가 놀랐다.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스트리트’의 파도가 그만큼 맹렬했다. 이미 여러 하이앤드 브랜드들의 문지방을 넘은 터였다. 발렌시아가는 ‘뎀나 바젤리아’에게 운전대를 맡겼다. 얼마 전까지 루이뷔통을 이끌던 킴 존스는 슈프림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결과는 마크 제이콥스 시절에 버금가는 … [Read more...] about 버질 아블로, 편집의 시대
톰 포드, 세일즈의 기술
톰 포드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는 준비가 필요했다. 들려오는바, 이 매장은 지나다가 들르는 곳이 아니었다. 목적지여야 했다. 몸에 꼭 맞는 핀 스트라이프 슈트를 차려입었다. 좋은 구두를 신었다. 매디슨 에비뉴로 향했다. 톰 포드의 플래그쉽 스토어에 들어서는 순간 그냥 웃었다. 말이 필요 없어서. 이게 끝이어서. 필요한 건 감탄사뿐이었다. 톰 포드 미학의 모든 것이 이 공간에 있었다. 이 시대 최고의 '탐미주의자'가 만든 공간이었다. 톰 포드가 내놓은 향수의 이름 … [Read more...] about 톰 포드, 세일즈의 기술
블루보틀, 결국은 ‘에티튜드’
누가 요즘 매장을 잘 보이는 데 내니? 촌스럽게. 어느 패션 잡지 편집장이 했다는 말에 무릎을 쳤다. 경험으로 아는바, 요새 진짜배기들은 모두 ‘숨겨져’ 있었다. 피렌체에서도, 뉴욕에서도, 도쿄에서도 그랬다. 번화한 상권이 아니라 구글맵을 찍고 ‘찾아가야’ 하는 곳, 도착하면 눈 밝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모노클샵, 슈프림, 마가렛 호웰, h beauty & youth 같은 스토어였다. 주변 일대를 힙한 무드로 두르는 매장이었다. 블루보틀 아오야마 지점도 그랬다. '촌스러운' … [Read more...] about 블루보틀, 결국은 ‘에티튜드’
브랜드 ‘백종원’, 역지사지를 이야기하다
들어가며 〈오! 수정〉은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영화에서는 '시점'이 교차한다. 동일한 상황을 한번은 남성(정보석)의 시점으로, 또 한번은 여성(이은주)의 시점으로 보여준다. 시점에 따른 '기억'의 차이는 적나라하다. 남자의 잃어버린 장갑을 여자가 찾아주었다. 남자는 여자가 들고 있던 장갑을 자신이 발견했다고 기억한다. 여자는 남자의 장갑을 자신이 먼저 건넸다고 기억한다. 키스에 대한 기억도 판이하다. 남자의 기억 속에서 여자는 키스가 좋았다며 수줍게 웃는다. 여자가 … [Read more...] about 브랜드 ‘백종원’, 역지사지를 이야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