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서 관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어릴 때 나는 여유로워 보이는 이를 질투했고, 그 부러움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대강 덮었다. 취향이 없는 걸 들킬까 봐 다른 사람들이 쌓은 취향을 낭비라고 무시하려 애썼다. 그렇게 쌓인 신 포도에 걸려 자주 넘어졌다. 가난하면서 물욕이 없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가난한 이들은 소유한 것 자체가 별로 없어 계속해서 살 것이 남아있다. 무언가를 자주 사는 것 같은데도 자꾸만 살 것이 생긴다고 느끼는 이유는 애초에 산 것들의 질이 좋지 않아 사용 연한이 짧으므로 … [Read more...] about 가난하면서 관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부모님이 무례한 사람이면 어쩌죠?
책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출간한 뒤 독자와의 만남을 몇 번 가졌다. 마지막 순서로 독자에게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었다. 제 부모님이 바로 무례한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이면 안 보고 살겠는데, 부모님이 무례하면 어떻게 하죠? 그 질문을 하는 이들은 대개 20대였는데, 나 또한 부모와의 관계로 많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났다. 비슷한 고민을 먼저 했던 사람으로서 내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이야기하려 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 [Read more...] about 부모님이 무례한 사람이면 어쩌죠?
너는 그 사람을 고칠 수 없어
“빨리 도망치세요. 지금 당장.” “혹시 주변에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피해야 하나요? 아니면 잘 타일러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범죄심리 전문 분석가로 경찰대 교수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한 시민에게 이런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한 답이다. 표 의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여러분은 절대 고칠 수 없습니다. 빨리 뛰어서 도망쳐야 합니다. 지금 당장.” 그는 덧붙였다.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 여부는 전문가가 오래 관찰하고 조사한 후에야 알 수 있는 것이니 함부로 믿거나 판단하지 … [Read more...] about 너는 그 사람을 고칠 수 없어
우리에게는 약간 불편한 관계가 필요하다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앞으로는 여직원을 뽑지 않겠다.” “앞으로는 남직원이 여직원에게 아예 말을 걸지 않게 될 것, 직장 내 인간관계가 삭막해질 것이 우려된다.” “실수 좀 했다고 해서 남자 인생을 파탄 내다니, 돈을 노린 복수극이다.” “예민한 여자들은 역시 사회생활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팽배….” 최근 미투 운동에 따른 부정적 여론의 예를 든 것이 아니다. 1994년, 우리 사회에 처음 ‘성희롱이 문제가 된다’는 판결이 나왔을 때 당시 시민들의 반응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 [Read more...] about 우리에게는 약간 불편한 관계가 필요하다
매 안 맞고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월을 기다리며 나는 들떠 있었다. 그전부터 뭔가를 하고 싶어 하면 어른들이 항상 말했으니까. “그런 건 대학에 가면 다 할 수 있어.” 이 말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면 무엇이든 할 기회와 자유가 열린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어차피 돈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들어왔는데 정작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건 그와 관련된 상품을 소비한다는 … [Read more...] about 매 안 맞고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너는 줬지만 나는 받지 않았어
"머리가 좀 나쁘신 것 같아요." 머릿속의 퓨즈가 휘익- 소리를 내며 암전했다. 전화기를 들고 있던 손이 덜덜 떨렸다. 잡지 기자로 일하다 팀을 옮겨 국내 대기업의 온라인 홍보를 대행하는 일을 하게 된 지 한 달이 안 됐을 때였다. 기업의 큰 행사를 홍보하는 콘텐츠를 작성하고 컨펌을 받는 과정에서 담당자는 과도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처음 그 일을 하게 됐을 때 인수인계를 해주던 사람은 “그는 낯을 많이 가리니(?) 처음에는 트집을 잡고 화를 많이 내겠지만,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 [Read more...] about 너는 줬지만 나는 받지 않았어
3월에 CC 하면 99% 망하는 이유
3월의 캠퍼스 공기는 들떠있다.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이 떨림과 사랑에 빠져 3월에 연애를 시작한 커플은 4월에 장렬하게 벚꽃엔딩을 맞이하더라... 연애 종결만 되면 다행인데, 더 높은 확률로 이로 인한 데미지를 크게 입는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아이고 이건 진짜 의미 없다. CC를 하지 말란 말이 아니다. 제발 조금만 이따가 하면 안 되겠니? 3월에 시작한 연애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리해봤다. STEP1. 썸 타기 완벽한 … [Read more...] about 3월에 CC 하면 99% 망하는 이유
없는 게 아니야, 네가 모르는 거야
‘이번엔 제발 괜찮은 기사님을 만났으면 좋겠다.’ 택시를 탈 때마다 긴장하며 하는 생각이다. 우리 아버지도 버스 운전을 20년 넘게 했기 때문에 운전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이해하려 하지만 탈 때마다 높은 확률로 불친절한 기사님을 만나게 되니 쿵쿵 뛰는 심장을 주체하기 어렵다. 편리하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인데 불편한 마음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그런 기억들이 누적되던 차에 사람들과 택시를 … [Read more...] about 없는 게 아니야, 네가 모르는 거야
착한 인간이 될 필요 없어
“강아지들은요, 아프면 도태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인 앞에서 통증을 숨기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방송에, 키우는 강아지가 마루바닥을 무서워해 걷지 않으니 고쳐달라고 하는 견주의 에피소드가 나왔다. 유심히 보던 훈련사 강형욱 씨가 걸음걸이를 지적하며 뒷다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주인은 알고 있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5년 전부터 그랬어요. 원래 다리를 절면서 걷는 습관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나 훈련사의 말대로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자 슬개골 탈구가 … [Read more...] about 착한 인간이 될 필요 없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2
갑질의 신세계를 보았다. 김무성 의원이 선보였던 ‘노 룩 패스’ 캐리어 이야기다. 그가 공항으로 입국하며 수행원에게 캐리어를 밀어 보낸 영상이 화제였다. 김무성 의원을 본 수행원은 고개 숙여 인사했지만 김 의원은 그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으며 그쪽으로 가방을 굴려 보냈다. 수많은 카메라가 있었지만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작은 연기조차 할 필요를 못 느꼈을 정도로 김무성 의원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는 이후 그 논란을 해명하라는 요청을 받자 “그게 왜 문제가 되냐? 바쁜 시간에 쓸데없는 일 … [Read more...] about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