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을 보다 보면, 김정연 작가를 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독립한 20~30대의 여성이라면 그녀가 그리는 디테일에 많은 부분 공감할 것이다. ‘혼자를 기르는 법’은 안동에서 서울 청파동으로 와 살고 있는 20대 여성 ‘이시다’의 삶을 그린다. 시다는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며 상자 안에 햄스터를 넣어 키운다. 시다의 거주 환경은 종종 햄스터와 비교되어 보이기도 한다. 시다의 이름은 “~이시다”라고 할 때의 높임을 받는 자로서의 … [Read more...] about 현실은 다이소여도 취향은 킨포크
가정부 되려고 결혼한 건 아니에요
“싸우더라도,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남편 아침밥은 꼭 챙겨주겠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서로에 대한 맹세를 낭독하는 걸 들었다. 그 대목에서 사람들은 웃으며 박수 쳤지만 나는 얼굴이 굳어졌다. 머릿속에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맞벌이를 하는데 왜 여자만 남편 아침밥을 꼭 챙겨주어야 하지?' ‘어째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해야 하는 1순위가 밥 차려주는 일이 되어야 하지?’ 반면 신랑은 그런 맹세를 하지 않았다. 알고 있다. 내가 아는 그 신부는 선량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 [Read more...] about 가정부 되려고 결혼한 건 아니에요
자존감 도둑 떠나보내기
어린 시절, 연말이 되면 기대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학년이 올라가 반이 바뀔 때마다 친구를 새로 사귀는 것에 부담을 넘어 공포감까지 느꼈던 것 같다. 새 반의 친구들이 낯설어 점심시간이 되면 친한 아이의 반에 가서 도시락을 먹었다. 그렇게 같이 도시락을 먹다 보면 어느 날 친구가 같은 반의 새로 사귄 친구를 데려와 함께 합류시켰다. 그 타이밍이 내가 다시 반으로 돌아가 친구를 사귀어야 할 때였다. 그맘때 아이들끼리는 월례 행사처럼 돌아가며 서로 왕따를 시키곤 해 무리에서 내쳐질까 봐 … [Read more...] about 자존감 도둑 떠나보내기
우아하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연습
남편은 착하게 생겼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처럼 착하게 생겨 나쁜 점은 부탁을 너무 자주 받는다는 것이다. 졸업한 지 한참 지났는데도 매년 새로운 학생회 대표가 전화해 홈페이지를 봐달라고 한다. 기획안이나 제안서를 봐달라는 연락도 부지기수다. 글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하는데도 써놓은 글을 그에게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봤다. 부탁받은 일을 하느라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뒤늦게 시작하기도 하고, 밤을 새워 일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어찌나 거절을 잘 못 하는지 내가 “혹시 나랑 … [Read more...] about 우아하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연습
둘째 딸은 왜 항상 연애에 실패할까?
1년간 연애칼럼을 쓴 적 있다. 대학생들이 연애에 관련된 고민을 보내면 그걸 읽고 조언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행복해지려고 연애를 하지만 연애를 할수록 불행해지고 쪼그라드는 경우가 있는데 내게 메일을 보내는 여자들의 경우는 대부분 그런 상황이었다. 반면 남자들의 질문은 거의 하나로 귀결되었다. “어떻게 하면 연애를 할 수 있을까요?” 불행한 연애로 고민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읽거나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나는 이상한 공통점 하나를 깨달았다. 집착하는 남자를 떠나지 못하는 여자, 폭력적이고 … [Read more...] about 둘째 딸은 왜 항상 연애에 실패할까?
자고만 싶나요? 많이 먹나요? 마음이 아픈가 보다
“…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함께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좋은 기회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예의 바르게 기분 나쁜 문장 앞에서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단 자고 싶었다. 눈이 떠져 휴대폰을 봤더니 네 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휴대폰을 엎어 놓고 다시 잤다. 두 시간 가까이 자고 다시 깨서 잠을 청했고, 다시 두세 시간을 자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하루의 14시간 이상을 꼬박 자면서 보낸 지 … [Read more...] about 자고만 싶나요? 많이 먹나요? 마음이 아픈가 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프롤로그 코미디언 김숙이 한 예능에 출연했을 때 일이다. 속물적인 질문을 하거나 무례한 질문을 가감 없이 함으로써 출연자들을 당황시키는 캐릭터의 한 연예인이 김숙에게 “얼굴이 남자 같이 생겼다”고 독설을 했다. 보통 이 경우라면 외모공격을 당한 상대 여자 코미디언도 자신의 외모를 웃음의 대상으로 희화화하거나 함께 웃고 말았을 텐데 당시 김숙의 대처는 평소 내가 보던 사람들과 달랐다. 김숙은 잠시 그를 지긋이 쳐다본 뒤 “어? 상처 주네?” 하고 짧게 내뱉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느긋한 … [Read more...] about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자꾸 선을 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개인이 쾌적하게 있기에 필요한 점유공간을 뜻하는 말인데, 나라마다 이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거리가 달라서 일본은 1.01미터, 미국은 89센티미터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 사람과 가까이 있게 될 때 불편한 이유도, 지하철에서 자리가 났을 때 최대한 떨어져 앉으려고 하는 것도 이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키려는 본능 때문이다. 문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퍼스널 … [Read more...] about 자꾸 선을 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