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면 내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은 있는데, 뭐랄까 나한테는 욕심내면 안 될 '탐욕'으로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네가 (도전)하면 당연한 거 같고, 내가 하면 그냥 욕심을 부리는 것 같은 그런 거.” “무슨 소리야, 됐어. 당장 내일인데 그렇게 위축돼 있으면 어떡해. 어서 자신감 회복부터 해.” 수화기 너머 들리는 친구 J의 목소리가 깊은 땅으로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아, 넌 충분히 차고도 넘쳐, 네가 잘해서 거기까지 해낸 거야’라고 했으면 좋으련만, 당장 다음 날 J가 치를 … [Read more...] about 때를 놓쳐도 괜찮아, 체리 콩포트 한 병이면
부풀지 않아도 괜찮아
여행 중에는 만나는 사람 모두가 내게 온정을 베풀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생의 단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이 순간, 이 도시를 되뇔 때는 좋은 기억만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기억은 철저히 내 중심으로, 안쪽으로 굽는다. 떠올리면 괜스레 애틋한 도시도 있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도시도 있다. 그토록 간절한 '온정의 바람'이 통한 날도, 아닌 날도 있던 것이다. 10년 전 폴란드의 크라쿠프 광장에서 구입한 깡깡한 빵과 게스트하우스 주인 부부와의 어색한 아침 식사는 확실히 … [Read more...] about 부풀지 않아도 괜찮아
단식을 결심했다
등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손이 발발 떨리더니 결국 냄비 손잡이를 놓쳐버렸다. '골로 갈 뻔'했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 달달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고, 마법의 가루(?)를 털어 넣었다. 효과가 진짜 있는 건지, 아니면 이게 그 유명한 플라시보 효과인지 알 바 없었다. 살았으니까. 암 스틸 얼라이브! “선생님, 저 진짜 죽을 것 같아요. 그냥 포기할까 봐요. 너무 힘들어요.” “그동안 그렇게 굶어본 적 없구나. 첫날만 버티면 돼요. 먹어야 할 양 반드시 챙겨 먹고요. 조금만 … [Read more...] about 단식을 결심했다
서울 사람들 참 불쌍해요
차라리 비라면 좋으련만! 주룩주룩 뺨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그가 말했다. 키보다 크고, 숲보다 무성한 옥수숫대 밑을 걷고 있노라면, 가뜩이나 못난 얼굴이 오만상이 된다. 게다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정체 모를 벌레가 진로를 방해하는 것 자체가 공포다. 벌레를 피한답시고 몸을 함부로 놀렸다가는 억센 옥수수 잎에 쓱-하고 베어 생채기가 나는 건 순식간이다. 땀으로 범벅된 따갑고도 뿌연 눈을 비비적거릴 때, 얼핏 보이는 허연 옥수수 이빨이 반가워 미칠 지경이었다. 넌 대체 무슨 … [Read more...] about 서울 사람들 참 불쌍해요
비닐 없는 슈퍼마켓이 있다고?
하여간 죄다 빼버리면 알맹이는 요만하다니까.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마다 들리던 엄마의 볼멘소리. 나는 그 안에 든 스팸이나 참치 같은 알맹이 말고는 현관문 앞에 쌓여가는 재활용 봉투 더미에는 관심이 없었다. 연휴를 앞둔 지난주, 광화문역 퇴근길에는 손에 무언가 큰 보따리가 들려있는 직딩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물론 내 손에도 들려있었다. 그 큰 보따리로 사람들에게 치이고, 나도 보란 듯이(?) 내 보따리로 사람들을 치면서 그렇게 민망한 퇴근길을 … [Read more...] about 비닐 없는 슈퍼마켓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