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때 은평구에 살았다. 대성고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봤다. 그래서 이번에 강릉 펜션으로 놀러 갔다 가스 누출 사고를 당해 숨지고 다친 대성고 학생들 이야기가 멀지 않게 느껴진다. 교육부는 수능 후 학생 관리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시대착오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학생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대상이라는 아주 간단한 점만 생각해도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평소 학교에서의 교육이 '바른 것, 자명한 것, 지켜져야 할 것 그리고 시민은 그것들의 행위 주체로서 어떤 … [Read more...] about 한국은 ‘안전’으로 유지되는 사회가 아니다
권력투쟁을 향한 혐오
더불어민주당 유력 정치인의 추락 혹은 그 추락과 압박의 과정들에 대해, 계파 간의 세력다툼으로 보며 비판의 날을 들이미는 경우를 가끔 본다. 안희정, 이재명의 논란에 이어 다른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도 그렇게 소환된다. 이른바 잠룡들을 향한 집권 주류 세력의 제거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 가령 몇몇 권력 파벌의 핵심 인사들이 기대하는 바대로 문파로 불리는 이들이 손발을 맞추는 형국이라는 ―나아가 부화뇌동 내지는 적극 찬동 한다는― 주장도 펼쳐진다. 내홍을 멈추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 [Read more...] about 권력투쟁을 향한 혐오
산이의 신곡이 그보다 어린 남성을 ‘남성성’의 지옥으로 떨어트리는 이유
지난번 래퍼 산이의 신곡 관련 글에 어떤 분이 댓글을 남기셨다. “왜 그 곡이 ‘자네보다 어린 남자들을 가사 속의 그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위계와 차별의 지옥으로 떨어트리는 내용’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이었다. 쓰다 보니 길어진 데다가, 이 시기쯤에 생각을 다시 한번 묶어둬야 할 것 같아서 따로 포스팅한다. 남성에게 ‘남성성’을 강요하는 것은 같은 남성이다 남성에게 특정한 성정을 남성성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것은 같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자라면서 주변의 손윗남성들이 … [Read more...] about 산이의 신곡이 그보다 어린 남성을 ‘남성성’의 지옥으로 떨어트리는 이유
“늙으면 추해도 돼!”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에서 무명 사기꾼 최창혁(박신양 分)에게 크게 수술 당한 업계 대선배 김 선생(백윤식 分)이 분을 못 참고 총을 챙겨 나가자, 옆에 있던 서 사장(임하룡 分)이 "야 김 선생, 그건 좀 추하다"라고 한마디 한다. 그러자 백윤식이 이렇게 답한다. 늙으면 추해도 돼! 최고의 사기꾼이던 자신을 연거푸 농락한 애송이 녀석에게 분노한 끝에 나온 저 말. 거목 지능범으로서의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 머리 대 머리로 싸우는 상도의마저 져버린 부끄러움을 부정하는, 좌절의 … [Read more...] about “늙으면 추해도 돼!”
문재인의 중심을 차지하는 기술
이런저런 사고실험을 하며 반론을 만들어 봐도 문재인 대통령의 장점 중 이것 하나는 부정할 수가 없다. 바로 '중심 차지하기'. 미국 방문부터 이번 G20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준 것은 중심을 차지하는 기술이다. 미국 일방주의로 낙인 찍히긴 하지만 트럼프의 생각은 간결하다. 강한 미국 만들기다. 거기에 방해되는 건 세계와의 약속이든 올바른 이념이든 일단 제낀다. 팔 수 있는 건 팔고 이익되는 건 (싸게) 사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부실한 곳은 메꾸고 넘치는 곳은 잘라낸다. 기후협약 탈퇴하고 … [Read more...] about 문재인의 중심을 차지하는 기술
송민순의 메모가 의미하는 것
송민순이 공개한 메모는 그 내용이 사실일 경우 오히려 이를 문제 삼으려는 쪽이 얼마나 대북정책에 무능하고 위험한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당시 참여정부가 북측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해 한반도 평화를 이끌었는지를 반증한다. 국정원 메모이기 때문이다. 실제 참여정부가 북 정권에게 의사를 물을 생각이었다면 통일부든 고위급 통로든 다른 공식 대화채널을 사용하면 된다. 어차피 남북 간 전통문 창구가 있다. 그럼에도 대외·대북 정보수집 기관인 국정원이 나선 것은 이 메모가 공식적 통로로는 획득할 수 … [Read more...] about 송민순의 메모가 의미하는 것
전략적 측면에서 본 안철수 대선 포스터
1. 선거 벽보 디자인은 전략적 측면에서 3번 안철수 캠프가 가장 잘했다. 2. 선거 벽보의 목적은 정보 전달이다. 이를 위해 기호, 이름, 얼굴 세 가지가 우선된다. 기호의 경우, 벽보가 나란히 붙어있기 때문에 맨 앞 1번 후보가 유권자에게 각인 되는 데 가장 유리하다. 그다음 유리한 건 2번 후보. 그리고 3번부터 패널티를 갖는다. 3번 벽보부터 마지막 벽보 사이의 후보들은 순서가 헷갈리면서 기호를 정확히 인지 못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다들 … [Read more...] about 전략적 측면에서 본 안철수 대선 포스터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가 보좌관에게 사적 지시를 내린 일의 진짜 문제
세상 살면서 일일이 법과 도덕을 지켜 가는 게 쉽진 않다. 모든 사람이 허물없는 삶을 사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대충 넘기며 사는데 저 혼자만 꼿꼿하면 인간관계에 여유가 없어져서 갈등이 잦거나 감정이 많이 소비된다. 한 사회의 의식 수준을 뛰어넘는 규범이란 없고, 그 규범조차 따박따박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며 저지르는 실수나, 그 실수가 남에겐 악행이 되리란 걸 모르는 상황들에 대해 그들의 인격까지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단지 그러한 … [Read more...] about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가 보좌관에게 사적 지시를 내린 일의 진짜 문제
당신이 이 정권 밑에서 10년 동안 살아남은 기자라면
MB정부 시절. 언론이 하나둘씩 질식하기 시작했다.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모든 정보를 정부가 통제하려 했다. 주변부인 인터넷 실명제를 비롯해 공중파 방송 장악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국가에선 도저히 이념이나 공무적 발상으로 여길 수 없는 후진적 패악이 고안되고 실행됐다. 대통령이 언론에 노출되기만 하면 조롱감이 되다 보니 기자들과의 접촉이 없는 일방적 라디오 발표가 대국민 스킨쉽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고 꽤나 이어졌으며, 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의 성격이 바뀌고 방송 토론수준이 초등학교 교실에 … [Read more...] about 당신이 이 정권 밑에서 10년 동안 살아남은 기자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