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이 한동안 소셜미디어의 타임라인을 메웠다. 소비자의 편리함과 노동자의 안전보건 사이의 균형이 어디인지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택배 노동의 과중함, ‘30분 배달제’ 같은 빠른 배송 압박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논쟁이었다. 사람 잡는 ‘피자 30분 배달제’, 한국에만 있는 비극 빨리빨리 고객님^^ 죽더라도 갈게요ㅠㅠ 인공지능 기술과 소비자 선호의 최적 조합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된 긱 이코노미(Gig Economy) … [Read more...] about 더 오래 일하고, 더 적게 받고, 더 아픈데 이게 공정한 걸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헌법재판소가 현행 낙태죄가 헌법불합치라 결정했다(‘헌법불합치’가 결론이라고 하지만 ‘위헌’과 같은 뜻이라 생각한다). 2020년까지 낙태와 관계된 법을 개정해야 하니 약 일 년 반이 남았다. 애초에 법에서 출발한 일,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낙태죄 폐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논점이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헌법재판소 판결을 전후해 이미 여러 단체와 언론이 짚은 내용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좋으나 싫으나 우리 사회가, 아니 국가(정부와 다르다!)가 많은 문제를 … [Read more...] about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끝나지 않는 고통 ‘트라우마’,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예기치 못한 사건에서 비롯되는 강한 정신적 충격 혹은 상처”로 정의되는 트라우마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트라우마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가 트라우마로 자리 잡기도 하고, 자연재해에 노출된 뒤 심각한 수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도 한다. 참고자료: 자연재해의 트라우마, 물질남용으로 이어져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의 … [Read more...] about 끝나지 않는 고통 ‘트라우마’,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사법 권력은 ‘신성불가침’인가?
재판을 통한 사법적 판단은 우리 곁에 있으면서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고발해야 할 일이 있거나 고소를 당할 때, 법을 어겼을 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직접 개인의 운명을 가를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를 규율하는 것이 또한 사법이다. 사법은 법의 적용과 해석을 통해 삶의 양식과 사회적 제도, 공동체의 규범에 개입한다. 예를 들어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에게 산재를 인정할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좌충우돌하는) 재판을 통해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기업의 행동에 영향을 … [Read more...] about 사법 권력은 ‘신성불가침’인가?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위태롭다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위험한 수준이다. 2018년 3월 전국 대학생 2,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학생의 불안 정도는 고위험 수준이 40%, 잠재적 위험 수준이 30%로 나타났다. 합치면 70%의 학생이 불안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 중에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학생도 1.6%에 달했다. 이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타난 자살 시도율 0.8%의 두 배에 달하는 숫자다. 청년층의 정신건강 악화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선행 … [Read more...] about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위태롭다
‘건강식’의 지나친 도덕화, 저소득층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한 식사’에 대한 청소년들의 신념 차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사’(healthy eating)를 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식사’란,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 같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삼가고 대신에 과일과 채소, 유기농 식품 등을 위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청소년 시기의 건강은 남은 생애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시기에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와 보건소에서 학생들의 식사 행태 개선을 … [Read more...] about ‘건강식’의 지나친 도덕화, 저소득층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더 이상 ‘영웅’이 필요 없는 사회로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센터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서는 말을 더 보태지 않는다. 이 논평이 그가 어떻게 일해 왔는지, 어떤 조건에서 무슨 책임을 졌는지, 추가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거의 모든 언론이 경쟁하다시피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또 한 명의 의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천 한 병원의 전공의가 오랜 시간 계속 근무하다 죽음에 이르렀다고 한다. 법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하나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날 오전 7시 일을 시작해 사망 당일 오전 7시까지 … [Read more...] about 더 이상 ‘영웅’이 필요 없는 사회로
‘혼밥’ 먹어도 외롭지 않은 공동체를 위해
민족 대명절 설날 연휴가 지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들이 많았겠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즐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긋지긋한 성차별, 친근함을 가장한 무례함과 강압적 관계 때문에 괴로운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관계의 부재 때문에 괴로운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전자의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는 데 비해 후자의 문제는 이제 점차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는 것 같다. 매년 명절 기간에 고립감 속에서 목숨을 끊는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 [Read more...] about ‘혼밥’ 먹어도 외롭지 않은 공동체를 위해
‘폭염 시 작업 중지’는 법제화해야 한다
믿을 수 없는 폭염이 지속되었다 에어컨 냉방이 되는 시원한 사무실에 있으면 애사심이 절로 생긴다는 ‘여름 한정’ 우스갯소리마저 유행했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에게 여름철 일터가 천국인 것은 아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 보도블럭 공사 현장, 학교 급식실, 농촌 비닐하우스의 노동자들은 35도가 넘는 현장에서 그야말로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땀범벅이 된 채 초인종을 누르는 배달노동자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배달 음식을 건네받은 두 손이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 [Read more...] about ‘폭염 시 작업 중지’는 법제화해야 한다
낙태죄 폐지 논란과 계획되지 않은 출산의 부작용
지난 5일, 이번 정부 첫 ‘저출산’ 대책이 나왔다. 기존의 출산율 위주의 정책에서 ‘2040세대 삶의 질 개선’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했다는 설명과 함께.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기존 제도에서 범위나 금액을 확대·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지원’을 더 하면 낳을 것이라는 전제다. 정부 대책이 발표된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덮어놓고 낳다 보면 내 인생은 폭망한다”, “출산율만 중요하냐 내 생명도 소중하다”고 외쳤다. 여성을 출산의 … [Read more...] about 낙태죄 폐지 논란과 계획되지 않은 출산의 부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