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학내 추모 행사 개최, 총학생회와 교수들의 성명 발표 등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추모하지 않을 자유"를 주장하는 대자보들이 나붙었다. 모임, 술자리, 강의실, 과방에서 "세월호"라는 단어는 금기가 되었다. 고작 학내 추모공간을 만드는 일, 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학교에 불러 이야기를 듣는 일이 그렇게나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임을 그때 처음 알았다. 참사 이후 겨우 한 달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때 이 대자보를 썼다. 그대, 자유로이 … [Read more...] about ‘슬퍼하지 않을 자유’에 대하여
편리한 성장의 불편함에 대하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쓰네오의 회상과 독백을 통해 전개되는 쓰네오 자신의 성장 서사다. 아니, 그것을 의도한 영화라 하자. 내가 본 것은 성장이 없는 성장 서사의 기만이다. 성장 없는 성장 서사의 기만 장애를 가진 상대와의 연애가 반드시 일방을 강자나 약자로 만들 이유는 없다. 연애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서로가 서로를 소비하고 대상화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각자가 가진 상이한 결여와 욕망들이 충돌하고 마찰하는 지점에서 서로가 소비되고, 우리는 그것을 … [Read more...] about 편리한 성장의 불편함에 대하여
나꼼수와 메갈리아
1. 내가 메갈리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초창기나 지금에나 내가 나꼼수를 바라보는 시각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 의의, 효과와 방식, 그리고 한계까지도. '사실관계 취약, 우상ㆍ팬덤화, PC하지 않은 유머, 양극화된 진영논리, 이념에 대한 심화적 논의 부재, 제도권 정당 정치와의 간극, 반발 자극으로 중도층의 우경화…' 나꼼수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무수한 지적이 가능하고 또 있어왔다. 그래서 나꼼수의 성과는 전무했나? 다른 수단으로 쉽게 대체될 성과였나? 나꼼수가 자기들이 할 일을 하는 동안 … [Read more...] about 나꼼수와 메갈리아
강한 것들을 위해서만 민감한 사회에 대하여
하위문화가 아닌 대중문화에서는 욱일기(きょくじつき)가 아니라 그 비슷한 문양의 옷만 등장해도 논란이 되고, 책임자들이 사과를 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한국에서 욱일기를 내걸 '표현의 자유'나, 더 멋진 표현을 위해 욱일기를 넣은 '맥락'을 말하지 않는다. "빨간 원과 직선들이 왜 꼭 제국주의의 상징이죠? 저는 그냥 예쁜 해로 보이는데요"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 문양이 실제 누구에게 피해를 주나? 현존하는 제국주의 피해자가 몇이나 있나?"라거나, "사회적으로 무해한 제국주의 상징의 기준이 … [Read more...] about 강한 것들을 위해서만 민감한 사회에 대하여
우리의 발언은 기울어진 저울의 한 편에 필연적으로 무게를 실어주게 된다
"이건 이지은이 노래하는 이야기보다 더럽게 길고, 재미없고, 우울하기까지 한 한지은, 그리고 수많은 다른 지은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자친구, 여동생, 딸이 있거나 또 다른 어떤 여성들을 사랑하며 살아갈 남성이라면 한 번쯤은 읽기를 부탁하는 글이다." 1. 내가 피해자로서 기억하는 첫 성추행은 여섯 살 때였다. 혼날 것이 두려워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후 기억이 희미한 성추행들이 몇 차례 있었고, 용돈 준다며 길에서 따라오는 아저씨들이 또 몇 있었다. 내가 배우던 학원 … [Read more...] about 우리의 발언은 기울어진 저울의 한 편에 필연적으로 무게를 실어주게 된다
구조 속의 괴물이 되지 않는 법 : 이승연, 아이유에서 박기량으로
1. 진지한 토크쇼에서도 혀짧은 소리로 '오빠 오빠'밖에 못하는 여성 연예인들, '저는 군대에서 구르면서 남자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남성 연예인들은 모두 어떤 폭력의 피해자이면서도, 동시에 그 폭력의 구조가 유지-강화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때, 이런 피해자가 자신의 위치를 긍정적으로 규정(포장)하고 나아가 판매함으로써 제한적인 안정이라도 추구하는 것을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다. 데이트폭력이나 성차별에 적응한 피해자를 문책하지 말아야 하듯. 그러나 스스로의 피해자성을 판매하는 것과, … [Read more...] about 구조 속의 괴물이 되지 않는 법 : 이승연, 아이유에서 박기량으로
웹툰 ‘뷰티풀 군바리’ 연재중단 청원 논란 ① – 찬성
※ 편집자 주: 지난 9월 웹툰 <뷰티풀 군바리>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학적 욕망 혹은 쾌감을 군대라는 공간을 이용해 시각화하고 정당화"한다는 비판과 함께, 네티즌들에 의한 연재중단 청원이 있었습니다. 비판의 타당성을 인정하더라도 연재중단 청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잇따랐고, 다시 이에 대한 반박이 있었습니다. ㅍㅍㅅㅅ에 두 주장을 모두 싣습니다. 웹툰 '뷰티풀 군바리' 연재중단 청원 논란 ① - 찬성 웹툰 '뷰티풀 군바리' 연재중단 청원 논란 ② - … [Read more...] about 웹툰 ‘뷰티풀 군바리’ 연재중단 청원 논란 ① – 찬성
맥심의 블랙조크 읽기
※ 편집자 주: 지난 8월 21일 맥심코리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맥심 9월호 표지가 공개 즉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즉각 일었고, 이에 맥심 측은 여성에 한정되지 않는 "범죄의 한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라며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화보 전체의 맥락을 보면 아시겠지만, 살인·사체유기의 흉악범죄를 누아르 영화적으로 연출한 것은 맞으나 성범죄적 요소는 화보 어디에도 없습니다. 일부에서 우려하시듯 성범죄를 성적 판타지로 미화한 바 … [Read more...] about 맥심의 블랙조크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