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다음 다섯 글에서 이어집니다.
- 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1): 학살자 마스티프
- 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2): 소 잡는 백정 불독
- 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3): 절대적 상남자 핏불테리어 ①
- 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4): 절대적 상남자 핏불테리어 ②
- 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4): 대인배 도사견 ①
이번 글을 끝으로 ‘남자의 견종’ 시리즈는 연재를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품종개량으로 달성하려던 목표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견종’이야말로 존재 가치가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수목적견인 핏불과 도사견의 이야기를 연재하게 된 것입니다. 설명이 긴 글이겠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도사견의 개량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에 날고 긴다 하는 견종계의 한 주먹(?)하는 견종들의 교배로 만들어 졌습니다. 따라서 도사견은 더 이상의 이종교배가 필요 없는, 즉 투견으로는 가장 완벽하고 강한 견종이 되었으며, 철저한 혈통보존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사견과 핏불테리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공통점으로는 1800년대 후반으로 개량의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차이점은 도사견은 영국의 와그너 박사와 일본인들에 의한 ‘맹목적 투견 개량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진 견종이고, 핏불테리어는 1600년대 영국에서 행해졌던 불 바이팅→렛팅→투견 경기로 바뀌어 가던 놀이문화를 따라 탄생한 견종입니다.
영국은 1800년대에 엘리자베스의 즉위 이후 개와 소의 싸움인 불 바이팅 금지령이 내려져서 사람들이 렛팅과 투견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그 시기에 탄생한 견종이 바로 핏불테리어 입니다.
이렇게 핏불테리어와 도사견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도사견의 경우 1화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일본에서 가장 강한 견종으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이 일본의 도사견은 1955년 대일 외항선에 의해 부산으로 처음 수입이 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도 역사적인 첫발을 들이게 됩니다.(이 때 처음 들어왔다는 견해는 추측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한국에는 도사견이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견종이라 그저 덩치만 큰 불독 정도로만 여겼고, 한창 저먼 세퍼트와 복서의 사육이 유행하던 시기인지라 도사견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 이후 ‘왕자희’라는 이름을 가진 도사견이 부산으로 다시 수입되면서 한국 도사견들은 도사견이라는 견종들끼리의 번식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사이에 태어난 놈들이 ‘페이’,’흑도사’,’맹호’ 라는 이름을 가진 도사견들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가장 강한 견종으로 입증이 되었기에 같은 도사견들끼리 투견 경기를 시켰지만, 당시에는 서양 견종들이 이름을 떨치던 시절이라 도사견은 그저 그런 견종 취급을 받았습니다.
1958년 서울에 투견 협회가 처음으로 설립되면서 투견 경기가 처음으로 열리게 되었는데 이 당시의 투견 대회는 도사견, 아키다, 저먼 세퍼트, 복서, 도베르만 등등 여러 가지 견종들이 섞인 이종싸움의 집결판 이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최종 우승은 ‘맹호’라는 이름을 가진 도사견이 차지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도 1년에 한번 씩 투견 경기가 열렸는데 압도적인 실력과 기량 차이를 보이며 도사견의 우승으로 돌아갔습니다. 36마리의 개들 중 도사견이 2마리가 출전하면 결승에서 도사견끼리 만나는 그런 상황이었으니 이 실력 차이와 기량 차이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습니다.
이후부터 일본과 마찬가지로 도사견의 강함이 입증되어 도사견들끼리의 정식 투견 시합이 한국에서도 개최되었으며, 추석, 설 같은 명절 또는 어린이날 같은 날에도 그 날을 기념하여 투견 경기가 열리곤 했습니다.
경복궁 특설 링에서도 투견 경기가 개최된 적이 있었고 큰 투견 경기가 있을떄마다 화물차에 챔피언 도사견을 싣고 도로에 홍보를 나가면 경찰이 화물차의 에스코트를 해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부산쪽에서 도사견의 열풍은 어마어마 했습니다. 제가 사는 대구의 경우 예전 동촌유원지의 그린수영장(지금은 모텔이 들어섬)에서 주로 투견경기가 열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의 서양식 가정견 문화가 들어옴에 따라 점차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애완견들이 광풍을 일으키면서 당시에 유행했던 요크셔테리어, 푸들, 시츄, 말티즈등의 소형견 가정식의 애견문화가 자리 잡음으로 인해 투견은 큰 인기를 잃게 되고 음지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도사견의 투견 경기는 여타 다른 견종들이 엉켜 싸우는 ‘개싸움’과는 다르기에 그 규칙이 존재하며 심판과 부심이 링안의 투견중인 개들의 규칙을 감시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소리에 의한 ‘소리패’가 있고 행동에 의한 ‘행동패’가 있습니다. ‘소리패’의 경우 개는 본능이 남아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경기 시에 으르렁 거리며 싸우기 직전이나 싸울 때 짖는 행동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행동의 경우 싸우면서 으르렁 소리를 낸다는 것은 싸움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개의 본능이 표출된 것이고, 싸우기 전에 상대에게 이빨을 드러내거나 으르렁 거리는 것은 두려움과 무서움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도사견은 조용하고 얌전하고 점잖은 견종이며 싸움 역시 싸움 자체를 즐기도록 인간에 의한 ‘특수목적견’으로 개량된 견종이기 때문에 싸움 도중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싸움 도중에 아파하는 소리를 낸다면 그 개는 싸움을 피하고 끝내고 싶어하는 개이기 때문에 소리패에 의한 실격패로 처리되고 패배하게 되는데요, 이것은 싸움을 하고자 하는 개에게만 싸움을 시키고 개를 보호하기 위한 규칙입니다.
그리고 혐오와 분노를 나타내는 소리 또한 소리패에 의한 실격패로 이어지는데, 싸움직전 으르렁 거린다거나 이빨을 드러내며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짖으면 그 개 역시 싸움하기도 전에 패배로 간주되어 실격이 되며, 자세를 바꿔서 공격할 때 또한 소리를 내도 실격패로 처리됩니다.
이러한 것이 소리패이며, 이번에는 행동패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행동패’는 싸움 도중 열세에 몰린 개가 등을 돌려 3보이상 후퇴하면 진 것으로 간주하여 실격패를 시키고 싸우다 체력이 저하된 개가 바닥에 3분간 드러누워 있고 상대견이 그 개를 감시하는 형태에서 공격을 하지 않고 3분간 시간이 지나면 바닥에 누워있는 개는 패배하고 맙니다.
권투의 10초 카운트룰과 비슷합니다. 권투에서 10초 카운트를 하고 있는데 상대선수가 와서 죽어라고 때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것처럼 도사견들은 일반 막싸움이 아닌 싸움에 정통한 개들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카운트에 들어가면 공격하지 않고 이처럼 시간이 지나도록 기다립니다.
그리고 누르기 패 또한 있는데 A견이 B견을 못 일어나도록 가슴으로 누른 상태에서도 3분간 B견이 일어나지 못하면 B견의 실격으로 처리되는 규칙인데, 유도의 누르기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도사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도사견에 대해 사나울 것이라든지, 포악할 것이라든지 하는 이미지를 갖게 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도사견은 한국에서 이런 선입견으로 유명한 견종입니다. 사람 무는 개, 포악한 개, 무서운 개, 덩치 큰 개 등등의 대명사로 통하다시피 합니다.
하지만 설명을 드린 것과 같이 도사견이라는 이름은 지명을 따라 지어진 견종명이며, 한국에서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도사견의 이미지가 나빠졌습니다. 한 예로 롯트와일러가 초등생을 물어 죽인 사건 또한 도사견이라고 보도가 되었고, 세퍼트가 사고를 낸 사건 또한 도사견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육견(개고기)용 농장에는 도사견을 닮은 개들이 많은데요, 그 이유는 도사견의 덩치가 크기 때문에 교배해서 태어난 그 자견의 경우 근수가 많이 나가 육견으로서의 장점을 많이 가졌기 때문입니다.
몇 십 년 전부터 철창에만 갇혀 교배만 하는 종견으로 도사견을 쓰고 그 도사견을 경비견 혈통의 다른 개들과 교배시켜 육견용 개들을 생산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개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갇혀있다 한 번씩 예기치 못한 일로 풀려나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포악해져 사고를 내고,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까지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곳에 평생 처박혀 있는 개라면 그렇게 순하다고 하는 골든 리트리버 또한 사람을 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사견의 덩치와 외견만 물려받은개들이 사람들 때문에 갇혀 있다가 사고를 치고, 사람들은 보도에 의해 도사견이 사나운 개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 현실입니다.
도사견의 개량과정 중 스위스의 세인트 버나드가 교잡이 되었는데, 많은 애견인들이 세인트 버나드는 덩치는 거대하지만 사람에게는 유순한 견종이라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베토벤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많은 알려진 세인트 버나드는 도사견의 개량 과정에도 포함되었던 견종으로, 도사견 또한 이러한 세인트 버나드의 성품을 물려받아 사람에게는 아주 유순한 견종입니다. 키워본 사람들에 의하면 너무나도 멍청해서 바보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견종이 도사견입니다. 링안에서 투견경기를 할 때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싸움에 임하지만 사람에게는 유순합니다.
투견으로 개량된 특수목적견 이다보니 고통에 대한 인내가 아주 뛰어난데 찢어진 피부를 꿰맬 때도 덤덤히 가만히 있는 견종이 도사견이며 그렇지만 주인이 장난친다고 딱밤 한대먹이면 아프다고 고개를 숙이고 애교부리는 것이 바로 도사견의 성품입니다.
아무리 순한 개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상처 난 부위를 건들거나 한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무는 개들이 태반이지만, 고통에 대한 인내가 강하기 때문에 아픈 상황에서도 사람에게 입질을 하지 않는 극도로 유순한 견종이 도사견입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약한 개들에게는 강한 자의 관용을 보여주는 견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가장 좋아하는 견종인 도사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사견이 일본에 역 수출되는 상황에서 도사견은 본토인 일본만큼 잘아 는 사람들도 적고 너무나 오해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글로 인해 조금이나마 도사견에 대한 오해가 풀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도사견 투견대회 한일전이 3회 개최되었는데 전부 한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도사견이 일본보다 더 강인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