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사정으로 글을 못 쓰다가, 2년 만에 3편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일단 쓰기에 앞서, 중학교 입학 후 집에 인터넷이 처음으로 설치되었을 때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본 핏불테리어 대한 설명은 나를 개(견종)에 빠져들게 했다. 폭염 속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를 보는 것처럼 핏불테리어는 내게 정말 멋있는, 상남자의 견종으로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 이후 나는 개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현재까지 개덕이 되어버렸다.
내 개덕 생활은 군 복무 때에도 여전했다. 군 생활을 속초에서 했었는데, 속초는 관광도시인지라 물가가 정말 비쌌다. 08년 그 당시에 피시방 가격이 1,300원이라니, 정말 어마어마한 물가가 아닌가. 동기와 외박의 자유로움을 느끼며 같이 노는 것도 잊어버린 채,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피시방으로 향해 인터넷에서 핏불테리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출력했다. 흑백 300원, 칼라 500원. 총 1만 5천 원가량의 분량을 뽑아서 부대에 복귀하여 읽고 또 읽었다. 임무수첩에는 핏불테리어의 사진을 넣어다니기까지 했었다. 그만큼 핏불테리어라는 견종은 확실히 매력 있는 견종이자 나를 빠져들게 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아니 과분한 견종이었다.
나는 개를 좋아하는 개덕이지만, 각각의 견종마다 어떠한 필요성에 의해 개량된 만큼 사냥견은 사냥을, 경비견을 경비를, 양몰이견은 양몰이를 하는 것이 각 견종의 존재에 있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견을 목적으로 개량된 핏불은 현재까지도 투견으로 그 혈통이 잘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점이 또 내가 핏불을 좋아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 말은 본인은 목적에 의해 해당 견종이 알맞게 쓰여짐을 좋아하는 것이지, 투견 도박을 즐기거나 옹호한다는 것은 아님을 미리 밝히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핏불테리어가 도대체 어떠한 개인지 한번 알아보자.
1. 핏불테리어의 역사
일단 핏불테리어의 견종 명은 ‘소의 몸에 구멍이 날 정도로 물어뜯는 테리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그 이름값을 가장 잘해주는 견종계의 상위 랭커이다.
핏불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선 일단 투견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투견의 역사는 남자의 견종 1편과 2편(마스티프, 불독)을 보면 알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마스티프 종류의 견종들이 로마 시대 때부터 다른 동물과 싸우거나 사냥 또는 전쟁에 이용한 것에서 비롯됐다. 지금처럼 개 vs 개 개념의 투견이 아니라, 각종 싸움에 이용되었던 개들을 통틀어 투견 품종의 시초로 불 수 있다. 사실 이때는 개 vs 개의 투견보다 훨씬 잔혹했던 개들의 수난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유럽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 불 바이팅이라는 개와 소를 이용한 게임이 성행한다. 이 게임은 2, 3m 정도 되는 쇠살에 소를 묶어 도망가지 못하게 만든 다음 개를 한 마리씩 시간차를 두고 투입해 최후까지 소를 물고 늘어지는 개의 주인에게 상금을 주는 게임이었다. 이러한 게임이 성행한 이유는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개가 소를 물어뜯으면 고기 맛이 좋아진다는 믿음이 있었고, 또 평소에는 순한 소지만 발정기가 되면 거칠어지고 사나워져서 통제를 하는 데 골치를 썩였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 미쳐있었던 한 백작이 좀 더 효율성 높은 불 바이팅용 개를 만들었는데, 이 개가 이후 그 유명한 불독의 시초가 되었으며, 불 바이팅 금지 후 서양 최강의 투견으로 군림했던 불테리어를 만든 계기가 된다. 불독이 탄생한 후에도 불독과 지금은 멸종되어버린 화이트 잉글리시 테리어, 블랙 앤 탄 테리어폭스테리어(폭스테리어는 현재 존재) 등을 결합해 더 강하고 민첩한 개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영국의 스태포드셔 불테리어도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견종이다.
한창 성행 중이던, 개와 소 모두 피를 봐야만 했던 이 게임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이후 금지된다. 당연히 불독을 포함해 불 바이팅에 쓰였던 개들 역시 점차 인기를 잃는다. 특히 당시 많은 인기를 모았던 불독은 본업(?)이 없어지자 불독 애호가들에 의하며 불 바이팅 용도의 사납고 거친 불독이 아닌 불독의 외형을 유지하되 가정견, 애완견 용도의 불독으로 개량해 지금의 온순한 불독이 되었다.
불 바이팅 시대에 탄생한 대표적인 견종인 불독, 스태포드셔 테리어, 스태포드셔 보다 큰 불 바이팅 용도의 개들을 통틀어 핏불테리어라고 부른다.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누런색 개들을 통틀어 누렁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소를 뜯는 개라고 핏불테리어라 부른 것이다.
이러한 핏불테리어들은 불 바이팅의 몰락 후 이주민들에 의해서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핏불의 성품은 개척민들의 삶에 적합하여 미국 초기 개척역사에서 이 핏불은 농부들에게 아주 유용한 반려동물이자 견종이었다. 곰과 같은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지키고, 낯선 침입자로부터 가정을 보호하는 등 여러모로 유용한 견종이었던 것이다. 나중에는 이러한 일들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점차 더 크고 강력한 체구와 육중한 머리를 가진 개로 개량되기 시작한다.
이처럼 핏불은 미국에서 최종적으로 개량되었고, 미국의 개척사와 함께한 품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00년대 초반 스터비라는 전쟁 영웅 핏불과 피터라는 연예계의 스타가 된 핏불로 인해 이 견종의 인기는 미국 전역에서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개척의 시대가 끝나고 산업문명이 발달하고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핏불의 효용성도 점차 줄어들게 된다. 가정의 지킴이였던 핏불은 다시 투견으로서의 능력만이 강조되게 되었다. 이제는 개량 전 불 바이팅의 소 vs 개의 싸움이 아니라, 개 vs 개 싸움의 싸움꾼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견종이 탄생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아메리칸 스태포드셔 테리어.
핏불이 전문적인 싸움꾼이라면, 이 아메리칸 스태포드셔 테리어는 공격성을 자제하고 핏불보다 근육은 많은 미견 용도의 견종이다. 지금은 각각 두 종류의 견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대충 핏불과 핏불 개량의 역사는 이러하다.
2. 핏불의 전투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영화 <늑대개>를 보면 늑대와 핏불테리어와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늑대가 핏불에게 진다. 개척시대 때는 투견이 유행이라 야생늑대를 포획해서 싸움을 시키곤 했는데 대부분이 핏불의 승리로 끝났다고 하니 인간의 개량이 개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핏불의 전투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핏불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형견 급에서는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견종이며, 그 어떤 중형견들이 날고 긴다 하여도 핏불과 싸워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핏불이 갖추어야 하는 것들과 갖춘 것들을 알아본다면 해답이 나온다. 핏불은 일단 전문적인 투견이며,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프로 격투기 선수에 해당한다. 로트와일러는 경호원, 시베리안 허스키는 마라톤 선수, 그레이하운드는 단거리 육상선수 등으로 비유하듯 핏불은 프로 격투기 선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핏불 가제트』라는 핏불만을 다루는 잡지가 있는데, 여기에 핏불이 갖춰야 할 요소들에 대해 적혀있다. 여기에 조금 살을 덧대, 핏불이 갖춰야 할 자질들을 알아보자.
첫째, 핏불은 ‘투견’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개량된 ‘특수목적견’이다. 따라서 핏불이 갖춰야 할 가장 우선적인 요소는 바로 ‘불굴의 투지’이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격투기 대회에서 시합 중 큰 부상을 입고, 그 아픔 탓에 공격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패배를 인정하며 항복하는 대신 자기가 죽을지언정 죽음을 각오하고 정신력으로 싸우는 것이 바로 ‘불굴의 투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불굴의 투지는 대형급 투견인 도사견도 갖춘 요소이며, 비 투견종들은 갖추지 못한 요소다. 비 투견종들이 아무리 악력이 세고 힘이 좋다고 하나 이 핏불과 같은 ‘깡다구’는 갖추지 못했으며, 이것이 바로 투견과 투견이 아닌 종들의 결정적 차이점인 것이다.
한 일화로 ‘마이크’라는 전설의 핏불이 있었는데, 이 마이크는 투견 시합에서 5회 우승한 견공으로, 한 번은 시합을 개시하고 10분 만에 앞발이 부러지고도 필사적으로 싸워 승리했고, 2년간의 휴식 후 6살 때 경기 도중 다시 앞발이 부러졌으나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27번이나 되풀이하여 공격에 들어갔다고 한다.
분량 관계랑 1부 2부로 나누어지며, 감질나게 핏불이 갖추어야 할 자질 첫 번째만 보여주고 1부를 마치도록 하겠다.
※ 「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3): 절대적 상남자 핏불테리어 ②」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