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다음 네 글에서 이어집니다.
- 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1): 학살자 마스티프
- 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2): 소 잡는 백정 불독
- 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3): 절대적 상남자 핏불테리어 ①
- 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4): 절대적 상남자 핏불테리어 ②
도사견의 역사
이번에는 전 세계 견종을 통틀어 가장 강한 견종이자 한국에서는 많은 오해를 받는 ‘도사견’에 대해 알아봅시다.
도사견은 일본 견종이며, 일본에서 처음 개량되었습니다. 하지만 도사견은 다른 개량화 된 견종처럼 자연 발생 종은 아닙니다. 도사견이 만들어진 계기는 사무라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사무라이는 원래 각각 조직을 편성해서 한 마을에 주둔해 주군 밑에서 주군을 위해 일하는 무사 집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전국통일 후 평화가 찾아오고, 사무라이는 칼 쓸 일이 없자, 자기들끼리 싸운다든가 다른 마을에 가서 괜한 시비를 거는 등 필요 없는 힘 낭비만 하며 분란만 일으켰습니다.
사무라이 위 계급들은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고, 해결책 중 하나가 투견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도사견의 조상인 마타기 견 관리는 사무라이가 담당했고, 투견 경기를 통해 사무라이가 벌이던 쓸데없는 분쟁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일본의 투견 역사는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투견, 마타기 견 그러나…
하지만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함께 수입된 마스티프 타입들의 견종들이 마타기 견들을 맥 없이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마타기 견은 진돗개나 허스키, 말라뮤트, 세퍼트, 사모예드 같은 스피츠 타입의 견종들인 반면에, 마스티프 타입의 견종들은 상대적으로 체격과 힘이 좋은 파워 타입의 종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라이트급과 헤비급이 대결하는 꼴이니…
하지만 일본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특유의 집요함과 장인 정신을 발휘하게 됩니다. ‘이대로 질 수 없다’ ‘우리가 어떻게 개량한 투견인데 이렇게 처참하게 손도 못 써보고 무너지겠는가’ 그래서 일본은 영국 와그너 박사를 필두로 한 ‘가장 강한 투견’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됩니다. 아메리칸 핏 불 테리어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인 1800년대 후반에 개량되었습니다. 따라서 1800년대 후반은 서양, 동양에서 중형견과 대형견을 대표하는 투견이 탄생한 역사적인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사견의 탄생
도사견은 코치현의 ‘토사만’이라는 항구도시에서 개량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지역 지명을 따 ‘토사견[土佐犬]’으로 견명을 채택하였고, 한국에 수입되면서 ‘도사견’으로 변형되어 불리게 되었습니다.
도사견 개량에 들어간 견종은 토종견을 베이스로 한 모두 6가지. 사견 개량 당시 사용된 불독은 지금처럼 온순하고 귀여운 불독이 아니라, 사납고 불 베이팅 이라는 수소와의 생사를 넘나드는 놀이 게임에 쓰였던 불독이었습니다. 도사견은 이 불독으로부터 주둥이의 압(무는 힘)을 물려받았습니다.(불독에 대한 정보는「남자들의 견종을 소개한다 (2): 소 잡는 백정 불독」)
독일의 저먼 포인터에게는 유연성과 뛰어난 지능을. 영국의 마스티프에게는 고대 로마시대 사자와도 겨뤘던 용기와 힘 그리고 골격을 이어받았으며, 당시 서양에서 ‘백의 기사’라 불리며 서양 최고의 투견으로 군림하고 있던 불테리어에게는 투지, 근성, 체력을 이어받았습니다.
스위스의 세인트 버나드에게서는 힘과 골격, 그리고 사람에게는 유순한 성품을 이어받았습니다. 지금의 유약한 쇼독용 아메리칸 타입의 덴이 아닌 그 당시 유럽 타입의 멧돼지 사냥에도 쓰였던 강인한 체력의 그레이트 덴에게서도 역시 좋은 것만 이어받아 가장 강한 투견, 도사견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숙제
당시는 일본 투견역사상 가장 활발했던 쇼와 천왕 집권 초기였으므로 투견 대회는 빈번히 열렸습니다. 이렇게 개량된 도사견은 투견으로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그렇지만, 명성을 얻은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그 당시 일본에서 무적을 자랑하는 ‘카타마라’와의 시합이었습니다. ‘카타마라’는 마타기견의 투견화로 인해 생긴 일본원산의 투견인 *아키다견의 개량화된 대형 투견입니다.
(* 아키다견은 마타기견과는 다른 견종으로 마타기견의 투견화로 인한 투견 개량 과정에서 대형화된 투견종이고 스피츠 계열의 견종 중 유일하게 홀딩 바이트(물면 놓지 않는 것)를 할 수 있는 견종입니다.)
당시 이 싸움은 아키다를 기르는 아키다 견주들과 도사견을 기르는 도사견 견주들의 피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이었습니다. 도사견 측에서는 “아마지야마”라는 도사견을 내놓았고 시합은 도사견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에 아키다 견주들은 도사견과 아키다견을 교배하여 새로운 아키다를 만들어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다시 현재의 아키다로 되돌려 놓게 됩니다.
이렇게 도사견은 일본에서 개량되어 일본에 수입되어 들어온 전 세계의 강한 마스티프 타입의 견종은 물론 당시에 최강으로 군림했던 무적의 아키다 ‘카타마라’마저 침몰시킴으로써, 최강의 투견으로 승승장구했습니다. 이후, 투견 대회에서는 견종끼리의 이 종 싸움이 아닌, 같은 도사견끼리의 경기만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도사견은 ‘스모 하는 개’라고 불리며 일본 내에서 투견 경기라는 하나의 전통이 되었으며, 그 전통 계승의 의미로 투견 경기는 계속해서 명맥을 이어가며 도사견 특유의 챔피언 룩(?)도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