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열린 축제 최강의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2017년 1월 14일, 광화문광장에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호소하는 제12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었다. 성별, 정치적 성향, 개인적 취향은 각각 다르지만, 민주주의 공화국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상 초유의 정치적 스캔들 앞에서 굳은 교감이 사람들 사이에 뿌리를 내렸다. 그 결과 시민들은 2016년 말부터 수개월 간 토요일이 되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엄청난 인파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외형적 … [Read more...] about 광장, 진짜가 되다
오래된 창고가 문화를 만나다
2013년 상반기에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있는 ‘버클리’라는 도시에서 방문학생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버클리의 1월~6월을 잊지 못한다. 잠시 머물며 공부하던 UC버클리, 피어 39, AT&T 파크, 유니온 스퀘어, 소살리토, 금문교, 롬바르드 스트리트… 아직도 도시의 곳곳이 눈에 선하다. 너무나도 맑은 태양과 더운듯 쾌청한 날씨가 때로는 그립다. 하지만 Bay Area라고 불리우는 샌프란시스코만 주변의 … [Read more...] about 오래된 창고가 문화를 만나다
시각장애인 보행 체험기: 눈먼 자들의 도시
눈이 먼 남자는 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공포를 억누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눈이 먼 남자는 초조한 마음에, 얼굴 앞으로 두 손을 내밀어, 그가 우유의 바다라고 묘사했던 곳에서 헤엄을 치듯이 두 손을 휘저었다. 입에서는 벌써 도와 달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절망으로 넘어가려는 마지막 순간에, 눈이 먼 남자는 다른 남자의 손이 자신의 팔을 가볍게 잡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하시오. 내가 잡았소.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1. … [Read more...] about 시각장애인 보행 체험기: 눈먼 자들의 도시
빛이 있으라 하니 그곳에는 빚이 있었다
빛이 있으라 하니 그곳에는 빛이 있었다. 야훼는 지구라는 신비한 행성을 7일간의 밤낮 없는 야근을 통해 만들어 냈고 (어디까지나 상상이지만) 땀을 닦아내며 보기에 좋았다고 씩 웃음 지었다. 사람을 만들고 땅을 만들어 낸 전지전능한 야훼이지만 그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한반도라 불리는 땅에서는 조물주의 전능함 위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 가치가 군림할 것이란 사실을.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모든 것에 관여하는 부동산의 권능을 깨달은 건 홀로서기를 시작한 열아홉 무렵이다. 상경 직후 … [Read more...] about 빛이 있으라 하니 그곳에는 빚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