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 본가에서 오랜만의 딸로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에 아빠를 포함한 친척 남자 어른들은 나를 종종 '공주'라고 불렀다. 어릴 때는 별생각 없었지만 갈수록 저 호칭이 찜찜했다. 아마도 '공주'라는 호칭 속에, 그저 '여자는 예쁘고 참하게 자라서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딸 키우는 재미(꾸미는 것, 애교가 있는 것)'가 있다는 말과 이어지는 '공주'라는 단어. 난 딸로 인해 그런 재미를 느끼고 싶지도, 딸을 … [Read more...] about 너도 나도, 우리 모두 공주
지금 보여줄 책, 나중에 쓸 적금
육아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정보다. 놓치면 아까운 정보가 꽤 있어서, 모르면 어쩔 수 없지만 알게 되면 되도록 하려고 한다. 불매 운동과 비슷한 느낌이다. 최근 부족한 연차를 쪼개 알뜰하게 완료한 것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북스타트, "아가에게 책을" 북스타트(Bookstart)는 아가의 정기 예방 접종 시기에 지역에서 책 꾸러미를 선물하는 문화 운동이다. 육아에서 중요한 지역사회의 역할이 발휘되는 방식으로, 아가일 때부터 책과 가깝게 해 평생교육을 지향하는 부분도 … [Read more...] about 지금 보여줄 책, 나중에 쓸 적금
디지털 네이티브와 공생할 준비
아가의 사진과 영상을 정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목소리와 모습이 담겨 있는 영상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고, 아빠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남편과 딸에게 보여줄 수도 있을 텐데. 지금은 아빠의 목소리가 어땠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으로 사진과 영상 촬영이 되는 디지털카메라를 샀을 때도 많이 아쉬웠다. 당시에 아빠 휴대폰 번호도 지우지 못했을 때라서 더 그랬을 거다. 아쉬운 마음과 동시에, 새삼 자료와 기록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 [Read more...] about 디지털 네이티브와 공생할 준비
경력증명 발급 서비스가 있었으면
자료 취합하고 정리하는 게 취미인 나도, 뭔가 새로운 것을 준비할 때면 서류 준비하다가 지친다(빡친다). 기관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니, 기관별로 다른 형식의 지원서(이력서, 자기소개서 등)를 작성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임용이 결정된 후 인정 서류를 준비할 때가 더 지친다. 기간 내에 발급한 서류만 인정한다고 하면, 그 이전에 받은 서류가 있어도 재발급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과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뭐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경력증명서다. 간혹 … [Read more...] about 경력증명 발급 서비스가 있었으면
빨간색은 남자 대장 색깔?
놀이터는 작은 사회 퇴근길에 어린이집에 들러 하원 하면,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가는 것이 요즘 일상이다. 얼마 전에 놀이터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내 딸은 그날 빨간 잠바를 입었다. 짧은 다리로 어설프게 걸음마 하며 열심히 노는데, 4살 정도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딸에게 말했다. 빨간색은 대장 색이야, 남자가 입는 거야. 분홍색이 여자 색이라고 하는 것만 신경 쓰였는데, 빨간색이 대장 색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아차 싶었다. 맞다. 후레쉬맨, 바이오맨, 마스크맨 등의 … [Read more...] about 빨간색은 남자 대장 색깔?
나도 누군가에게는 ‘맘충’일까?
예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큰 행사를 진행할 때 있었던 일이다. 일의 효율성을 위해 실무자 대여섯 명이 대기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당시 옆 테이블에 어느 직원의 가족이 있었는데, 갑자기 아가의 기저귀를 갈기 시작했다. 응가였다. 너무 깜짝 놀랐다. 바로 옆에 화장실도 있었고 옆 테이블에서 식사 중인 사람이 있는데 어떤 양해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게다가 그 기저귀도 화장실이 아닌 대기 장소에 있던 휴지통에 버렸다. 나 포함 몇 사람이 너무 놀라서 티가 났었나 보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이렇게 … [Read more...] about 나도 누군가에게는 ‘맘충’일까?
육아의 1%만 해도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라고?
임신/출산/육아를 거치면서 "남자는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남자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여자의 삶은 엄청나게 큰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 가까이 배속에 아가를 품고 출산하는 고통을 견딘 후, 독박육아를 하는 건 여잔데, 남자는 어쩌다 기저귀 한 번 갈고 어쩌다 수유 한 번 해도, 자상한 남편이면서 육아에 협조하는 아빠가 된다. 육아휴직까지 쓰면 한층 더 대단한 사람이 된다. 여자가 하는 것은 당연하고 남자가 하는 것은 특별하게 인식되는 것. 그게 육아더라. 엄마에게는 … [Read more...] about 육아의 1%만 해도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라고?
“왜 남편의 남동생이 결혼하면 ‘서방님’이 되죠?”
아빠의 본가는 남존여비가 심한 곳이었다. 명절이면 여자들만 바쁘게 움직이던 곳. 여자들이 상을 차리면 남자들이 먹고, 남은 것을 여자들이 먹고, 그건 또 여자들이 치우던 곳. 장남과 장손이 최고였던 곳. 그 외의 사람은 그들을 위한 부수적인 인물이었던 곳. 그런 곳이었어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귀염받은 편이었다. 아빠가 전형적인 딸바보여서 그랬기도 하지만, 아빠 본가에서 오랜만에 태어난 딸이라는 게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그저 좋았고 감사했다. 게다가 '예쁘다', '여자답다', … [Read more...] about “왜 남편의 남동생이 결혼하면 ‘서방님’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