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도 안 믿는 말. “오빠 믿지?”
“오빠 믿지?” 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따라오는 말은 “손만 잡고 잘게.” 이봐 수컷들, 이거 믿는 순수처자는 이 세상에 이미 종말했다. 정말 믿어서 따라가 주는 게 아니라 알고 따라가 주는 거란 말이다. 다 알면서도 따라가 주는 건, “오빠 믿지?”란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 말을 한 놈’을 믿어서다.
사람들이 정보를 접할 때 그 정보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누가 정보를 전달하느냐 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지는 것을 공신력, 또는 정보원의 신뢰도 (Source Credibility)라고 하는데 이 정보원의 신뢰도는 3가지 관점으로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전문성 (Expertise), 신뢰성 (Trustworthiness), 매력 (Attractiveness) 으로 구분된다 (Ohanian, 1990). 이 세가지 관점들은 각기 5가지 세부사항으로 측정된다.
신뢰도 측정은 굉장히 여러가지 변수로 측정될 수 있고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거기서 거기라는 게 함정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을 ‘그냥’ 믿는다. 유명 학자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샤이니 오빠들, 소녀시대 하아아아앜… 이 우리의 뇌고, 곧 우리 자신이다.
광고가 보여주는 정보원의 신뢰도
광고는 이를 잘 보여준다. 엄마들이 “테레비에서 박사님이 이런 게 몸에 좋대.” 하시면서 떠다먹여 주는 음식. 또는 어떤 연예인이 특정 음식을 먹고서는 살이 빠졌다는 인터뷰를 보고 나도 모르게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던 음식을 사먹은 경험이 있는가?
전국민이 즐겨부른다는 “간때문이야~” 차두리 노래, 피곤할 때 간이 안 좋은가보다 하고 우루사를 사먹지 않았던가. 현아가 다리들고 엉덩이 흔들어 가며 소주 마시라고 하면 아이 좋아- 하면서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느냔 말이다.
때문에 광고찍을 때마다 미친 액수 불러가며 스타들을 붙잡아 대는 거다. 정보원, 바로 광고 속에서의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사람들의 리액션이 달라지기에. 동계 올림픽 시즌엔 김연아, 하계 올림픽 때는 김태환이 최고가 되듯이.
박근혜의 인수위 멤버들, 도덕적 과오의 결과는?
지금은 올림픽도 아니고, 단연 큰 화젯거리는 대선 이후의 박근혜 당선자의 행보다. 지금 차분히 자택에 머무르시며 철저한 보안 속에서 차례로 다음 국정을 이끌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고르고 계시는데… 한명씩 발표될 때마다 자꾸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우선 수석대변인으로 뽑히신 윤창중의 과거 막장 발언으로 시작되었고, 인수위원장 김용준, 인수위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하지원, 윤상규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2008년 서울시의원을 재직하고 있을 때에 돈봉투를 건네 받아 벌금형을 받은 사실과는 별개로 아리따운 배우 하지원씨가 괜히 같이 욕먹는 사태까지 발생했고, 다른 청년특위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과거를 갖고 있다.
우리 같은 잉여들이야 높으신 분 하시는 대로 가만히 있으면 되긴 하겠지만, 높은 자리에 감투 얻어 쓴 이분들이 이제 직접 인수위를 시작하게 되면 얼마나 국민들에게 신임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닥치고 다 믿으라면 뭐 할 말 없다만… 요즘 어린 것들이 고분고분하지 않아서 말이지. ‘정보원의 신뢰도’에서 윤 수석대변인은 얼마나 국민들에게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물론 이분이야 박근혜 당선자에게 아주 높은 점수를 받으셨으니 대변인이 되신 거지만 요즘 여론행태로 보아선 윤 대변인이 꽤나 신뢰도가 아닌 불신감에 더 점수를 받는 모양이다. 왜?
사람들은 능력에 앞서 도덕성을 본다
그렇다면 이토록 훌륭한 분에게 왜 사람들은 신뢰를 주지 않는 걸까? 아무리 한 분야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이 정보원의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프랑스의 강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는 2011년 뉴욕시내의 한 호텔에서 여직원 성폭행 미수 문제로 IMF 총재직을 내놓는 것은 물론 대선후보의 길도 스스로 물러서며 프랑스여론을 뜨겁게 달구었었다. 스트로스-칸의 전문지식과 명성이 아무리 넘쳐난들 수컷본능 조절 못하는 이미지가 프랑스를 대변할 수 없었던 거지.
또한 어느덧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져간 스티붕유를 잠깐 기억해보자.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를 외치며 1990년대 후반을 폭발적인 열정을 불태우며 모범적인 기독교인이지만 섹쉬한 오빠의 이미지였던 가수. 옷을 벗어제끼는 그에게 여성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남자는 군대를 꼭 가야 한다고 몇 번이나 외친 모습에 남자들도 그에게 빠져들었다….. 가 2002년 미국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스스로 포기한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돈 벌러 옛 고향에 돌아오려는 그에게 입국 금지 대상자에 포함했고, 스티붕유는 아직까지도 입국금지령으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99년 말부터 꾸준히 유승준만 고집하던 하나로통신의 광고 역시 계약종료가 되기도 전에 그를 자신의 이미지와 엮지 않으려 광고를 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2012년의 의지^^ 아이돌, 티아라. 이쁘장한 소녀들의 트위터 의지타령으로 왕따사건이 드러나자 토니모리, KDB대우증권 등이 광고계약 해지를 선언했고, 한 멤버의 드라마 캐스팅도 도루묵이 되었다.
대한민국 연예인들만 왜 이따위냐고? 미국 골프계의 호랑이, 타이거 우즈는 섹스중독자로 마누라 패는 거 밝혀지고 나서 나이키가 바로 그를 광고에서 내려놓았다. 이 유명인들은 매우 매력적이거나 각 분야에 전문성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신뢰도를 판정하는 관점 중 하나인 신뢰성의 정직함 (Honest), 믿을 수 있음 (Reliable), 진정성 (Sincere)을 사생활로 몽땅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보원의 신뢰도의 하락은 바로 광고 속 브랜드 이미지와도 직결되어 있으므로.
“오빠 믿지? ^^”라고 말하기 전에 믿을만한 오빠가 돼라
다시 돌아가자. 오빠 말 왜 못 믿냐고? 그건 오빠 ‘말’이 아니라, ‘오빠’를 못 믿는 거다. 당신네들이 일베에 들려서 헛소리들을 보며 킥킥거릴지언정, 그 말들을 고대로 믿지 못하는 것은 일베 사용자가 낮은 신뢰도를 가진 정보원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카더라” 통신과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신뢰도는 물론 그 질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비교대상조차 아니다.
물론 ㅍㅍㅅㅅ의 필진 Bayesian님께서 꼬집어주셨듯, 확증편향은 우리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반박되는 주장은 들으려 하지도 않게 한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엄청난 불도저 인수위가 시작 전부터 지지율을 떨어뜨렸듯, 윤 수석대변인에게 쏟아져 나오는 비판과 용퇴권유 여론은 그에 대한 신뢰도를 의심케 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2년초, 딱 1년 전에 에델만이라는 PR회사가 발표한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기업과 정부의 신뢰도는 2011년 기준 43%에서 기업은 31%로, 정부는 34%로 급하강했고, 언론을 담당하는 미디어 역시 2011년 50%에서 2012년 44%로 떨어졌다. 상승곡선을 그린 것은 4대 기관 중 유일하게 NGO뿐. NGO는 2011년 63%의 신뢰도를 2012년 72%까지 끌어올렸다. 이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라는게 매년 전세계 25개국에서 이루어지는데 작년 한국은 종합 신뢰도 44점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일본의 34점에 이어 가장 낮은 위엄을 자랑했다.
거기다 위의 대변인(정보원)으로서의 신뢰도 변화를 보면 정부관계자, CEO의 신뢰도는 34% 급감했으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신뢰도 역시 가파른 길을 걷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나와 같은 사람”의 유일한 신뢰도 증가.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제 똑똑한 사람보다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 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내 생활을 이해해 줄 수 있는 현실감각이 있는 사람을 믿는다는 증거. 즉, 전문성보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그에 걸맞는 정체성을 가진 ‘인물’을 더욱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제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닥치고 따라오고, 무조건 믿으라는 수컷스러운 마초이즘은 그만 내세우시라. 국민을 애정이 담긴 손길로 어루만져주려면, 애인을 모텔 앞에서 설득시키는 자세로 “오빠 믿지?”를 외쳐야 한다. 손만 잡을지 화끈하게 역사를 쓸지는 알 수 없는 미래다. 하지만 우선 국민 앞에 진정성 있고, 정직하고, 믿을만한 신뢰성을 팍팍 샘솟는 면모를 초큼 더 강화된 정보원이 앞에 나선다면 어린 애들도 더 많은 신뢰도 점수를 다음 정권에 주지 않을까?
[box title=”참고문헌”]
Ohanian, Roobina (1990), “Construction and Validation of a Scale to Measure Celebrity Endorsers’ Perceived Expertise, Trustworthiness, and Attractiveness,” Journal of Advertising, 19(3), 39-52.[/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