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민국 근로 소득자는 약 2,600만 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총 5,174만 명. 그렇다면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월급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근로 소득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처음으로 4,000만 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3억 원을 돌파했다. 강북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억 원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평균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 아무 소비를 하지 않으면서 연봉을 꼬박 모으면 17.5년 후 강북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으로 태어나 주거 안정을 이룩하고, 부자가 되거나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세 가지다.
- 거짓말처럼 누군가 나에게 건물을 주거나, 복권에 당첨된다.
- 투자를 통해 자본 소득을 만들어 간다.
- 회사에서 수십억 연봉을 받는 ‘월급쟁이 부자’가 된다.
첫 번째 방법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두 번째 방법인 투자는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월급쟁이 부자가 되는 방법은 상위 1%가 되어야 하기에 이것도 쉽지 않다. 다 쉽지 않으니 손 놓고 있어야 할까? 아니다. 정답은 둘째 방법과 셋째 방법을 적절히 섞는 것이다.
근로 소득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마당에, 왜 근로 소득을 경험해야만 할까? 그것도 반드시? 월급을 받는 것보다 창업, 사업을 하며 더 빠르고 크게 성공 가도를 달리는 신흥 부자의 길이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부터 따져 보자.
1. 사업으로 대성한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는 기발한 아이템이나 자신만의 무기로 사업을 해서 대성한 사람을 보여준다. 그래서 월급을 받고 있는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하지만 미디어는 언제나 성공한 사람만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사업을 하는 인구 중 소위 말해 ‘대성’한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일확천금으로 ‘인생 역전’하는 것이 미덕인 사회가 되었기에 근로 소득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데도 여전히 인구의 50% 이상은 근로소득자다. 물려받은 자본 소득이 없다면, 당장 사업 아이템이 없다면 근로 소득을 선택하는 것은 이 시대 시스템의 수순이다.
그러니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을 보며 조급해할 필요 없고, 근로 소득으로 일하는 자신을 비하하지 말자. 어차피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는 유한하다. 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날이 분명히 온다.
2. 일정한 수입의 힘을 경험해라
『돈의 속성』 저자인 김승호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입이 일정하게 발생한다는 건 그 수입의 질이 비정규적인 수입보다 좋다는 뜻이다. 질이 좋은 돈은 다른 돈을 잘 불러 모으고 서로 붙어 있어도 흩어지지 않는다. 현금 흐름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경제적으로 삶이 윤택해진다. (중략)
비정규적인 수입은 한 번에 몰려든 돈이라 실제 가치보다 커 보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하루라도 빨리 일정한 소득으로 옮겨 놓지 않으면 비정규적인 돈은 정규적인 돈을 소유한 사람 아래로 빨려 들어가고 말 것이다.
정규적인 돈과 비정규적인 돈이 싸우면 언제든 정규적인 돈이 이기기 마련이다.
가능하다면, 급여가 높은 회사나 또는 직종을 선택해야 하는 게 좋겠지만 그 액수를 떠나 월급이라는 일정한 수입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내가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냈던 건, 손실이 컸을 때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의 힘을 빌렸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반토막이 나도 월급은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 자금으로 투자를 했기 때문에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주식이 폭락했을 때 평단가를 낮추고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덕분에 소위 ‘흙수저’였던 나는 결혼 전에 집을 장만할 수 있었고, 가족을 풍족하게 건사하고 있다. 이는 모두 월급, 즉 정기적인 수입의 힘이다. 다만 ‘일정한, 정규적인 수입’을 ‘안정적인 수입’으로 오해하지는 말자. ‘안정’이라는 말은 사람을 주저앉게 만든다. 월급에 취해 고만고만한 삶을 살게 된다.
3. 월급 이상의 것을 봐라
나는 저서 『직장 내공』에서 ‘회사를 악용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라는 글을 썼다. 회사를 ‘악용’하면 나와 회사 모두 망한다. ‘이용’한다면 둘 중 하나만 성장한다. 그러나 ‘활용’이라는 개념을 탑재하는 순간, 회사와 나는 동반 성장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회사를 활용하기로 마음먹고, 나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연동시켰다. 나는 주재원으로 두 번 파견되었다. 뼈 빠지게 일했지만, 월급 이상의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자녀들은 다양한 나라와 문화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는 가보기 힘든 곳들을 풍부하게 방문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
월급쟁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하던 일에서 벗어나, 내 일의 의미를 찾고자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회사에서 경험하고 배운 모든 것이 글감과 콘텐츠가 되었다. 내가 출간한 9권의 책 중 회사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쓴 책이 4권에 이른다.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를 인정하고, 월급 이상의 것을 봤더니 얻을 수 있던 가치다. ‘본업’에서 ‘업’을 찾아나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이다.
4. 경영수업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배움이다.
경영 수업은 재벌 2, 3세 또는 드라마에 나오는 실장님만 받는 것일까? 아니다. 나는 회사를 ‘돈을 받으며 배우는 곳’이라고 규정한다. 입사 초반 나는 조직의 생리를 잘 몰랐고,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 채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좌충우돌하며, 깨지며 배웠다. 그것들이 모두 진귀한 배움이었다.
사회 예절, 매너, 인간관계. 업무 역량, 커뮤니케이션, 조직 관리, 경영 관리, 세일즈, 마케팅, 회계, 사내 정치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고쳐먹으며 일하니, 회사에서 MBA 공부도 지원해 주는 기회를 맞이하기도 했다. 나중에 직장인의 수명이 다해 내 사업을 해야 할 때, 이러한 것들은 내 자산으로 체득화되고 힘을 발휘할 것이다.
월급쟁이라 한탄만 하던, 월급 금액에 한정하여 나를 비하하던 관점에서 경영 수업을 받는다고 관점을 바꿔보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인다.
또 하나, 직장을 떠나 자신의 업을 달성하려 할 때 같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누군가? 내가 월급을 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월급 이상의 것을 보게 하고 경영 수업을 함께 한다고 생각하며 일한다면 분명 시너지가 날 것이다.
마치며
직장인이 되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20년 넘게 직장인으로 일해오면서 말 못 한 설움과 비참함도 느꼈다. 그러나 이는 직장인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직장에서 마주한 그 어떤 사이코보다 더한 사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근로소득 경험을 하자. 월급과 그 액수에 자신을 욱여넣지 마라. 월급 이상의 것을 보자. 이 회사는 수익원이 뭔지, 어떻게 투자를 하는지, 리스크 관리 방법은 무엇인지, 조직은 어떤 형태로 운영되는지를 유심히 봐라. 내가 사업을 한다면, 적용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걸 구분해 보자.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 4,000만 원. 누군가는 그저 그 금액에 머물 것이다. 또 누군가는 자신을 비하하며 연봉 이하로 그것을 갉아먹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평균 연봉을 두 배, 세 배로 늘리자. 관점을 바꿔 자신에게 투자하자. 관점만 바꿔도 상상하지 못할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원문: 스테르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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