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한 거시경제학자, 즉 이코노미스트와 대담을 나눴다. 매스컴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진 분이다. 난 금리의 흐름이 궁금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2%는 언제 다시 찾아올까요?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올렸다.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인상하여 연 3.5~3.75%까지 도달할 것으로 금융계는 예측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예측해 주시면 안 될까요? 2024년, 2025년, 아니면 2026년?
틀릴 수 있어요. 워낙 변수가 변화무쌍해 섣불리 전망하기 어렵습니다.
끝내 이 이코노미스트는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이 정도의 말을 덧붙였다.
금리를 급속히 올렸죠. 하지만 내릴 때는 올릴 때만큼 속도를 내지 못할 겁니다. 인플레이션 부담 때문입니다.
최근의 고금리는 당신이 평생 보기 힘들 수 있습니다. 당분간 빚내서 투자하기보다는 저축을 하세요.
지금 부동산 시장이 급속 냉각된 것은 고금리 탓이다. 고금리가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여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금리는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블랙홀이자 중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금리 정상화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면, 집값 정상화 예측도 힘들어진다.
경제 전망은 잘 안 맞는다. 타겟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불규칙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이렇게 진단한 바 있다.
원래 경제 예측은 틀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그에 대비하여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전망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확률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가령 국내 골프장 산업은 일본을 따라 쇠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코로나19 덕분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요즘 골프장의 몸값이 장난 아니다.
역세권 중소형 아파트는 불황에도 강하다더니, 요즘 대형보다 더 급락하고 있다. MZ세대의 ‘영끌빚투’의 타깃이 되면서 가격이 부풀려졌고, 결과적으로 고금리 충격에 무참히 무너진 것이다. 고령화 현상에 1~2인 가구 증가가 더해져 대형 아파트는 애물단지가 될 거라더니, 요즘 가격을 선방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을 덜 지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무조건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전망보다 대응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니 전망에 목숨 걸지 마라. 특히 장기 전망을 자신 있게 내놓는 사람을 경계하라. 사기성 전망일 가능성이 높다.
미래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다.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아니,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양궁선수라고 생각하자. 활을 쏠 때 사거리가 멀수록 적중률이 떨어진다. 반대로 거리가 짧으면 적중률이 높아진다. 굳이 전망을 한다면 너무 길게 하지 말고, 1년 단위로 짧게 한 뒤 다시 대응전략을 짤 것을 권한다. 잘 맞지 않는 전망이라도, 그나마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문: 부동산과 Lif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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