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상상을 해본다. 미래를 알면 행복할까. 만약 내 아들이 고시나 대기업 입사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거나, 결혼을 해서 토끼 같은 손자를 얻는 소식을 10년 전에 미리 안다면 안도와 함께 기쁨이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행복의 반대편에는 불행이 있다. 만약 아들과 손자 앞에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미리 안다면 오히려 모르는 것보다 못할 것이다.
불행과 행복이 같은 질량일 때 인간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행복은 과소평가하고 불행은 과대평가하지 않을까. 이럴 경우 행복은 불행에 묻힐 것이다. 행복과 불행 셈법은 ‘1+1=2’식의 단순 계산이 아니다. 숫자 이면에 인간의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미래를 아는 사람은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 곧 닥칠 불행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미래를 미리 알기 위해 애쓰지 마라. 점술가의 힘을 빌려 알려고 해도 정확히 맞추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안다고 해도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를 점치기보다는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힘이다.
미국 주식투자의 전설적인 인물인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는 “태양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따금 날벼락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예상 밖의 일로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경제신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팻테일 리스크(Fat Tail Risk; 두꺼운 꼬리 위험)’이나 ‘블랙스완(Black Swan; 흑고니)’과 비슷한 개념이다.
팻테일 리스크나 블랙스완은 극단적인 사건이 확률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던지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블랙스완은 평균 4.1년을 주기로 발생했다. 블랙스완이나 팻테일 리스크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우연성‘이다.
지금 당장 재산 불리기보다 미래에 언젠가는 닥칠 우연성을 대비하라. 요컨대 섣부른 예측보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는 오픈 마인드, 그리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힘이 중요한 것이다. 자산관리의 장기적인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예측력보다는 대응력이다. 자산관리는 돋보기보다 망원경으로 멀리 내다보고, 그리고 함부로 예단하지 않고 탄력적인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
사실 경제의 글로벌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 신세다. 세계 각국과 무역을 통해 먹고 사는 대외개방형 한국 경제는 외풍이 불 때마다 살얼음판 걷듯 조마조마해진다. 배 운항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돛단배는 항해 중 기습 폭풍우를 만나면 언제든지 난파될 수 있어서다.
바다는 평상시에는 사슴처럼 온화하지만 언제든지 포악한 늑대로 돌변한다. 미리 방비하지 않는다면 흉포한 늑대 앞에서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것이 좋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큰 위기를 잘 넘겨야 생존게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인생은 앞으로도 길다. 긴 여정인 만큼 극단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슬기가 필요하다. 회사를 운영하는 최고경영자이든, 개인이든 비상시에 대비한 유보금을 항상 넉넉히 쌓아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보금은 위기에 대응하는 일종의 생존자금이자, 충격을 누그러뜨리는 완충 기제다.
원문: 박원갑의 Life story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