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부동산 자산관리는 이익과 손실에 대한 접근, 투자 방식에서 젊은 시절 부동산 재테크와는 차이가 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부동산을 통한 노후 자산 설계는 수익보다는 안전하게 꾸려야 한다. 공격보다는 수성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은퇴 이후 투자에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 나이 들어서는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점, 부동산 관리의 어려움을 고려해 간단명료하게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좋다. 노후자산관리의 최대의 적은 조바심이다. 섣부른 투자로 손해를 보기보다는 차라리 ‘현금이 왕’이라는 생각으로 돈을 쥐고 있는 게 나을 수 있다. 수명이 길어지고, 또 시장은 수시로 출렁이므로 투자할 기회는 앞으로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노후 부동산 자산관리에서 4S(Safe, Simple, Slim, Slow)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Safe:부동산은 고수익보다 보험
나이가 든다는 것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인지능력도 젊었을 때보다는 떨어진다 는 뜻이다. 인지능력에는 지식, 사고력, 문제 해결력, 비판력, 창의력 등 정신능력이 포함된다.
물론 인생을 관조하는 지혜나 통찰력에서는 젊은이보다는 앞설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수용력도 떨어지고 상황 판단력이나 순발력이 젊었을 때보다 확실히 못 하다. 더욱이 70세 이후에는 건강을 자신할 수 없다. 멀쩡한 사람도 갑자기 인지장애의 일종인 치매성 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
재산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나이 들어서는 무리한 투자보다는 평균 수익률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남들 버는 만큼만 번다는 보수적인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집을 사든, 건물을 사든 덜컥 결정을 내리기보다 ‘돌다리 두들겨 보고 건너듯’ 꼼꼼히 따져 판단하는 게 좋다.
부동산에서도 부침이 심한 핫플레이스 상가, 손바뀜이 잦은 개발 예정지 토지 거래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히려 개발이 끝나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기존 도시의 상가, 투기적 수요보다 실수요가 두터운 부동산, 현금흐름이 충실한 안전 부동산을 사는 게 좋을 것이다. 게다가 저성장시대인 만큼 부동산도 과거처럼 무차별적 상승은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들어 부동산 투자는 최선보다는 차선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고수익보다는 보험으로서 인식할 때 마음이 편하다. ‘부자는 시장을 통해 부를 늘리지 않고 유지한다’는 말이 있다. 즉, 갖고 있는 돈을 시장에서 탈탈 털리지 않고 지키는 능력이 부자의 마인드이고 노후에 가장 새겨들어야 할 금언이다.
Simple:간단명료해야 오래간다
나이가 들면 대체로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사안이 복잡할수록 그만큼 신경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뭐든 마음 편한 게 최고다. 마음이 편안하기위해서는 간단명료해야 한다.
노후에는 부동산 보유 개수가 많으면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사는 집을 빼고 1채, 많아야 2채를 넘지 않는 게 좋다. 여윳돈이 생길 경우 부동산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그 돈으로 차라리 좋은 입지의 우량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게 낫다. 양보다 질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위치도 사는 곳에서 버스로 1시간 이내 오갈 수 있는 거리가 좋다. 수익형 부동산은 마치 애완용 개 키우듯 관심을 갖고 잘 보살펴야 한다. 예기치 않은 각종 위험은 나의 통제영역을 벗어날 때 자주 발생한다. 부동산도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잘 모르는 데 투자하는 게 투기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선 곁가지에 미련을 두지 말고 핵심만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곁가지를 버리면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고 평온해진다. 과감한 결단을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도 슬기로운 방법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되묻는다. “다 버리더라도 꼭 가져가야 할 마지막 하나가 무엇인가”라고 말이다.
Slim:분산보다는 압축이 낫다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는 목돈이 들어가므로 큰 부자가 아닌 이상 분산투자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다. 금융자산은 수십만 원 쌈짓돈으로도 예금·채권·주식·파생상품에 각각 나눠 가입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작아도 억 단위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려면 어느 정도 돈이 모여야 한다. 분산 투자라는 공식에 얽매일 경우 싼 비지떡을 여러 개 사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다주택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세금 제도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은 관리의 번거로움이 따르는 자산이다. 부동산을 여러 곳에 벌려 놓으면 방치되기 쉽다. 가령 부산 거주자가 서울, 울산, 인천, 대전에 분산 투자할 경우 수시로 바뀌는 세입자 관리·수선·임대료 연체 문제로 골치를 썩일 것이다.
백화점 쇼핑하듯 여기저기 부동산을 쇼핑했다가는 나중에 팔리지 않아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특히 활발한 활동을 하기 어려운 고령자이거나 생업에 바쁜 샐러리맨일수록 보유 수는 줄여야 한다. 음식으로 치면 이것저것 나오는 정식 메뉴보다는 깔끔한 단품 요리가 좋은 격이다.
다만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여러 채의 아파트를 매수‧매도할 때에는 위험을 낮추기 위해 분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때로는 부동산도 ‘시기 분산’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상품과 지역에서는 집중이 더 낫다.
Slow:조급증이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주변을 둘러보라. 노년에 나락으로 추락한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을 지켜주는 최후의 언덕이라고 할 수 있는 밑천을 잃어버려서 그렇게 된 것이다. 왜 원금을 잃어버리는가? 성급하게 무리한 투자를 하는 데서 비롯된다.
많이 배운 사람이든, 적게 배운 사람이든 실패하는 사람의 행동은 비슷하다. 하루라도 더 늙기 전에 원금을 불려놓아야 한다는 ‘빨리빨리’ 생각이 일을 망친다.
은퇴 공포에 짓눌러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것을 피해라. 월세 받기를 위한 부동산 자산 재설계는 돈이 어느 정도 모이는 퇴직 무렵으로 늦춰도 괜찮다. 월세는 월급이 나오지 않을 때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택 다운사이징이나 전원생활 역시 충분한 검토를 거쳐 판단하라.
주택연금 가입 시점도 잘 판단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주택소유자 또는 배우자)의 고령자가 집을 담보로 맡기고 자신의 집에서 살면서 연금을 받는 구조다. 주택연금 월 지급금은 연금소득으로 분류하지 않는 데다 가입조건도 많이 완화되어 고령자에게는 매력적인 노후 대비책인 것은 분명하다.하지만 주택연금은 향후 물가상승분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다. 더 이상 경제적 활동이 힘든 인생의 늘그막에 최후의 방편으로 사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서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나 주택연금 가입 시기는 70세 이후가 좋을 것 같다. 늦게 가입하면 기대수명이 줄어든 만큼 연금 액수도 늘어나고,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상실 문제도 완화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비표준화된 수익형 부동산을 투자할 때에는 적어도 3번 이상 현장 답사를 통해 확신을 들 때 매입하는 것이 좋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몸은 커다란 이성”이라고 했다. 책상에 앉아 계산하는 데 그치지 말고 다리품을 팔아 현장에서 온몸으로 느껴라. 그러다 가슴이 떨린다면 매수를 해도 좋다.
요컨대 노후 부동산 자산관리는 너무 서두르는 것보다 한 템포 늦추는 게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다.
원문: 박원갑의 부동산미래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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