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보다는 가깝고, 그렇다고 딱히 연인은 아닌 사이. 아직 본격적으로 연인으로 가기 전의 탐색전이라 미묘한 감정이다. 시쳇말로 ‘썸(Something)’을 타는 것이다. 썸은 아직 사랑과 친근감 사이의 감정이 공존하는 모호한 영역이다. 이 감정, 저 감정이 섞여 있는 어정쩡한 남녀관계다.
어정쩡함은 인간관계뿐 아니라 사람 성격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어떨 때는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지만, 또 어떨 때는 새가슴처럼 소심하다. 평소에는 진득하지만 때로는 촐랑댄다. 이렇게 이중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경우 감정 쏠림을 막는 적절한 조절이 더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자산 관리 전략에서는 ‘중심 잡기’가 중요하다. 부동산과 금융은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 균형적인 배분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황금비율을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
일반적으로 부동산과 금융자산(귀금속 기타자산 포함) 비율은 50:50가 좋을 것 같다. 문제는 이미 전체 자산의 80%가 부동산인 경우 어떻게 50:50 비율을 맞출 것인가 하는 문제다.
서울에서 대학생, 고등학생 자녀, 그리고 아내와 함께 사는 직장인 김형인(가명·49)씨의 예를 들어보자. 김씨의 전체 자산은 10억 원인데, 이중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시세가 7억5000만 원이다. 당장 50:50비율을 맞추려면 아파트를 팔아 5억 원짜리 주택으로 옮기면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란 어렵다. 아직 퇴직을 하지 않아 급여소득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자녀들의 교육 문제도 있어 서둘러 다른 곳으로 주택을 줄여 옮긴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50:50 비율을 기계적으로, 그것도 무리하게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럴 때는 아파트를 그대로 두고, 금융자산을 늘려 50:50을 맞추면 된다. 황금비율은 당장보다 시간적 여유(가령 4~6년)를 두고 천천히 맞춰나가면 된다. 김씨는 직장을 다니고 있으므로 급여 저축, 금융자산 투자 등을 통해 금융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부동산은 더 이상 늘려서는 곤란하다. 그럴 경우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가계 자산의 불균형이 심각해지는 문제가 있다.
이미 은퇴한 사람은 급여소득이 없는 상황이므로 현역들과 같은 방식으로 50:50을 맞추기 어렵다. 이 경우 집보다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땅이나 비수익 부동산 등을 먼저 처분해서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좋을 것 같다.
집 한 채가 부동산의 전부인 경우 집값이 싼 곳이나, 크기가 작은 주택으로 옮기는 방법을 이용하면 된다. 이 경우 후술하겠지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다운사이징하는 것이 좋다. 주거지를 갑자기 옮겼을 때 스트레스가 클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적응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점심 먹고 맛집 구경하는 사람의 여유
세상을 살다 보면 계획대로 살 수 없을 때도 있는 법이다. 대부분의 가계는 부동산 비중이 이미 높아서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가끔은 매력적인 부동산 상품을 만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가령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 재개발·재건축에서 알짜 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 분양을 신청하라. 그리고 당첨이 되면 입주를 하고 기존 살던 집을 3년 이내 처분하는 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 이른바 ‘부동산의 갈아타기’다. 다만 이미 황금비율을 넘어서 부동산을 보유한 만큼 까다롭게 굴어야 한다. 마치 맛있는 점심을 배불리 먹고 맛집을 구경하는 사람의 여유를 가지는 게 좋다. 이미 배가 부르니 어지간한 맛있는 음식이 아니고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도 아주 특별히 좋은 것이 아니고서는 투자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부동산을 직접 투자하기보다 부동산 펀드나 리츠 등 간접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펀드나 리츠는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그 운용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한동안 사무실 빌딩에 투자를 많이 했지만 요즘은 주택, 물류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펀드나 리츠는 문적인 운용사에게 매입과 운용, 처분을 맡기므로 위험성이 비교적 크지 않다. 공모형은 상장을 통해 주식처럼 자유롭게 현금화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투자수익률은 예금 금리의 4~5배 이른다. 부동산간접상품에 투자할 때는 운영사의 실적을 꼼꼼히 따지는 것은 필수다. 초저금리로 워낙 인기가 높아 조기 소진되는 경향이 높으므로 미리미리 공모 일정을 알아두는 게 좋을 것이다.
매일 커피 마시기보다 명절 쇠듯이 가끔 투자하라
당신은 어정쩡한 성격이어서 진득한 사람처럼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가입을 하면 위험할 수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 자신의 충동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투자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 매입과 매도의 횟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주식을 투자하더라도 주식이 쌀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월가의 큰손 워랜 버핏은 말한 바 있다.
투자게임에서는 야구장처럼 빨리 방망이를 휘두르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다.
서두르지 말고 최대한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함부로 뛰어들지 말라는 얘기다. 투자 횟수가 커피 마시듯이 잦을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주가가 급락하는 이벤트를 매수 기회로 노려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어정쩡한 성격의 소유자인 자영업자 홍선길(가명‧ 50)씨는 일년에 1~2번 주식에 투자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 홍씨는 평소에는 CMA나 MMF등 언제든지 빼 쓸 수 있는 곳에 자금을 넣어둔다. 코스피 급락 사진이 경제신문 1면에 연속으로 나오면 주식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한다.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해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때 레버리지 펀드나 레버리지 ETF에 3차례에 나눠 분할해서 매수를 한다. 그리고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면 분할 매각한 뒤 다시 이벤트가 오기를 기다린다. 홍씨는 말한다.
주식을 매수해놓고 기우제 지내듯 오르기를 조마조마 기다리는 것보다는 가끔씩 찾아오는 시장의 저평가 국면에서 저가 매수와 차익 실현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이민주 에이티넘 파트너스 회장의 투자법도 유사하다. 이회장의 투자법은 평소에는 현금을 보유하다가 시장의 위기로 주가가 급락할 때 배팅하는 전략이다. 즉 시장이 공포에 질려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때 집중적으로 단기매매에 나서는 것이다. 같이 투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수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홍씨나 이 회장 모두 주가가 어떤 돌발적인 위기로 급락해 내재가치보다 낮을 때 매입하는 이른바 ‘바겐 헌터(Bargain Hunter)’전략을 쓴다. 이는 대중들과 반대로 움직이는 일종의 역투자법(거꾸로 투자법)의 유형이다.
다만 역투자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시장의 마법사들』을 쓴 잭 슈웨거는 “뛰어난 트레이더는 의지가 강하고, 독립적이며, 극단적인 상황에서 역투자가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시세의 귀신’이라고 불리는 혼마 소규 역시 “(차가운) 바다 속으로 뛰어넘을 마음이 없다면 바닥권에서는 매입할 수 없다”고 했다.
역투자 기회는 항상 오는 게 아니다. 그 자체만으로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타이밍 포착이 중요해진다.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죽음이다. 가령 개구리도 경칩 하루 이틀 전에 나와야지, 일찍 나오면 얼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시점은 아마도 시장의 대부분 사람들이 공포에 짓눌려 있을 때일 것이다. 그래서 주식은 공포를 사고 광기를 팔라는 얘기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주식시장에 많은 지식이 없다면 ‘종목’을 사는 것보다는 홍씨처럼 ‘시장’을 사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개별 종목의 변동에 따른 스트레스를 덜 겪을 수 있다는 얘기로, 충동적 매수, 매도를 줄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원문: 박원갑의 부동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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