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신규 수요의 둔화다. 지난해에는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초조감에서 수요자들이 ‘영끌’을 많이 했다. 그러다 올 들어서는 공포적 매수, 즉 패닉바잉이 진정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되자 자연스럽게 신규 매수세가 주춤해졌다. 거래량은 수요자의 심리와 직결돼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둘째, 집값이 장기간 오르면서 함께 오른 피로감도 크게 작용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올해까지 오르면 8년째 상승한 것이다. 통계가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면 10년째다. 집값의 저점은 하우스푸어 사태가 극에 달했던 2012년 4분기인데, 그때부터 따지면 10년째다. 지금까지 최고 상승 기간은 5년을 넘지 않았다는 걸 볼 때, 무척 길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전세 시장이 진정된 것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이 시행된 뒤 재계약이 늘면서 유통 매물이 감소했다. 시장에 ‘매물 잠김 효과’가 나타나면서 전세난이 극심해진 것이다. 매매 시장도 전세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전세 매물도 없는 데다 가격도 비쌌으니 매매 가격에 근접하게 되어 아예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았다. 이른바 ‘전세난 회피 수요’다.
요즘은 전세난이 완화되었다. 따라서 집 사려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결과 3월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전주대비 0.05% 올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작년 6월 첫째 주(0.04%) 이후 9개월여 만에 맞이하는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매매시장과 전세 시장은 맞물려 돌아간다. 두 시장이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올해 집값은 전문가에게 묻지 말고 전세 시장에 물어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 시장이 진정되면 고공 비행하던 수도권 집값도 계속 오르기 힘들다. 단기 급락이야 없겠지만, 지난해 가을처럼 패닉바잉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서울처럼 집값 비싼 곳에서는 4월 말까지 양도세와 보유세를 줄이려는 절세매물이 나와 상승세를 둔화시킬 것이다. 단순한 매물이아니라, 급매 성격을 띤 절세매물이다.
지금 장세를 대세 하락의 신호탄으로 보긴 이르다.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 행진을 하고 있는 점을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래도 당분간 숨 고르기 국면이 진행될 것이다.
원문: 박원갑의 부동산미래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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